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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6-10-08 08:46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나는 손녀하고 놀기를 좋아한다. 미장원 놀이도 하고 가게 놀이도 한다. 나는 손님이 되고 손녀는 주인이다. 미장원을 차려 놓고 머리도 자르고 파마도 한다. 마음에 잘 들게 예쁘게 꾸며 주어야 한다. 빗으로 빗어 내리며 층이 지지 않게 잘 잘라야 한다. 이리 자르고 저리 자르며 뒷거울을 보여 준다. 이렇게 장난감 가위로 가위질을 한다. 마음에 드냐고 묻는다.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시 해달라고 지적한다. 손녀는 열심히 빗어 내리며 가위질을 한다. 이렇게 시작한 미장원 놀이는 계속된다.
 
  나는 계속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해 달라고 한다. 손녀는 신경질을 부리며 자기가 손님이 되겠다고 한다. 자리를 바꾸고 다시 시작한다. 보자기를 두르고 세팅 롤을 감고 파마를 한다. 짧은 머리라서 잘 감아지지 않는다. 그래도 잘 해보라 하며 머리를 내민다. 물을 머리에 발라가며 휴지로 말아 머리를 감아 놓는다. 이렇게 온 머리를 감아 놓고 거울을 보여 준다. “할머니, 이게 뭐야!” 하며 자기 머리를 보며 놀라 소리를 친다. “손님 마음에 안 드시는군요. 머리를 예쁘게 다시 말아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미장원 놀이는 끝나지 않는다.  풀었다 말았다 온 머리를  못살게 군다. 재미없고 지루한지 미장원 놀이는 그만 하자고 한다.
 
   또다시 시작 하는 것은 가게 놀이다. 침대위에 물건들을 쭉 펴놓고 파는 것이다. 인형도 팔고 인형 옷도 팔고 손수건도 팔고 없는 것이 없다.  학용품도 팔고 과자도 판다. 이렇게 손녀하고 장사 놀이를 할 때면 서로 비싸다고 실랑이를 한다.  또 많이 달라고 한다.  어느 것은 덤으로 끼워 주기도 한다. 손녀는 싸게 샀다며 좋아 한다. 이렇게 둘이 놀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다. 인쇄된 가짜 돈을 세어본다. 돈 계산을 하는 것이다. 덧셈을 하며 오늘 얼마를 벌었나 계산을 한다. 이렇게 놀면서 산수 공부도 한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손녀와 놀다보면 모든 것을 잊는다. 급하게 할 일도 걱정스럽던 어떤 일도 나 몰라라 한다.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 그와 똑같아진다. 보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싫으면 싫다, 예쁘면 예쁘다, 신경질 나면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 순전함이 좋다. 무엇을 감추려고, 무엇을 잘 보이려고 하는 계산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좋으면 감사한 그 자체가 기쁨인 것이다.
 
 
  나는 그를 천사라고 한다. 하얀 날개옷을 입은 천사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는 나의 눈에만 오로지 보인다. 그를 지극히 사랑하는 할머니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조건 없이 그를 이해하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나의 상상 속에 나오는 천사가 바로 내가 사랑하는 손녀다. 남들은 장난꾸러기 개구쟁이 말썽쟁이라고 말들 하겠지만 내가 친구하는 그는 하얀 날개옷을 입은 천사다. 특별히 나의 눈에만  보이는 천사인 것이다.
 
   그가 아리따운 숙녀가 될 때면 나와 함께 그가 좋아하는 예쁜 옷을 사러 백화점으로 쇼핑을 다닐 것이다. 그가 모는 빨간 자동차 옆에 앉아타고 신나게 달릴 것이다. 빨간 자동차는 손녀가 운전면허를 따면 내가 사 준다고 약속한 차다. 이렇게 나는 상상의 날개를 펴며 그를 그려본다. 조건 없는 사랑이라 말하였지만 나의 바람이 있다. 어렵고 고단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남다른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약한 자 또 소외된 자들을 위로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소원한다. 이렇게  어렵고 힘없는 사람들 편이 되어 돕는 사람, 세상에서 출세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소원한다.
 
   그는 폭넓은 이해심과 아량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할머니의 사랑을 편지를 써 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서로를 사랑하며 위할 줄 아는 그런 좋은 나의 친구가 될 것이다. 나의 꼬마 천사는 영원히 나를 기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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