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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두를 보면 살림을 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2-29 00:00

▲캐롤 테일러 BC재무장관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새 구두를 신었다. 올해 살림살이가 더욱 적극적이고 활력을 띨 것이라는 의미다.                           사진 로이터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이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헌 구두의 밑창만 갈았다. 올해 살림살이가 조심스럽고 소극적일 것이라는 뜻이다.                     사진 로이터

녹색 의상에 녹색 구두를 신고 나온 캐롤 테일러 BC재무장관은 녹색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테일러 장관은 19일 BC주정부 올해 살림살이가 적극적이고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새 구두를 신었다. 의상은 밴쿠버 출신 존 플루보그(Fluevog)가 디자인했다.

26일 캐나다 연방정부 예산안을 발표한 짐 플래허티 재무장관은 조금 달랐다. 예산안 발표 전날 새 구두를 사지 않고 신던 구두(resoled shoes) 밑창만 갈았다. 그의 말대로 올해 정부의 살림살이가 불확실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조심스럽고 소극적일 것이라는 의미다.

눈치 빠른 분은 이미 짐작했겠지만 새해 예산안을 발표하는 날 재무장관의 구두를 유심히 보면 예산의 내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새 구두냐 헌 구두냐에 따라 정부정책의 방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곰(bear)은 약세, 황소(bull)는 강세 장을 의미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렇다면 구두가 새해 예산안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언제부터일까? 캐나다 이곳 저곳 문헌을 뒤지고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정확한 기원을 알 수 없었다. 캐나다 국회 홈페이지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많아 뿌리를 찾아 보았으나 그 유래는 불가사의하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역대 재무장관에게 물어보아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란다. 일부에서는 영국의 전통을 이은 것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조금은 억측 같다. 수수께기 같은 이 문제는 결국 뿌리가 깊지 않은 최근의 관행으로 결론지어진다. 그도 저도 아니면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 예산안 발표와 함께 새 구두를 신은 재무장관도 8명에 불과하다. 언론보도를 통해 ‘예산 구두(Budget Shoes)’가 처음 등장한 것도 장 크레치엥 전 캐나다 총리가 재무장관으로 있던 1978년 4월 11일이었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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