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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위해 평생 일했는데...” 희생자들은 모두 ‘한국 엄마'였다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3-21 10:04

“어머니는 저와 남동생을 위해 평생을 바친 홀어머니셨어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입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연쇄 총격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사연이 현지 매체와 기부 플랫폼 고펀드미(GoFundMe)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21)에 의해 아시아계 여성 6명 등 모두 8명이 숨졌다. 희생자 중 4명은 한인으로, 앞서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시관은 김순자(69)씨, 유영(63)씨, 박순정(74)씨, 그리고 현정 그랜트(51)씨 신원과 사인 등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유일한 한국 국적 희생자로 알려진 현정씨는 미국에서 홀로 일하면서 두 아들을 키우던 싱글맘이었다.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현정씨의 첫째 아들 랜디 박(23)씨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는 남동생과 저만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며 “여행도 못 하시고, 일을 너무 많이 하셔서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는 내 제일 친한 친구였다”며 “디스코 음악을 좋아하는, 10대 소녀같은 분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희생자 김순자(69)씨는 남편과 2명의 자녀, 3명의 손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에서 남편과 결혼해 딸과 아들을 둔 김씨는 1980년 무렵 아들만 데리고 먼저 미국으로 이주했다. 남편과 딸은 몇 년 후 건너가 합류했다고 한다.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던 김씨는 살아남기 위해 2~3개의 일을 한꺼번에 해야 했다. 텍사스 육군기지의 한 레스토랑에서 처음 일자리를 얻었고, 이후 편의점, 공인중개업체 등에서 일했다. 퇴근 후에는 사무실 청소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 김씨의 손녀는 기부 플랫폼 고펀드미에 올린 글에서 “이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할머니는 투사였다”고 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오랜 기간 요리와 모금으로 자원봉사를 해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시절에는 워싱턴에서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으로 대통령 자원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두 건의 마사지 업소 총기난사 사건 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메시지가 놓여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두 건의 마사지 업소 총기난사 사건 현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메시지가 놓여 있다. /EPA 연합뉴스


총격 피해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박순정(74)씨는 오랜 기간 뉴욕과 뉴저지에서 살다 몇 년 전 애틀랜타로 이사해 스파 관리를 돕고, 직원들 식사를 손수 마련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박씨의 사위인 스콧 리씨는 “장모님은 그냥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돈 때문이 아니라 소일거리를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씨가 일터 밖에서도 정정하고 활동적이었다며 “어렸을 적 무용수셨고 나와도 종종 춤을 췄다”고 기억했다. 그는 “모두들 장모님이 100살도 넘게 사실 거라고 말했다”고 했다.

또 다른 희생자 유영(63)씨의 아들 로버트 피터슨(38)씨는 현지 매체에 “어머니는 잘못한 게 없다”며 “희생된 분들 중 누구도 그런 일을 당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안마치료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어머니는 지난해 코로나로 해고를 당했다”며 “최근 다시 근무를 시작할 수 있어 기뻐하셨다”고 했다.

피터슨씨에 따르면 유씨는 1980년대에 미국 군인인 아버지를 만나 조지아로 이주했다. 피터슨씨는 어머니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고, 집에 오는 모든 친구와 손님들에게 한국 요리를 대접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전했다.

희생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현정씨의 큰아들 박씨가 개설한 모금 페이지에는 258만달러(약 29억원)가 넘게 모였다. 그는 앞서 “앞으로 동생과 살아갈 방도를 찾아야 해서 오래 슬퍼할 시간이 없다”며 모금을 시작했다. 하루 만에 거액의 돈이 모이자 그는 “이렇게 큰 도움을 받게 돼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받았는지,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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