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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지금] 퀘벡 400주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04 00:00

미카엘 장 총독 “캐나다를 구성하는 특별한 존재”

캐나다 연방 141주년 이틀 뒤인 7월 3일 퀘벡시가 탄생 400주년을 맞았다. 프랑스는 16세기 중엽부터 캐나다 개척을 시작해 17세기 현재의 퀘벡시에 ‘뉴 프랑스’를 세웠다. 1608년 퀘벡의 기초를 세운 사람은 샤무엘 드 샹플랭(Samuel de Champlain).

이날 오전 11시 정각, 퀘벡의 교회와 성당은 400주년 기념 종을 울렸다. 종소리는 퀘벡을 대표하는 ‘샤토 프롱트낙(Chateau Frontenac)’ 호텔과 ‘다름 광장’(Place d'Armes)의 샹플랭 동상을 휘감아 돌았다.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기념식에 참석한 수많은 주민은 미카엘 장(Michaelle Jean) 총독의 기념사에 환호했다. 미카엘 장 총독은 “오늘 이 자리는 퀘벡 설립 40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대담한 용기와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4세기를 이어 온 북미 프랑스인의 존재를 확인하고 앞으로도 영원할 것임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또, “언어와 문화는 이 땅을 더욱 활기 있고 아름답게 가꾸는 원동력”이라면서 “북미 영어권사회 한 가운데에서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는 모든 퀘벡커(Quebecer)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카엘 장 총독은 하나된 캐나다를 강조했다. 그녀는 “종소리는 화합과 단결의 상징이며 퀘벡의 고귀함은 캐나다를 구성하고 있는 특별한 존재”라고 말했다.

스티븐 하퍼 총리는 2006년 11월 캐나다 정부가 퀘벡주를 ‘연방 내 국가(a nation within a united Canada)’로 인정했음을 상기시켰다. 하퍼 총리는 “샹플랭은 퀘벡의 영웅일 뿐만 아니라 캐나다 전국민의 영웅”이라면서 “오타와 소재 총독관저 리도 홀(Rideau Hall)에도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했다.

400주년 기념행사는 정치적으로 미묘한 논란을 불러왔다. 프랑소와 피용(Francois Fillon) 프랑스 총리는 기념식에 참석했으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초청되지 않았다. 퀘벡 민족주의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다. 분리독립주의자(Sovereigntist)들은 ‘북미대륙에 설립된 프랑스’를 강조했고 연방주의자(Federalist)들은 결과적으로 ‘캐나다 건립의 기초’가 되었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프랑스 대통령 샤를르 드골(Charles de Gaulle)의 망령도 떠올렸다. 1967년, EXPO가 열리고 있던 몬트리올에서 드골 대통령은 “몬트리올 만세, 퀘벡 만세, 자유 퀘벡 만세, 프렌치 캐나다 만세, 프랑스 만세”를 외쳤다. 퀘벡 주민의 가슴속에서 응어리처럼 남아있던 ‘독립 열망’에 불을 지른 것이다. 분리독립 운동이 시작되고 이듬해 분리독립을 정강으로 하는 퀘벡당이 창당됐다. 1980년과 1995년에는 분리 찬반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까지 실시됐다. 두 번 모두 부결되었지만 아직도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퀘벡 문제는 마치 한반도의 남북한 문제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2006년 집권한 보수당 정부가 퀘벡주를 ‘연방 내의 한 국가’로 인정하는 법률안을 통과시킨 것도 분리독립 주민투표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진보적 성향의 일간지 토론토 스타는 3일자 사설(Canada salutes Quebec at 400)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분리독립주의자는 캐나다 땅에 먼저 정착하고 터를 일군 사람은 프랑스인이라고 흥분할 것이다. 또, 아브라함 평원에서 몽캄(Montcalm) 장군이 영국군 제임스 울프(Wolfe) 장군에게 패한 사실을 곱씹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땅의 원주민, 프랑스계, 영국계, 다민족 사회가 얽히고 설킨 캐나다의 역사는 그렇게 좁은 시각을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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