Login

"트럭운전 하기 나름이에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3-14 00:00

보석감정사에서 트럭 운전사로…이경화씨

보통 사람은 보기만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 10만3500파운드짜리 대형트럭. 괴물 같은 이 덩치를 몸무게가 120파운드도 되지 않는 여성이 좌지우지 한다. 보석감정사에서 트럭운전사로 변신한 이경화(사진, 29)씨다.

연약하다거나 여성이라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기우다. 이씨는 “할머니 운전자도 많다”면서 “트럭운전도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이경화씨는 20004년 캐나다 이민 이후 유명보석 매장 벅스(Birks)에서 보석감정사로 일했다. 수입도 괜찮았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자동차로 여행을 즐기기도 한 그녀, 트럭 운전도 그렇게 시작했다.

대형트럭을 운전하기 위해 필요한 1종 운전면허는 52시간 연수 끝에 따냈다. 그녀는 “엔진 RPM을 맞추거나 소형차량과 달리 더블 클러치를 사용하고 무엇보다 트레일러를 포함한 차의 크기가 크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했다.

트럭은 덩치만큼 천천히 반응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참고 인내하며 기다릴 줄도 알아야 했다. 위험할 것이란 선입관은 시간이 갈수록 사라졌다. 오히려 대형 트럭이 더욱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다. 트럭 운전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이경화씨는 1종 운전면허를 손에 쥐기도 전에 벌써 일부 업체에서 채용의사를 밝혀왔다. 트럭운전자 수는 수요에 전혀 못 미칠 정도로 부족한 상황이다. 벤지네 운전학교 안소니 최씨는 “업체로서는 1명의 운전자도 더 필요한 상황이어서 말 그대로 입도선매(立稻先賣)가 이뤄진다”고 했다. 취재를 위해 올라탄 연수용 트럭에는 중국계 캐나다인 2명도 함께 타고 있었다.

트럭 운전은 개인사업으로 할 경우 노력에 따라 한 달에 1만달러 이상도 벌 수 있는 고소득 직종이지만 자칫 하면 면허만 따고 활용은 못하는 소위 장롱면허가 되기 일쑤다.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헝그리 정신이 없다면 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경화씨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좋고 남녀의 차이도 없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겪어봐야 알겠지만 여자로서의 불이익 같은 것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에게 트럭운전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