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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땀의 결과를 믿어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28 00:00

김정훈씨 전 Net secure 테크놀로지 대표/ 현 APAC 대표

번득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20대에 코스닥 상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김정훈씨는 ‘하나로 통신’ 벤처기업 1호 창업자로, 99년 우리나라 PC보안 프로그램 개발의 시초가 된 ‘Hoonsecure’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첫 출시했던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당시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더 큰 세계로의 진출을 위한 북미지역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밴쿠버 이민을 선택했다. 현재 그는 미국을 오가며 ‘사장만 돈 버는 회사는 미래가 없다’는 뚝심으로 한인 2세들과 밴쿠버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40대에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땀을 믿으라’고 말한다.

◇ ‘돈이 필요 없는 것 처럼 일하고, 한번도 상처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처럼 사랑하라. 아무도 듣지 않을 때 처럼 노래하라. 지구가 마치 천국인 것처럼 살아가라’는 좌우명으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김정훈(사진 맨 왼쪽)씨. 현재 미국 출장중인 그는 다음달 밴쿠버로 돌아오면  IT업계 창업과 조언이 필요한 우리 2세들과 교민들에게 무료 상담을 해 줄 계획이다. 사진은 현재 개발중인 프로그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2세들과 직원.

◆ 창업 1년 만에 100억 매출 돌파

김정훈씨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두고 ‘뛰어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시장의 논리를 앞서가는 사람’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신중한 고뇌 끝에 내린 결론은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끝내 이루고 마는 그의 업무추진 스타일도 역동적이다.
예컨대,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함으로 성공을 위한 몰두가 아닌,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그 일에 몰입한다. 마치 연기자가 드라마 속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 개인적인 감정의 흐름을 차단하듯,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그의 머리 속은 온통 일 생각으로 꽉 찬다.  
‘사장만 돈 버는 회사는 미래가 없고, 사장만 일하는 회사 또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의 과거는, 아이디어 하나를 무기로 20대에 ‘벤처 대박’을 이룬 화려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다고 도덕적 해이가 난무하던 90년대 말 수많은 젊은 벤처기업인들처럼, 재벌흉내내기로 무리한 투자유치와 사업확장으로 떠밀리듯 이민을 오게 된 케이스는 아니다.  

◆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문가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1학년을 마친 후 카이스트로 학적을 옮겨, 1년 동안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호주 UNSW(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후 해킹방지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 LG창업투자사에 사업설명서를 보내 사장단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기회를 잡았다.     
“투자를 하리란 기대는 크게 하지 않고, 대기업 사장단 앞에서 프로그램에 관한 프레젠테이션만 할 수 있어도 영광이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큰 준비 없이 사업설명서에 간략하게 핵심내용만 요약해서 7장을 만들어 노트북 하나 들고 갔어요. 끝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저기 투자해!’ 하더군요. 경험도 없는 새파란 젊은이에게 질문 한번 하지 않고 바로 결정한 사장 앞에서 실무자들이 할말을 잃고 당황할 정도로 저도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그렇게 5억원을 투자 받은 99년 ‘넷 씨큐어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당시 그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인터넷 개인 정보유출을 방지하는 해킹차단 프로그램인 ‘Hoonsecure’로, 기업과 금융기관, 공공업체의 서버 해킹을 방지할 수 있는 최첨단 프로그램이었다.
‘넷 씨큐어’는 창업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국민은행으로부터 또 다시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급성장 하며, 창업 1년 만에 연 매출 100억원이 넘는 그 업계의 신화로 떠올랐다. 덩달아 회사의 자산가치도 400억원을 넘어섰다. 이후 후속 프로그램 개발과 기술혁신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 우수한 기술인력으로 지식정보시대의 벤처기업의 모델로 평가를 받았다. 

◆ 사람으로 인한 좌절, 그러나 재기에 성공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처럼, 젊은 나이에 돈이 뭔지도 모르고 그게 제 전공이었고, 좋아서 매달린 일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앞선 프로그램 개발만이 최고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프로그램개발이 수익모델인 IT기업이라 해도 경영자는 인재관리와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간과했죠.”
그가 프로그램개발에 몰두해 있는 시간, 경영과 법을 잘 알고 있던 측근 중 누군가는 또 다른 생각에 몰두해 있다는 걸 알지 못한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프로그램만 잘 하면 그게 회사발전의 전부라고 믿고, 사람을 너무 믿었던 게 잘못이었습니다. 창투사들이 자신들이 투자한 액면가 대비 회사의 자산가치가 너무 크다며 투자금액을 늘리려고 할 때인데, 내부에서 시기하는 무리가 생겨 법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눈 뻔히 뜨고 고스란히 넘겨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더군요.”
말로 설명하기에 너무 길고 답답한 내용이라며 입을 다물고 마는 그 일로 인해, 그는 다시 젊음과 열정이 전재산이었던 99년도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곧 ‘훈 씨큐어’를 창업해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한 것이 2003년. 그 동안 해킹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에서 사전에 해킹 세력을 감지해서 퇴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다시 성공했다. ‘난공불락’으로 명명되던 이 프로그램으로 그는 새롭게 발돋움할 수 있었다. 
“저와 같은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모든 에너지를 한 곳에만 집중시키는 것 외 복합적인 일을 할 수 없는 공통점이있죠. 그것만이 전부라고 믿기도 하구요.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 개발 이후의 수익을 계산하는 능력보다 프로그램의 활용도와 그로 인해 창출될 수 있는 효용성에 더 큰 가치를 두게 됩니다. 경영자적인 마인드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죠.”
한번의 실패로 그가 얻은 결론은 경영과 개발을 분리하는 것. 이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총체적인 보고만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 여행·항공 실시간 예약 프로그램 개발 중

“다른 사람의 성공을 밟고 올라서는 사람은 ‘밟고 올라서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안타까운 사람들이죠. 그런 의미로 본다면 사람으로 인해 당하는 실패는 내가 가진 능력보다 작은 것 아닐까요?”
미국시장과 북미를 겨냥해 2년 전 밴쿠버로 이민 온 그는 여행사의 실시간 온라인 자동예약 시스템 ‘T&T’를 개발했다. 홈페이지에서 고객이 직접 차량과 날짜, 호텔 룸까지 실시간 자동 예약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OK투어’ 여행사에서 시범 사용하고 있다.
현재 그는 IT 인큐베이팅 비즈니스센터 ‘WE DO TECH’를 설립하고, IT관련 창업과 무료 상담을 하면서, 전세계 여행사와 항공사를 하나로 연결, 실시간 예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메일 ekim@wedotechs.com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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