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재외 투표율 62.8%” 선관위의 과대포장

주희연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4-03 11:29

유권자 197만명 중 9만명 투표··· 실제 투표율은 4.7%에 불과
이번 22대 총선의 재외 선거(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 투표율이 6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밝혔다. 현행 재외 선거를 처음 치른 2012년 19대 총선 이후 총선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투표율 62.8%’는 전국 단위 선거의 국내 투표율과 엇비슷한 수치다. 외국에서 어떻게 이런 투표율이 가능할까. 이는 재외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투표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재외 국민 투표는 국내 투표와 달리 선거 전 공관에 유권자 등록을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 절차를 거친 사람만 투표할 수 있는데, 62.8%는 이 등록 인원 대비 투표율이다. 실제 전체 재외 국민 197만여 명 중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9만2923명으로 집계됐다. 일반적 기준의 투표율은 4.7%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재외 국민 투표를 명분으로 직원 22명을 해외에 보낸 선관위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투표율 부풀리기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 재외 투표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 세계 115국, 재외 투표소 220곳에서 실시됐다. 투표권이 있는 재외 국민은 총 197만4375명. 이 중 선거일 60일 전까지 공관에 재외 선거인 등록 신청서를 제출한 인원은 14만7989명으로 재외 국민의 7.5%였다. 이들 가운데 62.8%가 실제 투표장에 나온 것이다.

현행 재외 국민 투표는 2007년 6월 헌법재판소가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한 이후 도입돼 2012년 19대 총선부터 실시됐다. 재외 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한 공직선거법이 평등권과 선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투표할 수 있는 참정권을 부여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역대 재외 선거 투표율은 대체로 저조한 수준을 보였다.

전체 재외 국민 가운데 투표에 참여한 비율을 보면 2012년 19대 총선 2.5%로 시작해 2016년 20대 총선엔 3.2%였고, 2020년 21대 총선 땐 코로나 여파로 1.9%로 떨어졌다가 이번에 4.7%를 기록했다. 전체 재외 국민 가운데 투표에 참여하겠다며 등록한 유권자는 이번 총선에서 되레 줄었다. 선거인 등록률은 19대 때 5.5%였고, 20대 7.8%, 21대 8.0%였는데, 이번 22대에선 7.5%로 하락했다. 총선보다는 대선 투표율이 좀 더 높다. 역대 가장 투표율이 높았다는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재외 국민 투표율은 11.2%, 등록 유권자 대비 투표율은 75.3%였다.

재외 선거 투표율이 떨어지는 것은 재외 투표소 대부분이 수도에 있는 대사관에 설치돼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한인회가 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비를 들여 투표소까지 직접 가야 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태국 푸껫에 거주 중인 교민이 재외 투표를 위해 800km를 직접 운전해 방콕까지 갔다는 글이 화제가 됐다. 미국·일본·독일·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재외 투표율을 높이려 우편으로 투표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직접 방문해 투표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우편 투표나 인터넷 투표로 비용과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는데, 부정선거 가능성과 여야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도입을 꺼리고 있다”고 했다.

재외 선거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된다. 선관위가 꾸준히 재외 선거 투표를 관리하는 재외 선거관을 파견하고 예산도 늘고 있으나, 투표율 자체는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재외 선거를 위한 예산은 약 143억원이다. 선관위는 작년 6월 1일 자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10명, 일본 3명, 중국 4명, 베트남·호주·필리핀·프랑스·독일에 1명씩 재외 선거관 총 22명을 파견했는데 이들의 체류 지원에 들어가는 예산만 33억원이다. 선관위는 주요 선거 준비를 위해 1년 단위로 선거관을 파견하는데, 대선·총선이 번갈아가며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선관위 직원 수십 명이 해외에 상주한다. 재외 선거가 선관위 직원 복지 수단이 됐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고비용 저효율 구조 때문에 투표 1인당 투입되는 비용은 재외 국민이 내국인의 30~40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재외 선거관을 파견한 미국(3.9%)보다 오히려 아예 재외 선거관 없이 영사관 자체적으로 투표를 관리하는 인도(18.7%), 태국(9.7%) 등에서 재외 선거에 참여하겠다는 등록률이 더 높은 역설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재외 선거관이 파견된 공관은 등록률이 6.3%인 반면, 파견자가 없는 공관은 10.4%로 4%포인트가량 높았다. 재외 선거관이 해외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2019년엔 미국 한 공관의 선거관이 임시 직원 면접 자리에서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재외 선거가 도입된 헌법적 취지, 재외 국민의 의사를 결집시키고 국민 화합과 정치 발전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단순히 비용이나 효율성 문제로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효율성 제고를 위해 여러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서빙용 로봇이 음식 그릇을 옮기며 사람 대신 ‘종업원’이 되어 일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서울 관악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허모(28)씨는 작년...
18만명 투약 가능한 분량 적발 재배·판매·흡연까지 ‘원스톱’
파티룸 옆 ‘대마 온실’ - 지난해 10월 경찰이 급습한 경기도 김포시 한 창고 내부에서 발견된 대마 재배용 온실의 모습. 적발된 마약 사범 일당은 해가 안 드는 실내에서도 대마가 24시간...
한 여성이 한강 다리 난간 위에 앉아 있다. /한문철TV서울 한강 다리에서 20대 여성이 극단선택을 시도했으나 지나가던 시민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28일 유튜브...
일자리 잃어 서러운데… 자격 확인·교육에 몇 시간씩 허비
지난 18일 서울 구로구 관악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실업급여 수령 필수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줄 서 있는 이들 중엔 머리가 희끗한 고령층이 많았다. /고운호...
노동숙련도 낮은 노인들 생계 활동에 큰 타격 일자리 찾는 노인에 전단지 광고 못 끊기도
1월 14일 오후 2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비 내리는 길거리에서 우비를 입은 정모(74)씨가 행인들에게 종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인천 서구에서 사는 정모(74)씨는 종이...
다음달 北 7차 핵실험 위기 고조, 한국의 대응책은
“확실한 평화는 어드카면(어떻게 하면) 보장될까요.”(북한 내각총리)“북이 가진 핵의 절반을 (남한에) 주십시오. 그래야 ‘전쟁 나면 남북 모두 끝이다’라는 게 보장되지 않겠습니까.”(청와대 외교안보수석)지난 2017년 12월 개봉한 영화 ‘강철비’ 후반에...
배우 윤정희 /이진한기자“마지막까지 자잘하고 세속적인 문제들로 지지고 볶고 살기보단 이렇게 아이처럼 근사한 꿈을 꾸면서 살다 갈래요. 건우 백이랑(2016년 본지 인터뷰)....
캐나다에 딸을 유학 보낸 서울 강남의 한 금융투자회사 50대 임원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현금 3050만원과 1000만원짜리 골드바를 뺏긴 사건이 벌어졌다. 유학 중인 딸의 휴대전화 번호로...
우리나라 인구가 2020년, 2021년에 이어 작년에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상 주민등록 인구는 5143만9038명으로 2021년 5163만8809명보다 19만9771명(0.39%) 줄었다.2013~2022 주민등록 인구수 및 증감...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주차된 모델X 차량에서 불이 나 차량의 절반이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이 화재에 소방 인력 65명, 차량 27대가 투입됐고, 불은...
웹툰작가 기안84./MBC '나혼자 산다'방송활동과 회사 운영을 겸하는 웹툰작가 기안84의 4년 전 회사 채용공고가 화제다. 다비치 멤버 강민경이 운영하는 쇼핑몰이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비교적 좋은 조건을 내세운 기안84 회사가 다시 조명 받은 것이다.8일...
새해 첫 토요일인 7일 오후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려, 일부 도심 구간에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7일 오후 서울 지하철역 2호선 시청역 인근에서 진보 성향 단체...
대한상의·중기중앙회 신년회 첫 공동개최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으로 경제계 신년 인사회를 개최했다. 1962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가 처음 열린 이후 법정 경제단체인 두 단체의 신년 인사회 공동 개최는 처음이고, 신년 인사회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연금개혁안 늦어도 2024년에는 국회에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집권 2년 차 국정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핵 전력을 한미가 ‘공동 기획-공동...
터널 화재 사망자 5명 신원확인 찜질방 함께 가던 모녀도 참변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사망한 이들의 신원이 사고 발생 이틀 뒤인 31일 모두 확인됐다. 특히 사망자 대부분이 연말 연초 휴가·휴일을 맞아 가족들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려고 계획을 잡았는데, 이를 이루지 못한 것이 알려지며...
與 “혹독한 대가 따를 것” 野 “尹대통령 발언 역시 긴장 촉발”
여야는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데 대해 비판했다.여당은 단호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당은 도발 중단을 북한에 촉구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도발 대응에는 문제를 제기했다.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3년만에 제야의 종, 6만 인파 모여
1일 오전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과 함께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추운 날씨에도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대면 행사에 보신각 주변에는 경찰 추산 시민 6만명이 운집했다.이날 33번의 묵직한 종소리가 일대에 울려 퍼지자 이곳을 찾은...
내달 2일부터 고강도 ‘입국 방역’
입국후 1일내 PCR 검사 의무화
한국 정부가 내년 1월 초부터 중국발(發) 입국자 전원에게 입국 전후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하고, 단기 비자 발급도 제한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평시의 5% 선까지 줄어든 중국발 항공편...
공군 글로벌호크 장거리 고고도 무인정찰기.합동참모본부는 26일 북한 무인기가 우리 상공을 침범한 것과 관련해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리 상공을 침범한 북한...
임원 3080명 중 2655명, 前정부때 임명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공공기관 임원의 86%가 여전히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인 것으로 25일 나타났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 공시 임원 통계’ 자료를 보면, 이달 15일 기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