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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많아 행복합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3-14 00:00

전 / 고려대·중앙대·동우대 초빙교수 및 특허컨설턴트 현 / 생명공학분야 특허컨설턴트 원태웅씨

◇자신의 전공분야 외“전혀 아는 것이 없다”는 원태웅 박사. 시험이 끝나면 교수연구실로 찾아와 컨닝한 학생을 밝히며 시험감독 책임을 따지는 등 예전과 사뭇 달라진 학생들의 태도에 때로 실망한 적도 있지만, 학생들과 지낸 짧은 시간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특허출원 신청이 몰리는 연말, 여행은 불가능하지만 딸의 방학에 맞춰 일주일 정도의 짧은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밴쿠버 이민생활에 매우 만족한다.

특허컨설턴트란 의뢰인에 의해 고안된 발명이나 상품, 의약품 등에 대한 권리를 방어하고 보존 받기 위해 특허권의 출원 등록을 하기 위한 신청과 청구 등을 진행하는 특수전문직에 속한다. 자기만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 특허권을 출원해 주는 일이다. 생명공학박사 원태웅씨는 특허 가운데서도 생명공학, 의학, 약학관련 분야의 특허출원 컨설팅 전문가. 밴쿠버에서 그가 하는 일은 서울 특허사무소와 연계, 의학, 약학,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미국과 세계 특허 출원을 원하는 기업과 개인의 특허출원 신청을 위한 서류전반의 검토작업 등 진행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논문 및 신청서류를 검토하고 번역을 끝낸 서류를 서울 특허사무소로 송부하는 것이 그의 주요 업무. 대학강단에서 강의를 하던 그가 한국에서 이민 전까지 하던 업무의 연장이다.

● ㈜ 녹십자 입사

‘고려대학교 졸업, (주)녹십자 취업, 미국 예일대학교 유학, 대학교수, 생명공학연구원, 특허컨설턴트’.
원태웅씨의 과거는 긴 설명이나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짧은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는 그의 이력은 일찌감치 그가 스스로 정한 삶의 목표를 따라 그렇게 한 방향으로 이어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려대학교 81학번인 원태웅씨가 대학을 입학하던 80년대 초 유전공학분야는 우리나라에서 미래를 주도할 산업으로 떠오르던 시기. 계열별 모집으로 이학계열에 입학한 그는 화학과로 가려던 진로를 생물학과로 변경했다.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 혹은 원자력연구소 연구원을 생각하고 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주)녹십자(綠十字)에 입사했다. 이 회사는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로 출발하여 극동제약(주) 녹십자(주)로 상호를 변경하며 혈액제제와 진단시약 등을 비롯, 1983년 B형 간염백신을 개발했고 1987년에는 AIDS 진단용 시약개발에도 성공한 생명공학 전문지주회사다. 

고려대와 동우대 중앙대 출강

유학을 염두에 두었던 그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대학원에 입학, 87년 유전공학석사를 취득했다. 그러나 유학을 떠난 것은 10년이 지난 97년.  
“대학원 2학년 무렵 어머님이 위암 판정을 받았어요. 독자에 미혼이라 차마 어머님을 두고 떠날 수가 없어서 모교에서 석사, 박사과정까지 마치게 됐죠.”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고려대학교와 동우대학교 초빙교수로 강의를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의외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잘 맞아 보람이 컸어요. 그래서 대학강단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다소 늦은 감이 있었지만 유학을 떠났죠.”

● 의약품과 신약 개발 특허출원 업무

미국에서는 예일대학에서 박사과정 이전 연구과정(Post-doctoral Associate &Researcher)을 공부했다. 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 온 그가 다시 강단에 선 곳은 중앙대학교. 그러나 5년 남짓 강의를 하고 후학양성의 포부를 접어야 했다.  
“대학교수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인 만큼,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열심히 하면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현실은 조금 다르다는 걸 간과했죠. 또 하나의 문제는 저를 비롯한 선배, 후배들까지 한국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모교 강단에 서기를 원한다는 거죠. 그에 비해 자리는 한정적이고 턱없이 부족한 것이 한계라는 걸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대접 받지 못하던 후배들 가운데 모교를 포기하고 버클리나 하버드 대학으로 가는 걸 보면서 제 결정을 다시 되돌아보았죠. ”
그 무렵 지인으로부터 생명공학분야 특허출원 관련 특허사무소 입사 제안을 받게 된 그는 망설임 없이 자리를 옮겼다. 그가 하던 일은 원자력연구소와 생명공학연구소 등 정부 출연연구소와 대학연구실에서 개발해 낸 의약품과 신약 개발의 특허 출원을 신청하고 진행하는 일.

● 과장된 연구결과 우기는 의뢰인

그동안 그가 진행한 특허출원은 항암제와 관절염 치료제, 노인성 질환 치료제 등 수 백건. 개중엔 시중에 시판되고 있는 신약도 많이 있다.   
“동물 실험이 끝나면 논문이나 연구결과가 나오고 특허 출원 신청을 시작합니다. 특허가 출원된 이후 임상테스트를 거쳐 시판이 되는데 그 기간은 10년 20년 정해진 시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특허출원만으로 떠들썩하게 뉴스가 된 항암제나 신약이 실제 임상치료에 사용되어 그 효과를 일반인이 체감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바로 당장이라도 죽은 사람을 살릴 것 같던 약품으로 정작 살았다는 뉴스는 깜깜한 것이죠.”
특허출원컨설턴트는 이렇게 의뢰인의 연구결과를 서류만으로 특허청에 입증시켜 출원을 얻어내는 것이 주요 업무. 그러나 과학적인 근거를 수치로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만병통치’에 가까운 약효만을 고집하며 특허컨설턴트에게 의뢰하는 것만으로 출원이 가능하다고 믿는 의뢰인을 설득해야 하는 일도 있다. 
“일부 한국인들의 특징이 내가 돈을 지불하면 상대가 최선을 다한 일에도 그 결과가 내가 원하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전체가 잘못 된 것마냥 불만을 합니다. 아무리 우겨도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걸 인정하려 들지 않는거죠. 신약제제 특허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 의뢰인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

신약제제의 특허는 약효를 강조하기 위해 약간 과장되거나 포장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실제 입증할 수 있는 약효보다 지나치게 과장된 경우 의뢰인을 잘 설득하는 일도 컨설턴트의 몫. 이렇게 억지를 쓰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서류를 만들어 실제 업무추진을 하는 것보다 더욱 힘들 때도 있다. 또 임상시험 대상이 되어 그 효과를 의뢰인에게 이해시키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 대머리 치료제인 발모제를 가지고 온 분이 100% 효과가 있다고 막무가내였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결과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엄청난 업적이죠. 오히려 그런 약품을 우리나라 사람이 개발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설명해도 막연한 결과만 계속 고집하며 직접 사용해보라고 약품을 주고 갔죠.”
결과는 그의 예상대로 과장된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이런 일은 특히 생약 개발 의뢰의 경우 비일비재하다. 근거가 있다 해도 동의보감에서 찾아 낸 약재를 영어로 표기하는 마땅한 어휘를 찾는데 고심해야 한다.

● 서울 사무소의 국제 특허컨설턴트로 활동

그는 2005년 밴쿠버로 이민을 왔다. 미국 유학시절 뉴웨이브라는 인구 10만 명의 전원도시에서 살던 때를 그리워하던 그에게, 회사에서 국내 특허신청 가운데 미국과 세계특허 동시출원 업무를 독립적으로 추진해 보라고 권유했다.
근무시간에서 자유로워 진 그의 현재 생활은 그가 늘 한국에서 꿈꾸어 오던 삶이다. 아침마다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수업이 끝나면 함께 수영하고 책 읽으며 놀아주는 아빠, 마흔 살에 얻은 딸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주말에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면서 살고 싶었던 ……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는 없지만 그가 하고 싶었던 모든 일을 딸과 함께 할 수 있어 그는 행복하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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