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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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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12-03 16:53

아청 박혜정
한국 문협 밴쿠버 지부회원 순수문학 등단
캐나다 뮤즈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
사진과 친해진 것은 이민을 와서이다. 또 이민을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전공이 같은 사람끼리 일을 하고 만나다 보니 같은 분야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래서 다른 일이나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은 거의 만나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사진을 찍을때는 어느 장소에 왔다는 것을 기념하거나 그 때를 기억하기 위해 찍은 사진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처음 산에 갔을 때 무심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고대장님이 찍은 사진을 보시고는 소질이 있다면서 가볍고 줌(Zoom)이 잘되는 카메라를 사서 가지고 다니면서 찍어보라고 권해주셨다. 산행 팀과 함께 다니며 산행과 사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열심히 다녔다. 사진에 관심이 생기면서 사진을 좀 더 배우게 되었고 사진을 취미로 하는 단체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사진을 찍으러 가는데 처음에 “출사”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는 뭔가 전문인이 된 것 같은 마음에 우쭐해짐을 느끼기도 했다. 저녁 야경을찍기 위해 해가 지고도 만나고, 멀리도 가고, 비가와도 만나고…. 하지만 아직은 시간의 제약을 받다 보니 재미있고 신기하고 사진에 대해많이 배울 수 있었지만 아쉽게 계속하기에는 무리가 되었다. 그래서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산행을 하며 찍는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진을 전문적으로는 찍지 않아도 많이 찍다보니 이제는 시나브로 실력이 늘어 볼 만한 사진이 조금 있게 되었다. 전 같으면 사진을 찍은 후에는 나만 보곤 했을 텐데, 이제는 산행 팀 사이트나 페이스 북에 올리다보니 많은 사람과 같이 감정적 교류를 나눌 수도 있게되었다. 어느 날 로키포인트 파크에 갔는데 저 멀리에 바람에 날려 부러진 우산살을 가진 우산이 뒤집혀 있었다. 나는 큰 의미는 없이 찍어서 올렸는데 누군가 그것을 보고 자기의 처지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또 한 번은 멋진 노을, 햇살이 들어오는 숲 등의 사진을 올렸는데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되었나보다. 그즈음 꽤나 우울했는데 사진을 보고치유가 되었다고 사진을 더 보내달라고도 했다. 한국에 있는 지인이 허리 수술을 해서 아파서 누워만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마침그 날 산 정상에서 정월 대 보름달을 보러 가는 때라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카톡으로도 해가 지는 영상을 중계방송 해 주었다. 감상하는동안 아픔을 잊을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하셨다.

사진을 찍는 일도 사진기 안에만 사진을 두면 모르지만 찍은 사진을 나누려면 꽤나 바쁘다. 보정도 살짝 해서 SNS에 올리고 다시 컴퓨터에 저장하고. 하지만 너무 많은 보정을 한 사진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꼭 가짜 그림 같다. 내 생각에는 화장도 자꾸 하다 보면 진해지듯이 보정도 많이 하다 보면 살짝 한 것은 안 한 것 같아서 진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보통 산에 다니다 보니 자연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 늙어 밖으로 다니기 힘들 때가 오면 ‘디지털 액자에 내가 찍은자연 사진을 보면서 감상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지금부터 배가 부르다. 단순한 사실적 사진에 추억까지 함께배어있는 사진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요즘에는 사진에 조금씩 미쳐 가는지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나 광경이 사진 앵글로 보인다. 음악은 순간예술이라 그 순간의 연주로 평가를받게 됨으로써 연주자가 조금의 실수라도 하면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허무함도 있다. 하지만 사진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과거로모든 장면이 저장이 되고, 또 그것을 보는 사람이 그림을 감상하듯 각기 다른 생각으로 위로를 받게 되는 예술인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평생해온 음악 이외에도 사람들의 감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진의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에게 사진을 통해 힐링의 순간을 전달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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