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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7-08-04 09:51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지루하게 오는 비를 잊으려고 성급한 마음으로 달력을 한 장 넘겨 본다. 나는 달력을 한 장 넘겨 봄을 맞이했고 또 한 장을 넘겨 여름을 맞이하려 한다. 이렇게 지루한 겨울비를 멀리하고 나는 차를 한 시간 정도 운전하여 반가운 얼굴을 보러 달려 본다. 아직 싹을 투우치 않은 널은 농장 이제는 군데군데 파란 들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과 함께 동산은 점점 이름다워진다. 이러한 들판을 달리다 보면 나를 반기는 얼굴을 만 날 수 있다. 막내아들이 귀여운 손녀를 낳은 지 일 년이 되었다. 산후 휴가로 그런대로 엄마가 돌보았는데 직장으로 복귀한 며느리를 대신한 아기 보기가 시작된 것이다. 나에게는 큰일을 해내는 것이다. 외 손주들은 보았지만 친손녀는 처음이다. 막내로 아들을 두었으니 나로서는 좀 늦은 편이다.

이렇게 늦은 나이에 시작된 아기 보기가 사돈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 정성으로 키운 딸을 내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 일곱 해나 되었다. 나와 동갑인 사돈은 엄격히 말하면 생일이 나보다 서너 달 앞이니 형님인 셈이다.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한, 서로가 말이 통하는 친구 같은 사돈을 만난 것이다. 이렇게 만난 사돈, 늦게 얻은 손녀를 돌보느라 애를 쓴다. 힘들 것도 없으련만 우리 나이에는 조금은 힘에 부친다. 그래도 하루하루 늘어나는 재롱과 변화를 보며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인지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인다. 이른 새벽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해변 길을 산책한다. 이 새벽 산책은 오래된 나의 운동 방법이다. 중한 수술을 한 후 시작된 매일의 운동이다. 마음이 바쁘다. 반찬이라도 한가지 해서 갈 셈으로 서두는 것이다.

돌이 지나 한 달쯤 되었으니 말귀도 어느 정도 알아듣는 듯하다. 싫은 것과 좋은 것이 분명해진다. 앞니가 아래위로 두 개씩 그 옆에 송곳니도 하나 나왔다. 이가 여러 개가 나오니 먹는 것도 달라진다. 흐물흐물한 죽보다 오돌오돌 씹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하루하루 변하는 모습을 보면 힘든 것도 잠깐, 피곤함을 잊은 체 내일이 기다려진다. 무엇을 주면 좋아할까 궁리를 한다. 염려증이 심한 두 할머니 조심의 단계를 넘어 바들바들 떤다. 작은 실수로 후회되는 일이 일어날까 해서이다. 오전에 한차례 오후에 한 차례씩 낮잠을 잔다. 특별하게 매달려 할 일이 없지만, 출생 당시부터 돌보시는 외할머니는 그렇지 않다. 먹을 것을 준비하고 간식까지 챙기려면 항상 분주하시다. 간이 없이 먹는 그에게 약간의 간은 최고의 맛 난 식사가 되는 것이다.

오늘은 퇴근하는 엄마를 마중을 나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알고 있는 것이 있다. 엄마가 나간 길을 알고 있다. 나간 복도와 돌아오는 복도가 다른데 나간 길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가기를 지시한다. 일 년하고도 한 달, 인지 능력이 많이 발달한 상태인 것 같다. 고집을 부려 가리킨 곳으로 갔지만, 퇴근하는 엄마는 반대의 길로 돌아왔다. 다음날 또 마중을 나갈 때면 고집을 부리지 않고 나의 말을 듣고 잘 따라올 수 있을까? 순간 생각을 정리해본다.

이렇게 사소한 일로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이렇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이지만 우리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조금은 과한듯하지만 그래도 감사 하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할아버지에게 늘어지게 있었던 일들을 고한다. 듣던 할아버지 한술 더 뜬다. 똑똑하게 생겼지! 박사나 의사나 뭐~ 전문직을 해야 해! 하며 혼자의 만족으로 미래의 그림을 덧붙인다.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지금의 내 자식은 모두가 박사이고 천재이다. 그래서 자식을 힘들지 않게 기르게 되나 보다.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만의 만족으로 행복해하며 그래서 한 인생은 살아가며 또 살아지는 것인가 보다.

이렇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는 나 혼자 생각에 든다. 시간이 흘러 세월이 지나가도 개의치 않는 나이다. 무엇이 아쉬우며 무엇이 그립겠는가!. 그래도 내가 좋아하고 그리는 것은 너무 늦은 나이에 찾아온 순간이기 때문인가 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감사하고, 또 누군가에게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면 나의 작은 수고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 또 특별하게 감사한 것은 어렵다는 사돈이 친구처럼 가까이 지낼 수 있음이 감사 하다.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 같기 때문일까! 아니면 화통한 이해심에서 인가! 아무튼,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사돈과 이렇게 지낼 수 있음을 나는 항상 감사하다.

먼 훗날 그들이 나를 기억할 때 무엇을 얼만큼이나 기억할까! 또 내가 그들의 모습을 얼마 동안이나 지켜볼 수 있을까!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들 속에서도 내일을 기다리며 나의 행보는 계속될 것이다. 머지않은 날에 그는 날 웃으며 반길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라고 부르며 달려들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그려 보며 나의 행복의 순간은 계속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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