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에 잠시 열광하는 사이 환율이 급등했다. 송금하러 은행을 찾았던 M씨는 깜짝 놀랐다. 캐나다 달러대비 원화환율이 1040원대로 훌쩍 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27일 외환은행 고시기준 매매기준율은 1038.61원으로 일주일새 50원 넘게 뛰었다.
그는 지난 4월 환율이 980원대로 내렸을 때 생활자금 일부를 송금했던 것을 위안 삼았다. 하지만 괜히 앉아서 맥없이 손해 보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환율이 옛날처럼 800원대로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무리라고 여겨졌다.
곽철승 캐나다 외환은행 버나비 지점장은 “수급불균형에 따른 미화대비 원화환율이 급등한 탓에 캐나다 달러대비 원화환율이 갑자기 올랐다”면서 “1100원대를 심리적 저항선으로 삼아 환율이 하락하겠지만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곽 지점장은 “캐나다 달러대비 원화환율은 당분간 950원에서 1050원 사이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무작정 송금시기를 늦추기 보다는 필요자금의 분할 송금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인의존도 탈피..서비스 차별화 해야
환율 상승의 직격탄은 이민자나 유학생 가족, 관련업계에도 덮쳤다. 환율하락으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던 밴쿠버 동포사회의 한숨 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사 K씨는 “실제 체감경기보다 심리적 요소로 한인시장 전체가 꽁꽁 얼어붙은 것 같다”고 했다.
한인 식당, 관광업계도 타격을 입고 있다.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만큼 매출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L씨는 “최근에는 해마다 매출이 10%씩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가다가는 문닫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운타운에서 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J씨는 “앓는 소리가 아니라 실제 어렵다. 그런데 서로가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 위기감을 키우는 모습”이라고 했다. 유학업계는 미국의 무비자 입국조치, 환율상승 등의 여파가 내년 상반기부터는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부모가 유학자녀와 동반할 수 있어 인기를 모았던 캐나다 조기유학 수요조차 미국, 필리핀 등지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에서의 캐나다 이민자는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아예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점차 늘고 있다. 밴쿠버 동포사회 경제의 한 축을 이루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삼고 체질개선에 나서는 업체도 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P씨의 해법은 명확했다. “경쟁이 치열한 한인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보다 중국계와 인도계 시장에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인 것이 행운 같지만 하나의 생존전략이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C씨는 “신규 가입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서비스로 기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