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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여행 견문록

김 보배아이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6-23 15:01

김 보배아이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봄 소풍을 떠나는 시각, 오월의 햇살을 기대했으나 먹구름이 내려와 있었다. 밤잠을 설치지는 않았지만, 생애 처음으로 패키지여행에 참가하는 아침이어서 조금은 설렜다. 내 나이가 아직은 시니어 그룹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도 일행에 나를 끼워 주셨다. 


캐나다에 산지 거의 이십 년이 흐르는 동안 아이 넷을 키운다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드디어 오늘 하루쯤 행선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관광버스에 이 한 몸 자유분방하게 실었다. 내가 버스에 올랐을 때 좌석은 이미 만석이었다. 9시에서 9시 반 사이에 탑승한다고 하여 9시 반에 맞춰 갔더니 어른들은 모두 9시까지 오셨던가 보다. 헐레벌떡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가는 길에 먹으라고 간식을 주신다. 약식이다! 우리 집에 함께 사는 남자 어른이 제일 좋아하는 종류의 식품이라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 내 비록 관광버스에 자유분방하게 몸은 실었으되, 여전히 집구석에서 떠나지 못한 정신을 발견하자 소름이 살짝 돋았고, 머리를 도리질하며 배고프면 내가 먹어야지 다짐했다.         


이 여행의 묘미는 단연 ‘씨 투 스카이(Sea to Sky)’라는 이름도 고즈넉한 120km의 해안도로를 따라 두 시간을 굽이굽이 타는 드라이브다. 이민 오고 얼마 안 되어 이 길을 처음 운전했을 때 인상은 그랬다. 서울에서 벗어나 미사리를 지나 양평으로 향하는 길을 닮았다고. 그래서 서울 생각이 나면 그냥 밟아 목적 없이 한 번씩 이 길을 달렸다. S자로 굽어진 도로를 달릴 때 왼쪽으로 바다에는 섬들이 거대한 선박처럼 두둥실 떠 있고, 오른쪽으로는 백 년이나 녹지 않은 눈이 덮인 산등성이가 병풍을 만들었다. 사계절 내내 고개를 들기만 하여도 볼 수 있는 설산의 풍경이라니 과연 캐나다의 거주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가이드가 인솔하는 관광버스를 어렸을 때 엄마 손을 붙들고 탄 적이 있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아주머니들이 참 많이 자리를 옮기고 돌아다녔다. 떼창으로 노래 부르기는 물론, 춤도 가능했다는 것이 기억난다. 그 부인들이 추신 춤은 좁은 공간이지만 양손 엄지를 추켜세워 어깨춤을 추는, 이름하여 '관광버스 춤'이다. 무용학원장님이었던 젊은 시절 우리 엄마의 패기 넘치는 표정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시면서 엄마는 기함하셨다. 두 허벅지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좁은 버스 통로를 오가며 좌석 팔걸이에 부딪힐 때 생긴 멍이었다. 


우리가 탄 버스에 관광버스 춤은 없었다. 하지만 열창의 가요무대는 있었다. 노사연의 '만남'을 다 같이 부르는데 내가 앉은 뒷자리에 앉은 분의 목청이 우레와 같았다. "쏴랑해~ 쏴아랑해~ 너를, 너어를 솨아랑해~" 그런데 왠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봰 분이더라… 기억회로를 십수 분 돌렸더니 생각이 났다. 캔남사당패에서 판소리를 오래 수련하신 김유자 씨였다. 한 행사장에서 판소리 흥보가의 화초장 타령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내가 그 행사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한 번 만난 얼굴이었지만 기억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공연을 얘기하며 인사드렸더니 기뻐하셨다. 


우리 버스는 로얄관광의 홍선민 가이드가 인솔했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며 바라본 창밖 풍경과는 지금이 많이 다르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졌다. 버스의 구조상(장거리 여행자를 위해 트렁크와 화물을 싣는 아래 칸이 있어 승객 칸이 높음)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적어도 2미터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임을 인식시켜 주었다. 담장 너머 풍경을 보기 위해 까치발을 해서라도 눈높이를 높이는 것을 생각해 보면 높이에 따라 풍경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설득되고도 남았다.   


눈이 호강하는 사이사이에 베테랑 여행가이드의 이야기보따리가 풀렸다. 봄이면 심심찮게 마주치는 캐나다 야생 곰 이야기를 시작으로 8천 킬로 떨어진 망망대해에서 자기가 태어난 산꼭대기의 물맛을 따라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이야기, 아시아로부터 베링해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이 땅의 원주민 역사를 총망라한 캐나다의 찐정보가 줄줄이 이어졌다. 죽을 힘을 다해 중력을 거슬러 오른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바로 그 장소가 아니면 알을 낳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왜힘들게 강을 올라와 적당한 장소에 알을 낳지 않고 죽는 연어들이 있는지 이해가 갔다. 곰의 겨울잠 기간은 장장 4개월에 이른다고 한다. 곰이 동면에 들기 직전이 바로 연어들이 물살을 거슬러 산에 올라오는 시기란다. 이때 곰은 연어를 최대한 잡아먹는데,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어 살이 아닌 연어 껍질만을 벗겨 먹는다고 한다. 그것도 능수능란하게! 넉 달간 생존을 위한 최대한의 지방만을 섭취하기 위함이다. 참으로 신기한 자연의 섭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한 이야기가 있었다. 구사일생으로 제 산란지에 당도한 연어가 죽는 장면이다.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마감하는 연어다. 어미는 자기가 태어난 그 곳에 종족을 해산한다. 꼬리로 흙을 깊이 파고 그 속에 다시는 못 만날 운명이 예정된 제 새끼들을 묻는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 어미는 자신의 등을 꺾는다. 흡사 어머니가 당신의 팔을 구부려 아기를 안듯이. 알을 지키고 천적들에게 제 살을 뜯어 먹히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비씨주 한 도시의 이름이기도 한 ‘샐몬 암(Salmon Arm)’에 대한 설명에서는 그만 눈물이 났다.


‘씨 투 스카이’의 여정에는 두 개의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일단 차이를 말하면 ‘쉐넌 폭포(Shannon Falls)’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 구경이고, ‘브랜디와인 폭포(Brandywine Falls)’는 저 깊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 구경이다. 쉐넌 폭포는 공원 입구에서부터 들리는 물소리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어떻게 생긴 폭포일까. 오르막길로 쉬엄쉬엄 십여 분 남짓 오르면 폭포가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 높이와 한꺼번에 쏟아지는 물의 양에 놀라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막힌 속을 뚫는다. 계곡 바위를 따라 산을 타는 젊은 사람들도 보인다. 멀리서 보니 큰 물줄기 아래 서 있는 사람이 금세 손바닥만 해지고, 개미만 해진다. 


브랜디와인 폭포도 주차장으로부터 500미터 거리에 있다. 우선은 입구에서 폭이 좁은 다리를 건넌다.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면 잠깐은 아찔할 만큼 높다. 세찬 급물살이 내는 굉음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린다. 짧은 산책길을 지나면 기찻길이 나타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날 리 없듯이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철로 위에 서서 균형을 잡으며 아이처럼 웃고, 사진도 한 장씩 담는다. 조금 더 산길을 오르면 이윽고 폭포가 나타난다. 두 사람이 각각 브랜디와 와인을 걸고 폭포의 높이를 맞추는 내기를 했다고 한다. 브랜디를 건 사람이 이기는 바람에 브랜디가 이름 앞에 붙었다는 전설이다. 70미터나 되는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의 낙하가 뿜어내는 광경은 장엄했다. 깊은 산중에 사오백 년 된 나무들이 흙 속에 머금었던 수개월, 수년 전의 빗물이 때가 되니 이제는 중력이 이끄는 대로 거침없이 휘돌아 나와 폭포수가 되는 것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 스님의 유명한 법어가 절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일행은 ‘알타 레이크(Alta Lake)’에 내려 각자 싸 온 도시락을 먹었다. 피크닉 테이블마다 오색찬란한 김밥과 과일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한 이모님이 사진기를 들고 쭈뼛거리는 내 팔을 잡아당겨 많이 먹으라고 해주시고, 서상빈 대장님의 사모님도 아침에 손수 준비한 샌드위치를 건네주셨다. 나는 간밤에 먹다 남은 피자 한 쪽과 당근 몇 조각을 봉지에 둘둘 넣어온 것으로 허기를 채운 참이어서 식욕이 없었는데도 사양을 안 하고 어른들이 주시는 대로 먹었다. 배가 부르니 봉사심이 우러나와 어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제안했다.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체조를 하면 어떻겠냐고. 그래도 이 사람이 무용과 출신으로서 맨손 체조라도 해서 뜻깊은 여행에 한 점 감흥을 더하고 싶었다. 사지를 늘리고, 돌리고서 들숨을 크게 들이쉬니 공기가 달큰하고 시원했다.

 

드디어 ‘휘슬러 빌리지(Whistler Village)’에 도착했다. 때마침 휘슬러 마을의 산할아버지가 구름모자를 쓰고 계셨다. 북적이는 거리거리에는 자전거가 즐비했다. 이 특별한 마을은 겨울에는 스키어들의 천국으로, 여름에는 산악 자전거인들의 파라다이스다. 젊은 기운이 공기 중에도 감지되었다.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 커피 한잔 홀짝이고도 싶었지만, 시간 안에 버스로 돌아가야하는 처지여서 일단은 발걸음을 총총거리며 구석구석을 파헤쳤다. 산악자전거 입문자들로 추측되는 젊은 학생들이 이열종대로 각을 세우고 서 있는 곳으로 갔다. 조교 선생이 뭐라고 하는지 엿들어 보려고 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흠… 역시나 잘 안 들려서 분위기만 파악했다. 자신의 자전거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수준에 맞게 산중턱에 내리라는 안내 사항이었으리라. 곤돌라 정거장을 기웃거리다가 한 아가씨와 눈이 마주쳤다. 아가씨에게 시작한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다. 그 아가씨 하는 말이 작년부터 시작했다고. 너무 재밌다고 했다. 바이커들이 산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지그재그로 미끄러질 듯 말듯 아슬아슬 내려오는 모습을 잠시 구경했다. 십 대에서 삼십 대 가량의, 반드시 남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여자도 꽤 섞여 있었다. 나의 절친 중에 암벽등반 하는 부부가 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아이 둘을 낳았다. 한 살과 세 살 된 아이 둘을 앞뒤로 업고, 메고 텐트와 음식, 물을 걸러 마시는 필터 등의 온갖 생활용품을 이고, 지고 캠핑을 가는 친구들이다. ‘이 사람들은 인생을 즐기는 수준이 나와는 상당히 차이가 나네.’ 생활 속에서 이처럼 스포츠가 살아있어서 인생의 고비를 마주할 때 이 사람들은 조금은 여유가 있게 넘어가지 않겠나 싶다.    


올라가는 버스에서 추억의 가요를 들었다면, 돌아오는 버스는 찬양의 향연이었다. 편안한 곡조에 나도 모르게 잠깐씩 졸았다. 피곤하면서도 마음은 새로웠다. 하루동안 이렇게 좋은 곳을 두루두루 다닐 수 있다니 감사했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깨달음을 쫓고, 신을 찾아 헤맨다. 어떤 이는 부처님을 만나고, 어떤 이는 예수님을 만나고. 하지만 누구를 만나건 간에 결국은 실천이다. 실천이 없다면 죽은 신앙이다. 나는 오늘 귀소본능을 실천하는 연어를 만났다. 산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성장한 후에 죽을 때는 온 생을 복기해서 다시 산으로 돌아오는 연어, 우주의 순리를 따르는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하는 연어에게 배운다. 


여행이란 낯선 곳에 나를 몰아넣는 재미일 것이다. 멋모를 때 떠나지 못한 배낭여행에 대한 한이 늘 남아있었다. 체 게바라의 삶에서 그의 혁명, 고귀한 도전 그런 건 차치하고, 그가 남미대륙을 오토바이 한 대를 믿고 친구와 떠난 무전여행 대목을 사랑한다. 직장생활 중에 미국, 인도,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간 적이 있었다. 한국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의 생경한 경험은 나의 따분함을 해소해 주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넓은 나라에 살고 있다. 

writingmyparentsl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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