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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2018.04.04 (수)
이른 아침 하늘은 오랜만에 붉은 노을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여명의 빛을 선물한다. 유난히도 많은 비를 뿌린 이 겨울도 다해 가는지 며칠 전부터 찬란한 햇빛이 영혼의 축축함과 회색의 찌든 때를 씻어 내가는듯하다. 멀리보이는 산에는 하얀 눈이 병풍처럼 펼쳐있고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새들, 그리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노인들이 느리게 걸어가고  옛날 어느 날의 내가 그 장면 속에서 같이 어울려지는 듯한  그런 평화로운 날이다....
김베로니카
12월을 기다리며 2017.12.01 (금)
11월로 접어드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계속 내린다. 회색의 하늘과 떨어지는 빗소리, 바람소리에 마음을 내 맡기며 우울한 날들이 계속된다. 10월은 화려한 나무들의 성장으로 아름다웠고 잎들은 아픔을 핏빛으로 토해내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빨간색 노란색 아름다운 단풍과 파란 하늘이 언제나 내 곁에 남아 있는 듯 바라만 봐도 행복했다. 빗줄기 속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본다. 붉디붉은 단풍잎들이 내리는 비와 바람 속에서 춤추듯이 땅으로...
김베로니카
겨울바다 2017.02.04 (토)
한 장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여명의 순간,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려고 온통 주위는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낸다.멀리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봉우리엔 흰 눈이 쌓여있고 하늘은 붉은 색들의 향연이다. 그 사이로 높이 날아오른 갈매기들이 부드러운 몸짓으로 춤사위를 펼치고 해는 서서히 그 자태를 나타낸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내다본 일출의 순간은 한 번도 같은 그림을 그려낸 날은 없다. 고향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아니지만...
김베로니카
보라색 라벤더가 향기로 나를 유혹한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꽃들이 춤을 춘다.가끔 테라스에 나가 앉아 바람도 맞고 빗소리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또 햇볕을 쬐면서 멍하니 푸른 하늘에 떠있는 구름도 바라본다.어느 날 우연히 내려다본 라벤더 꽃 무리에서 황홀한 장면을 보았다. 처음으로 발견한 이상한 몸짓의 새였다.한 자리에 정지한 것 같은데 날개를 계속 빠른 속도로 움직여서 그 모양을 가늠할 수가없었다. 잠자리 날개...
김베로니카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날. 수많은 오늘을 보냈다. 내일이 꼭 오리란 생각도 없이 흘려보낸 수많은 오늘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높으신 분께서 베풀어준 자비로 이어진 내 삶이 오늘에서야 참 복 받은 행복한 인생이었단 생각이 든다. 매일 즐거운 날들이었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도 있었겠지만 지나고 보니 그 또한 나에게...
김베로니카
섬진강 변은 서서히 내리는 어둠 속에서 비안개를 뿌리며 젖어든다. 산등성이에는 마치 꽃 구름이 내려앉은 듯 신기루인 듯 희뿌옇게 군데군데 매화 꽃들이 피어있다. 아직 이른 듯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매화의 자태는 나를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강 건너 매실 마을 기슭에 허연 무엇인가가 눈길을 잡는다. 매화의 무리다. 봄비는 속절없이 추적 거리고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이 세상 어디에 누워있다는 실감이 난다.아침...
김베로니카
100세 시대 2015.10.23 (금)
얼마 전 한인타운에 볼일이 있어서 간 일이 있었다.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앉아서 무심히 내다본 길에 어느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연세가 높으신 듯 걸음걸이가 이상했다.종종걸음으로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아주 힘들게 걷고 계셨다.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또 안쓰러워서 계속 지켜보게 되었다.버스 정류장에서 한인타운까진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그 노부부는 아주 천천히 힘들게 걸어오고 계셨다.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먹고 있는데 마침 그...
김베로니카
며칠째 비가 내린다.눈이 내려도 비가 내려도 밤에 예쁘게 내리더니 오늘은 빗소리가 온종일 경쾌한 노랫소리처럼 울려 퍼진다.쓸쓸한 바람이 열어놓은 창문으로 한기를 느끼게 하지만 기분은 상쾌하다.어디론지 떠나고 싶다.혼자서 길을 나서볼까?벤프로 가 볼까.창가에 앉아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그저 앉아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루이스 호수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어떤 소리로 다가올까. 내리는 빗속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내가 그 속의...
김베로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