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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일본과 나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3-20 00:00

내가 일본에 온지도 벌써 6개월을 훌쩍 넘어버렸다. 한국에서도 지방에서 살았던 내가, 또 8년 전에 밴쿠버로 이민을 간 후로 한번도 한국에 나가지 않았던 나에게, 일본의 수도, 도쿄는 말 그대로 쇼크였다. 올려 보느라 목이 부러질 것 같은 고층빌딩, 매일 아침 중년의 아저씨들과 씨름해야 하는 만원전차 (滿員電車), 잠들지 않는 거리로 불리는 신주쿠와 시부야의 화려한 나이트 라이프와 1200만명의 인해(人海). 지금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와세다 대학교의 국제학부는 정말 각국에서 일본의 언어, 문화, 음식에서 애니메이션까지 일본의 모든 것과 사랑에 빠진 학생들의 뜨거운 젊음으로 차있다.

내가 일본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난 주위의 어른들, 한국의 학교, 또래 친구들에게서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의견을 너무 많이 보고, 듣고 자랐다. “왜 그래요” 라고 질문을 하면 무슨 못할 말을 한 듯 바라보는 눈초리가 따가웠지만 반박을 하기엔 나도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떠나 그저 일본이란 나라 자체에 대하여 이해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말을 배우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 생각되었다.

지날 달, 나는 중국, 일본학생들과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 교수님이 이끄는 동남 아시아 프로그램, Learning Across Borders에 참여했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폴, 이렇게 3개 국가를 순방하면서 여러 정치인, 대학교수, 저널리스트,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며 그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 문제들을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 중국, 일본을 벗어나 아시아를 만나겠다는 목적으로 ‘진정한 아시아와 아시아인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우리의 이웃에 대하여 좀 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토대로, 끊임없는 토론과 현장학습으로 바쁜 3주를 보냈다.

태국 방콕의 호텔에서 어느 늦은 저녁, 나와 중국학생, 그리고 네다섯 명의 일본학생들이 한-중-일 관계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 “왜, 무엇부터가 잘못 되었는가, 지금 우리세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진정한 Asianism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특히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하여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섞은 뜨거운 토론이 시작되고, 일본학생들의 노트패드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적나 궁금해서 흘끗 보니 이렇게 적혀있다: “역사교과서 문제.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우리의 이웃, 한국과 중국은 왜 그렇게도 반일감정이 센가? 하지만 우리들도 잘 모른다. 왜 모르냐? 우리 교육시스템은 우리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인가?” 그 밑에 “원인은? 역시 교육시스템. 교육개혁? 그것에 대하여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교과서도 교과서지만 그것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의 교육도 필요하다.” 친구 모토시의 노트에는 이런 질문, 현실적인 대책 방안들이 몇 페이지 분으로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우리들의 진지한 대화와 토론은 새벽 3시까지 멈춤 없이 계속되었다. 다음 날 아침 7시 기상 탓으로 아쉬운 얼굴로 해산하는 친구들의 얼굴에는, 몸은 피곤하고 머리 속은 복잡하지만, 웃음이 이만큼 걸려있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서로 이해하는 것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라고. 기뻤다. 한발자국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나는 한-중-일 관계의 스페셜리스트나 분석자, 그 무엇도 아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이상의 발전도 없다고 믿는다. 열린 마음으로, 옆의 누군가의, 또는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의견을 형성했으면 한다. 민감하고 감정적인 이슈일수록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일본이란 나라에 대하여 맹목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지 말고, 친구를 사귀어 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또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어 보았으면 한다. 친구에는 국경이 없으니까.

김지혜 학생기자 (사회학/아시안학부 3년) maria.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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