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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수당의 소수민족 끌어안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17 00:00

16일 아침 배달된 글로브 앤 메일 1면 머리 기사가 눈길을 끈다. ‘Tories target specific ethnic voters’란 제목의 기사 핵심은 보수당이 총선 승리를 위해 “소수민족에 올인(All-in) 할 것”이라는 것이다.

제이슨 케니 복합문화부 차관(Secretary of State for Multiculturalism)이 관리하는 보수당 특별대책반(ethnic outreach team)은 한인 뿐만 아니라 일부 소수민족에게 편지를 보내고 각종 행사를 찾아 주요 인사를 직접 만나며 이민자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수당의 내부문건을 입수한 글로브 앤 메일의 보도는 짐작만 하고 있던 일을 제대로 확인해 줬다. 최근 들어 한인사회에 얼굴을 내미는 보수당 정관계 인사가 부쩍 늘어난 이유도 알만했다. 일련의 움직임이 특별반까지 구성한 치밀한 선거 전략의 하나였다는 점은 그리 놀랍지 않다.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소수 정부인 보수당으로서는 차기 총선에서 자유당을 누르고 확실한 다수당 집권 세력으로 올라 설 수 있는 승부처로 소수민족을 꼽았다는 뜻이다. 또, 이는 반(反) 이민자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보수당의 이미지를 바꿔 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전통적으로 자유당의 표밭으로 여겨졌던 소수민족을 ‘내 편’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이기도 하다.

실제, 보수당의 한 관계자는 온타리오주 토론토 지역 손힐(Thornhill) 선거구를 예로 들면서 “전체 인구의 29%가 소수 민족이며 이들의 약 79%는 보수당 쪽으로 끌어(accessible)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6년 선거에서 손힐 선거구는 수잔 카디스 자유당 후보가 보수당 후보를 1만표 이상의 큰 표차로 따돌린 곳이다. 그래도 소수민족 표를 제대로 공략하면 최소한 5000표는 추가로 확보할 수 있으며 뒤집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몇 명의 보수당 현역 의원에게 개인별로 소수민족 담당을 맡긴 것도 필승 전략을 위한 포석의 하나다. 한인사회와 가까운 배리 데볼린(Barry Devolin) 의원은 물론 조세 버너(Josee Verner) 문화유산부 장관은 아이티(Haitians)계를 맡고, 딘 델 마스트로(Dean Del Mastro) 의원은 레바논계를 담당한다.

그러나 정치인 몇 명이 한인사회의 행사에 참석하고 얼굴을 보이는 것으로는 민심을 얻기에는 부족하다. 소수민족을 끌어안으려는 보수당의 진정성(眞情性)을 느끼기에도 충분치 않다. 단순히 머리 숫자만으로 접근해 전폭적인 지지를 얻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일 수 있다. 보수당은 한인을 포함한 소수민족이 캐나다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선거 때마다 정책이나 구호는 요란해도 소수민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은 많지 않고 있더라도 실천은 하세월(何歲月)이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따라야 한다. 예컨대, 높아진 캐나다 이민의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만성적인 대기적체 현상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서 취득한 전문자격의 인정범위도 넓혀야 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미뤄 오거나 이루지 못한 사안들을 하나하나 해결함으로써 의지가 실천으로 옮겨질 때 표심도 동할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보수당의 속 마음, 날 때와 들 때의 마음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먼저 보여야 한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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