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소통의 변화

예종희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0-23 09:46

예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상한 꿈을 꿨다. 지금도 팔과 몸 여기저기가 결린다. 꿈에서 내 방이 하나 더 새로 생겼다. 그때는 꿈인지도 몰랐다. 방 안쪽에 못 보던 문이 하나 더 있길래 살짝 열어봤더니 원래의 내 방만한 공간이 또 하나 안으로 펼쳐져 있는 게 아닌가?
 
그러지 않아도 집이 점점 좁아져서 고민이었는데 또 하나의 내방공간이 새로 생겼으니 이게 무슨 횡재인가? 근데 가만. 이방을 뭘로 쓰지? 나만의 서재로? 아님 응접실? 작업실? 실험실? 영화감상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니 다용도로 쓰는 것이 좋겠다 싶다. 마침 가끔 손님과 담소도 나누고 넉넉히 시간을 같이 하려면 음료수라도 내어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응접실 테이블과 의자를 둘 공간이 항상 아쉬웠었는데 그걸 마련해서 그럴 듯하게 사람사는 공간으로 꾸며 봐야겠다.
또는 한국에서 친구나 손님이 불시에 방문하면 임시 침실로 사용해도 되겠다 싶어서 필요한 침구도 구상해 보았다. 침대를 벽장식으로 한쪽에 만들까? 그건 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창고에다가 옮겨 놓았던 의자와 오래된 테이블을 다시 꺼내서 닦고 끙끙대며 옮기다가 문에 끼어 잡아 빼는 와중에 잠이 깼다. 꿈속에서 얼마나 용을 썼는지 깨어난 지금도 몸이 여기저기 뻐근하다.
근데 가만. 우리에게 지금 현실이 이렇게 변화한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에게 2-30년 이상의 시간이란 방이 하나 더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 방이름을 노년의 삶이라 해보자. 이제 노년의 삶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
 
60세의 생일을 환갑이라 한다. 이제 60세는 더이상 옛날의 환갑이 아니다. 환갑잔치는 끝난 것이다. 30년 정도의 시간을 덤으로 얻은 우리 인류는 대탈출에 성공하였다. 2차대전 이후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정책경쟁을 한 결과 인류의 3대 두려움인 전쟁과 빈곤과 전염병으로부터의 드라마틱한 대탈출은 이제 수명연장이라는 새로운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그와 관련되어 파생된 새로운 문제들도 우리를 괴롭힌다. 제도는 과거의 수명을 기준으로 만들었으나 수명이 늘어난 현실은 과거의 제도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연금이나 의료 등의 사회적인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개인의 행복추구에 덤으로 얻은 시간을 고통을 줄이고 얼마나 행복하게 보낼까에 모두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고민에 익숙하지 않다. 목적지점. 목표에 빨리 도착하는 추격모델의 효율성만 익숙하기에 새로운 문제에 해결책을 찾는 법에는 당황한다.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노력부족으로만 탓할 수 없다. 변하는 현재에 머무르며 재구성하고 현실을 감상하며 현실을 재해석하는 법은 비효율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니체가 그러지 않았던가? 행복해지려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우리는 행복에 연습과 훈련이 되어있지 않다. 개인의 행복이란 가치는 공동체의 도덕과 덕목 앞에서 많은 부분 양보 되었다. 우선순위는 뒤로 밀리고 개인주의로 오해받아왔다. 하버드 대학의 한 추적 조사에서 행복의 많은 부분은 충만한 관계에서 온다고 한다.
그 충만한 관계는 무엇으로 형성이 될까?
그 관계의 많은 부분이 언어 행위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표현된 언어는 인간의 마음인 욕망에 의해 심연에서부터 조종된다. 하여 욕망이 요동치면 그 위의 감정들을 일깨워 그가 표현하는 언어는 성난 파도가 된다. 그러니 어느 순간 내 언어가 친절함과 상냥함을 잃고 사나 와져 있다면 먼저 내 욕망을 살펴봐야 한다.
 
세상의 힘이 변화하고 있다. 그 힘은 수직적인 서열관계에서 수평적인 유연한 소통능력으로 그 중요성이 이동했다. 이제 정확한 말하기 보다 주고받는 공감적 대화가 더 영향력을 가지는 시대이다. 새로운 현실 안에서 그 변화의 맥락을 연결하고 재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이다. 이는 가속화되고 넓어지는 변화의 시대에 더 필요해지는 생존기술이다. 이러한 가치 부여의 능력이 혼란을 헤치고 질서를 잡아가는 혼돈의 시대에 중요하다.
무조건적인 일방향의 말하기보다 듣는 대상을 먼저 듣고 인식하여 파악하고 말하는 쌍방향의 말하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소통방식을 대화라 한다. 말하기의 화술보다 듣는 자를 먼저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어떤 눈물 2023.11.20 (월)
   벌써 14년 전이다. 한 방송사가 47주년 특별 기획이라며 보여주던 다큐멘터리는 참 충격적이었다. 우연히 채널을 돌렸다가 보게 된 프로였는데 지금도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지구 온난화로 사냥터를 잃어가는 북극곰의 눈물, 빨리 녹아 사라져버리는 작은 유빙流氷에 갇힌 바다 코끼리, 사라지는 툰드라에서 이동하는 순록 떼의 모습은 결코 아름다운 영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로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는...
최원현
추수감사절 2023.11.20 (월)
바람에 출렁이는 이삭이하늘 문에 닿아 노크를 하네이제는 두 손 모아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시간공중에 나는 새도 가만히 내려와바닥에 떨어진 이삭을 쪼네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 재단에잔치를 베푸시는 농부의 손은거룩하기만 하고허수아비도 참새도 즐겁게 춤을 추면서풍년을 노래하는 추수감사절부귀영화도 한낱 바람과 같다고 하나오늘 만은 들꽃처럼 환하게 노래 하려네
유우영
금은달 금은별 2023.11.15 (수)
하아. 은별이는 침대에 털썩 드러누우면서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사 온 집은 말이 좋아서 현대식 한옥이지, 낡은 한옥에 부엌과 화장실만 신식으로 덧지은, 그냥 시골집이었다. 이사를 가지 않으면 밥도 안 먹고 학교도 다니지 않겠다고 강짜를 부리긴 했지만, 이런 깡촌으로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방문 너머로 아빠와 통화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럼, 잘 도착했지. 이삿짐 아저씨들이 다 제자리에 들여놔줘서 정리만...
곽선영
바다/윤동주(사실적) 실어다 뿌리는바람조차 시원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촘히고개를 돌리어 삐들어지고 밀치고밀치운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폭포처럼 피어오른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바다는 자꾸 설워진다.갈매기의 노래에...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바다9/정지용(감각적) 바다는 뿔뿔이달어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같이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명희
가을에는 2023.11.15 (수)
단풍잎은 붉디붉고하늘은 깊고 푸르다 아롱다롱 단풍 숲에서뛰노는 아이들 얼굴에물드는 가을빛 바람이 한차례 지나가니우수수 떨어지는 단풍잎이산길 오솔길에 힘없이 내려앉는다 호들갑스러운 낙엽은바람의 꼬리를 잡고 빙빙 돌고비처럼 내리는 가을은내 가슴팍으로 파고든다 슬픈 그의 얼굴을 손바닥에 올려놓고정답게 비벼본다가을은 어찌 쓸쓸한 계절이던가 우리 모두 때가 되면 떠나야 되느니슬퍼하지 말자아름다운 날...
조순배
가을바람 2023.11.06 (월)
살랑살랑 나뭇가지흔들며 노닐다가 점잖은 하늘아래웃음이 헤퍼선지 한기(寒氣)로옷 벋는 나무 곁을실실대며 지나간다  선비 같은 계절에국화는 제쳐두고 농밀(濃密)한 코스모스짓궂게 희롱(戱弄)하니 더불어놀던 잠자리놀란 눈이 멀뚱하다
문현주
행복해? 2023.11.06 (월)
  내 제자 중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발달장애)가 있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수업이 끝나면 “행복해?”라는 질문을 한다. 아직은 한국말이 서툴러서인지 그렇게 물어본다. 그래서 행복하다 것이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지만 그래도 정확한 뜻을 알기위해 사전을 찾아보았다.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 라고 한다.    “난 가르치기 힘든데 뭐가 행복하다고 묻는 걸까?” 그런데 막상 물으면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청 박혜정
지금이 좋을 때 2023.11.06 (월)
  왼쪽 눈에 황반변성이 생겨 주기적으로 동네 안과에 다니고 있다. 어느 날 진료를 마친 원장님이 말했다. 의학 전문지에 올라온 통계를 보니 노년의 건강이 잘 유지되는 시기는 대개 75세까지 라며, 눈에 이상이 있다 해도 지금이 좋을 때라고 했다.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그는 “내 발로 걸어서 내가 가고 싶은 데를 갈 수 있으면 좋을 때지요.”라고 했다.  내 발로 걸어서 어디를 간다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지 체력이 좋은...
정성화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