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UBC-‘천둥’ 공연에서 본 한국인들의 공연 관람 매너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10 00:00

◇ 지난 6월 27일 ‘북의 제전’을 연주하고 있는 한인 타악 그룹 ‘천둥’

어렸을 때, 유태인들의 교육에 관한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OED.com에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단어가 나온다. 유태인들이 히틀러 학살에 의해 흩어진 데서 유래한 이 단어는 핍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타의에 의해 다른 나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자의로 이동한 이민자들과 구분이 된다. 이 디아스포라 군에 속하는 유태인들은 그들만의 정직하고도 깊이 있는 교육 비법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읽었던 그들의 교육 방법 중 요 며칠 유난히 기억이 나는 것으로, 그들은 자녀가 세 살 이상이 돼서 식사 예절을 알기 전까지는 절대 외식에 데리고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유태인들의 교육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는 우리 한인 부모님들은 어딜 가나 교육에 도움이 되리라 싶으면 온 가족을 대동하기 마련이다. 지난 6월 27일에 있었던 한인 타악그룹 ‘천둥’의 공연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 해 7월 우연히 다운타운 랍슨 광장에서 천둥의 공연을 본 후, 자주 그 때의 감흥을 되새겼던 터라,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나는 바로 표를 예매했다. 물론 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한 덕에 캐네디언 친구도 나를 따라 나섰다. 한인 그룹의 공연이어서인지, 관람객의 90% 이상이 한국인들로 이뤄져 있었다. 하지만 공연 시작 20분 이후에 도착하는 사람들, 공연 예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 큰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들, 나눈답시고 음식을 여기저기 전달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공연 시작이 무척 산만했다. 더욱 부끄러운 것은 사람들이 자리를 찾아 지나가는데도 앉아있던 사람들은 일어설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지나갈 수 있으면 능력껏 지나가 봐라’ 라는 태세를 취하고 있어서 친구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한참 후 아이들이 조용한 공연 도중 큰 소리로 말을 한다. 기대하고 있던 공연 관람이 한참이나 방해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큰소리로 떠드는데도 부모님은 방치해두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원성이 들린다. 클래식 음악회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수 차례의 클래식 음악회나 연주회를 가봐도 캐네디언 부모님이 데리고 온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네들은 친구 집에 가벼운 저녁 식사를 초대받는다 해도 아이를 꼭 베이비시터에 맡기는 습관이 철저하게 배어있다. 공연에 아이들과 함께한다 해도 다들 공연에 대한 성숙한 예절이 배어있다. 언젠가 한국에서 읽었던 짧은 기사가 생각난다. 외국에서 자란 한 한국인 작가가 외국인 친구랑 공연을 간다. 작가는 부모한테 아이들을 돌아다니지 않고 조용히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하지만 작가의 요구가 무색해질 만치 아이들은 방치된다. 급기야는 작가의 외국인 친구가 부모에게 영어로 부탁을 한다. 신기하게도 부모는 나서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킨다. 천둥 공연에 있었던 부모님들도 관람객 대부분이 한국인이었기에 모두 이해하리라 여겼을까? 혹은 누군가가 나서서 영어로 얘기했다면 아이를 자제시켰을까?

본인도 한국인인지라, 한국인의 수준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다른 민족을 모방하라는 게 아니다. 그저 다른 민족의 장점을 취하고 배우자는 뜻이다. 오랜 시간 동안 그 날만을 위해 연습해온 연주자들과 오랜 시간 동안 그 공연 볼 날을 기대해온 다른 관람객을 위해 조금 더 성숙된 매너로 관람할 수는 없었는지, 한국인들이 주위 사람들을 좀 더 생각해주는 민족이 됐으면 하는 의구심과 바램이 생겼던 것이다.

염미 학생기자 (심리학과 3년) nungae@hotmail.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