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UBC-진정한 캐나다 배우기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6-26 00:00

가끔 나는 한국인들이 캐나다로 또는 중국, 미국, 호주 등 다른 나라로 옮기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첫 번째 답으로는 단연 영어공부가 꼽힐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녀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민을 한다던가, 단순한 여행 등을 이유로 꼽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영어 공부를 하러 왔다가 더 배워볼 요량으로 머무르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의 문화 또한 내 발목을 붙잡은 요인 중 하나다. 이곳 문화를 배우지 않고서는 영어 실력이 늘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밴쿠버에 머문다는 자체가 곤욕일 것은 명백한 사실.

그렇다면 캐나다의 문화는 무엇이며 이곳 문화를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모르는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나이 상관없이 좀더 상대를 거리낌없이 대할 수 있다는 것?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도 옷을 편하게 입고 다니는 것? 남녀노소 상관없이 공평하게 대접받는 것? 자유분방한 연애를 꿈꾸며 동거도 자연스럽게 관계유지의 한 과정이 되는 것?

다운타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는 ESL 학생들을 자주 대하게 된다. 부자연스러운 영어에 쑥스럽게 대화를 건네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딴에는 영어가 된다 싶어 유난스럽게 구는 학생들도 가끔 있다. 후자에 속하는 학생들은 우선 큰 소리로 대화한다. 웃음소리 역시 크다. 자신감 한번 크게 살만하다. 하지만, 어렸을 때 사회 과목에서 배웠듯이, 자유가 넘치면 방종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영어를 더 못한다 싶으면 더욱더 방종해진다. 특히 캐네디언들과 다니면 더욱 그러하다. 캐네디언들과의 친분을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캐네디언들과 친분을 쌓고 이곳 문화를 알아간다는 건 정말 어렵고도 대단한 일이다.

자유로운 연애. 자유로운 연애가 무엇일까? 우리가 온갖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놓은 스테레오 타입에 따르면 캐네디언들은 금방 가까워지고 또한 동거도 쉽게 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스테레오 타입. 수많은 사람들이 어리석게도 외국에서 자라온 한국 애들 또한 너무 개방되었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만나온 한국인 동생들은 한국에서 자란 학생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으리만치 순수하고 예의 바르다. 오히려 그네들의 예절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문화 해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자유로운 연애가 상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애 편력을 자랑하듯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데이트를 하는 건 아닐 터. 어떤 학생들은 캐네디언들은 너무 금방 친해지려고 한다며 불평을 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 아시안들이 그네들에게 남겨준 스테레오 타입이 아닐까. 아시안 학생들은 접근이 좀더 쉽다는 스테레오 타입. 한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서 어떠한 대접을 받는지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한다. 캐네디언들에게 대접을 받기 위해선 자기만의 올바른 주관과 절제가 필요하리라.

캐나다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은 한국에서처럼 남녀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기 보다는 남녀가 서로 평등하게 발전할 수 있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성별에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동등한 대접을 하고 받는 매너를 배우는 과정과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서로에게 배워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캐나다의 문화를 제대로 배우는 길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애니 왕(Annie Wang)의 ‘인간의 욕망 공화국(the People’s Republic of Desire)’이라는 책에서 나레이터는 대학 총장의 말을 빌어  “When you are with Americans, you should be an American. When you are with Chinese, you should be a Chinese (미국인과 있을 때는 미국인이 되고 중국인과 있을 때는 중국인이 되어라)”라는 말을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우리 나라에 머무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우리와 똑같이 행동하기를 기대하듯이, 우리 또한 캐나다에 있는 한 캐네디언의 문화를 배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단, 우리의 뿌리와 정체성을 잃지 않는 한에서.

염미 학생기자(심리학과 3년) nungae@hotmail.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