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16강 드라마에 대한민국이 신났다··· “휴가 내서라도 거리응원”

김광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12-04 10:23

6일 새벽 4시 브라질전··· 광화문 거리 응원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24시간 열람실에서 공인회계사 시험 공부를 하던 권모(28)씨는 3일 새벽 1시 50분쯤 고요한 열람실 안까지 들리는 함성에 깜짝 놀랐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니 대한민국 대표팀이 포르투갈에 이겼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이윽고 16강 진출이 확정됐다는 뉴스가 이어지자, 열람실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가며 함성을 질렀다고 한다.

지난 3일 새벽, 대한민국 대표팀이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후 주말 내내 대한민국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코로나가 주춤해진 직후 찾아온 경기 침체에,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까지 겹치면서 움츠러든 국민들이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실낱 같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 대표팀의 모습에 대부분 국민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특히 이날 새벽까지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국민들 사이에선 “오랫동안 잊지 못할 순간”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경기 고양시의 집 근처 식당에서 지인들과 경기를 봤다는 직장인 이모(23)씨는 “특히 후반 추가 시간까지 무승부여서 이대로 경기가 끝나고 예선 탈락할 것 같아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침울한 분위기였는데, 추가 시간에 역전을 하면서 더 기뻤다”고 했다. 서울 직장인 강모(28)씨도 “솔직히 16강 갈 줄 모르고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네에서 비명 소리 같은 게 들려 잠에서 깼다”며 “그때부터 관련 뉴스를 찾아보느라 아침까지 거의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지난 3일 새벽 영하 1도의 추운 날씨 속에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응원전을 펼친 1만7000명(경찰 추산)도 끝까지 대표팀을 믿었다. 롱패딩 등 방한 용품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 목이 터져라 대표팀을 응원했다. 날씨가 춥고 시간이 늦은 탓인지 가족 단위 응원객보다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온 20~30대 젊은 층이 주를 이뤘다. 동점 상태로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될 때 숨죽인 채 전광판만 보던 사람들은, 역전 골이 들어갔을 때 광화문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렀다. 남자친구와 함께 거리 응원에 나온 문모(25)씨는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끝난 후 몇 분간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가 더 진행됐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까지 전광판을 보며 다들 긴장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주말 내내 국민들이 월드컵 16강 진출과 관련한 뒷얘기들을 주고받으며 즐거워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시민들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을 줄인, ‘중꺾마’란 단어를 유행처럼 주고받고 있다. 이 단어는 지난 10월 세계적인 게임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한국 DRX팀의 멤버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인데,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사람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대표팀에게 이 말을 쓰고 있다. 전 골프선수 박세리씨도 자기 소셜미디어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들은 다음 경기에도 ‘기적’을 기원하며 대표팀을 응원할 전망이다. 브라질과의 16강전이 시작되는 건 6일 오전 4시지만,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광화문광장에서 5일 밤 11시부터 거리응원 행사를 열 것”이라며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을 했다. 붉은악마 측은 새벽에 경기가 열리지만 1만5000명에서 2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한파 대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일 새벽 4시쯤 서울 기온은 영하 3도 안팎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서울시는 브라질과의 16강전에 대해서도 거리응원을 허가할 방침인데, 교통 및 안전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일 대중교통이 새벽 1시쯤 끊어지는데 이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16강전이 오전 4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거리 응원에 나오는 사람들이 추위 속에서 3시간을 떨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집에서라도 ‘본방 사수’하며 응원하겠다는 시민도 많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직장인 이모(26)씨는 브라질전을 생중계로 본 뒤 아침을 먹고 출근할 생각이다. 이씨는 “포르투갈과의 경기도 극적으로 이긴 만큼 직장에서 조금 졸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26)씨는 “친구 5명과 거리 응원에 참여하기 위해 종로구에 있는 모텔을 예약했다”면서 “경기 전날 친구들과 모텔에서 자고 새벽에 바로 광화문광장 거리 응원에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휴가를 내고 새벽 응원에 동참하겠다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9일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교수는 “조선시대에는 팔십만 돼도 임금님이 지팡이를 내렸다지만 앞으로는...
[아무튼, 주말]
[정시행 기자의 드라이브]
세월호 생존자 겸 목함지뢰 용사
박준호씨가 들려주는 두 이야기
▲2014년 세월호 생존자이자 2015년 목함지뢰 용사인 박준호씨가 경기도 동탄의 체육공원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세월호와 목함지뢰는 모두 어딘가 고장난 한국의 현실을 상징한다. 그 옆의...
조국혁신당 12석 전망··· 민심, 尹정부·여당 엄중한 심판
▲야권의 압승에 웃음짓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침울한 국민의 힘 한동훈 비대위원장.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유권자 197만명 중 9만명 투표··· 실제 투표율은 4.7%에 불과
▲3일 인천국제공항 국제 우편 물류센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국내로 들어온 재외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115국 220개 재외투표소에서 들어온...
6개월 체류해야 ‘피부양자’ 자격
정부 “건보 年 121억 절감 가능”
70대 중국인 A씨는 2020년 7월 한국에 들어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입국 직후 한국에 사는 가족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국내 병원에서 64건을 진료받았다....
2000만 직장인 월급통장 피라미드 봤더니
억대 연봉 받는 직장인 132만명 역대 최대
[왕개미연구소]
“코스트코 계산대에서 과일과 야채, 고기가 가득 담긴 쇼핑카트를 보고 너무 부러웠어요. 돈을 얼마나 벌어야 저렇게 맘껏 장을 볼 수 있을까요?” “요즘 일반인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면...
고독의 미래 연표로 본 한국의 미래
2040년 홀몸노인 402만가구 돌파
[왕개미연구소]
“화려한 골드미스였는데 나이 오십 넘으니까 독거노인이 되네요. 노년에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 걱정돼서 돈도 더 아끼면서 살게 됩니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혼자 살다가 아프면...
[아무튼, 주말]
[김아진 기자의 밀당]
여성의 날, 최인아가 말하는
’일터에서 프로가 되는 법’
▲최인아씨는 1984년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기획에 입사해 ‘여성 최초’ 기록을 여러 번 세우며 부사장까지 올랐다. 최인아 책방에서 만난 그는 “나도 한때 ‘미스 최’로 불리며 부당한...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95세로 별세
▲김영삼 전 대통령 결혼 60주년 기념식이 김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2011년 3월 4일 저녁 롯데호텔에서 열렸다./이진한 기자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95)...
▲진품명품에서 감정가 10억원을 받은 불교 경전 필사본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KBS국내 고미술품 가치를 분석하는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 감정가 약 10억원의...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 각축장 된 대한민국
▲이 중 승자는 누구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문을 연 캐나다 국민 커피 '팀홀튼' 1호점.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1.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숭례문 SG타워 1층. 건물에는 국내 1위...
직장인 평균은 4214만원. 상위 0.1%는 9억8800만원
월급생활자 상위 0.1%의 평균 연봉이 1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일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귀속 근로소득자 중 상위 0.1% 구간에 속한...
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 해외에서 살며 연락을 끊더니 아버지의 암 투병에도 감감무소식인 장남과 장녀. 아버지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을 하며 자신의 병간호까지 하고 있는 차녀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이게 법적으로...
▲홍정욱 전 의원의 아버지인 영화배우 남궁원(본명 홍경일)씨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너는 민족과 인류에 기여하는 참인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쳤다 한다./조선일보 DB원로...
1년 7개월간 해외에서 도피 행각을 벌인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사진)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전날 오후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입국한 최 전 의원을 체포했다고 31일 밝혔다....
보이스피싱범 잡는 영화 ‘시민 덕희’ 실제 주인공 김성자씨
23일 서울 강남구의 영화사 페이지원필름에서 영화 ‘시민 덕희’의 모티브가 된 주인공 김성자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이제 동네에서 보이스피싱 당했다 하면 저부터 먼저 찾는다. 그때마다 대처법을 알려주지만 돈을 되찾긴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 25일 새벽 K808 차륜형 장갑차(백호) 12대가 서울역 인근을 지나고 있다. /국방홍보원한밤중 서울 도심에 장갑차 12대가 진입했다. 장갑차 행렬이 한강 다리를 건너 도심을 지나자 일부 시민들이 한때 “전쟁난 줄 알았다”며 소동을 벌였다.27일 육군에 따르면...
▲배우 김수미, 서효림./조선DB식품 회사를 운영 중인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씨가 회사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22일 경찰에 따르면 김치·게장 등 가공식품 판매...
다큐 ‘비욘드 유토피아’ 이소연씨
“엄마가 중국 가서 돈 많이 벌어 올게. 두 밤 자고 올게.” 탈북민 이소연(49)씨는 2008년 매달리는 6살 아들을 다독이고 북·중 국경을 넘었다. 그날이 아들을 본 마지막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행에 성공한 이씨는 2018년 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국내 첫 발생 후 4년··· 마음 못 놔
그래픽=이철원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0일로 4년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527개 표본 의료기관에서 집계하는 주간 코로나 확진자 수는 3주 연속 5000명대를 기록했다. 12월 3주...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