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2020년 초에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으로 일상생활 패턴이 전 세계적으로 변한 지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전은 지구 어느 한 곳에 일어난 사건이나 사변이 거의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고,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구 사회(Global Society)를 가능케 했다. 천재지변 소식은 인터넷이나 신문,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하여 거의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것이 한 예다. 이러한 소식이 들릴 때 직접 관계가 없는 한 일상이라 생각하며 남의 집 불 보듯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큼직큼직한 재해들이 더 자주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며 살았다. 예수님 제자가 세상 끝 날에 어떤 징조가 일어나느냐 물었을 때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곳곳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이 모든 것이 재난의 시작이라. (마태복음 24:7, 8)”하신 말씀이 마음에 생각나곤 했다. 현재 보도로는 세계 여러 곳에서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일어나고 전쟁의 기운이 돌고 있다.
밴쿠버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 주에서 제일 큰 도시로 태평양 연안에 있다. 캐나다의 관문 항구로 세계 미항 중 하나다. 온난한 겨울과 쾌적한 여름으로 매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4대 도시 중의 하나로 꼽히고, 천당 직전에 있는 999당이라는 별명도 가진 도시다. 펜데믹으로 침울한 2021년을 보내며 연말이 되면 무슨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소망이 있었다. 그러나 밴쿠버로 이사와 35년 사는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 변화를 겪었다. 2월에 유례없던 바람, 눈, 얼음을 동반한 2차례의 겨울 폭풍 (Winter Storm), Uri(2월 13~17일)와 Viola(2월 15~20일)가 몰아쳤다. 2월 7일 저녁부터 온도가 섭씨 영하 10도 이하로 갑자기 떨어졌고, 영하 17도까지도 떨어지는 날씨가 일 주간 계속되었다. 혹자는 그게 뭐 대수나 하겠지만 밴쿠버가 2월에 이처럼 오랫동안 추운 해는 10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BC 주에는 별 타격 없이 북미 남쪽으로 남하하여 동쪽으로 이동하며 멕시코를 포함한 미국 남부 주들과 캐나다 동부에 있는 주에게 전례 없는 막대한 재산과 인명피해를 입혔다.
3월이 지나고 4월이 되어 기다리던 1차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았다. 관광 계절의 절정인 계절의 여왕 5월이 왔으나 여행 제재 때문에 한산했다. 1차 백신 후 옥외 활동이 약간 완화되었지만, 여행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었다. 6월 초순에 2차 백신을 접종받았다. BC 주 고질 중의 하나는 여름 동안 너무 건조한 공기로 인하여 산불이 자주 일어난다. 2021년도 예외 없이 수백 곳에서 산불이 났다. 여름에 25도를 넘는 날이 별로 없는데 6월 17일에 26도로 올라간 온도는 30도 근방에서 8월 15일까지 계속됐다. 이 이상기온은 1,000년 만에 서 북미주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학자들은 분석했다. 6월 24일에 열파도 (Heat Wave)가 온다는 경고를 내렸고, 6월 26일에 37도까지 올라 집 잔디를 깎는데 열 상승으로 엔진이 정지됐다. 27일에는 41도, 28일에는 43도를 기록했고, 밖에 나가면 살갗을 바늘로 찌르는 느낌이었다. 에어컨 없으면 잠자리가 불편했다. 번지는 산불로 공기 청정도 인덱스가 300~400되는 날이 여러 날 계속되었고, 해는 마치 낮에 나온 보름달 모양으로 둥근 붉은색이어서 맨눈으로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 제일 높은 온도를 기록한 곳은 밴쿠버 북동쪽 약 260km 떨어진 Lytton이라는 작은 마을(인구 약 250)로 29일 온도가 49.5도였고, 27, 28 양일간 46.1도를 기록했다고 했다(과거 최고기록 47.9도). 29일 자 CTV News에 의하면 광역 밴쿠버에선 134명이 즉사했고 많은 짐승이 죽었다고 한다. BC 주 검시서(BC Coroners Service)의 발표에 의하면 열 파도로 인한 사망자 수는 최소 595명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번지는 산불로 인하여 미세먼지와 지상 오존에 의한 공기 청정 주의보(Air Quality Advisory)가 내렸고 이러한 날이 수일간 지속했다. 밴쿠버가 왜 이래! 세상 종말이 오려나? 두려운 생각이 났다.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소식은 Lytton 마을이 산불에 의하여 90%가 전소되었다는 것이다.
8월 말경부터 온도도 떨어지고 비도 내려서 산불도 제압되고 밴쿠버의 우기가 시작되었다. 날씨는 늘 흐리거나 부슬비가 내렸다. 11월 초에 부스터 백신(Booster Vaccine) 접종받았다. 11월 첫날은 해가 났으나 2일부터 내리는 비는 바람을 동반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15일까지 계속 내렸다. 우산 들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우산 없이 밖을 다닐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기상주의보 (Weather Advisory)가 연일 발표되었고, 15일에는 폭우 경보가 내렸다. 센 바람과 함께 장대비가 온종일 내렸다. 도처에서 막대한 홍수피해가 보도되었다. 학교 문은 닫혔고, 침몰과 산사태로 경제 동맥 역할을 하는 고속도로와 철도가 막히고, 어떤 도시는 전체가 침몰당하여 시민 전체가 대피해야 했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로 발생한 매우 희귀한 기류 강(Atmospheric River)이 많은 수분을 품고 BC 남부와 미국 Washington 주 북부를 지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앞으로 더 큰 기류 강이 더 많은 수분을 품고 올 수도 있다고 했다.
12월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영상 온도를 유지했고 한두 번 비가 섞인 눈이 왔으나 하루 지나면 녹아 버렸다. 24일 오후부터 눈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성탄일인 25일에 일어나니 밤새 내린 눈이 수북이 쌓여 한 폭의 그림과 같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문제는 온도가 갑자기 영하 8도까지 내려가서 밴쿠버 표준으로 혹독한 추위였다. 여기는 집 앞길과 현관으로 들어오는 통로의 눈을 치우지 않아서 보행자가 상처를 입으면 벌금을 내게 되어있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고 심한 협착증이 있는 필자는 이 많은 눈을 어떻게 치나 걱정이 태산 같았다. 늦게나마 장시간에 걸쳐 치우고 나니 또 하얗게 덮였다. 복싱데이인 26일은 영하 13도를 기록하였고 거의 15cm 눈이 쌓였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치우지 못하고 27일이 되니 눈이 그쳤다. 눈은 20cm 넘게 쌓여 있었고 치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온도는 여전히 영하 10도 미만으로 30일까지 계속되었고 어느 날은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 교인 중 한 사람은 수도 파이프가 얼어 터져 물난리를 겪기도 했다. 이렇게 장기간 온도가 내려가고 많은 눈이 온 일은 10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밴쿠버에서 35년 동안 살아오면서 작년에 이변을 4번이나 경험하니 은근히 걱정된다. 몸도 젊은 날 같지 않은데,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이보다 더 심한 이변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고 하니 더욱 걱정된다. 2022년에는 팬데믹도 끝나고, 나라들이 전쟁을 끝내고 협력하여, 지구 온난화를 막아 이변의 강도와 횟수를 감소시키기를 소망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의원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