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마미 함니(할머니) 룩 앳 더 문, 와우!'
큰 손녀가 아직 3살이 되기 전이었다. 아들네와 함께 오카나간 근처 포도원이 여기 저기 산재한 아름다운 곳에서 몇일 바캉스를 즐겼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동네 식당에서 마치고 숙소로 가던 중 언덕을 바라보며 차가 올라가고 있었다.
어른들은 자기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꼬마가 갑자기 함성을 지른 것이다. 아이가 가리키는 쪽으로 일제히 바라보니 그야말로 쟁반같이 둥근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유난히 그날은 달이 크고 아름다웠지만 어른들은 아, 보름달이구나! 하는 정도였다. 꼬마는 저녁 7시면 늘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아기의 취침 시간 때문에 달님을 실제로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일상의 리듬이 헝클어지는 바캉스 동안은 아이도 제 시간에 잠을 안자도 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거의 9시가 가까웠던 시간인지라 둥근 달이 이미 떠올라 있었고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달님을 제 눈으로, 그것도 보름달을 보고는 함성을 지르고 마미 함니 저것 보라고 손벽을 치고 좋아라 했다.
왜 어른들은 아이처럼 달님을 보고 기뻐 손벽치고 함성을 지르지 않는가? 다 자란 어른들은 아이처럼 감동을 할 수 없을까 생각 해 보았다. 우린 세상을 살면서 내가 접하는 모든 사물과 내가 만나는 이웃들의 생김새와 아름다움을 보면서 감동이 없다. 달은 달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고 저 친구는 그런 사람이라고 낙인 찍고 더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라고 판단하고 산다. 재미가 없다. 달님을 보고 아름답다고 소리 지르고 사람을 만나서는 그 사람의 독특한 면을 보고 경이로워 할 줄 모르는 나는 사물을 보는 눈과 마음이 모두 불감증에 걸린 것이다.
여기 12세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모든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프란치스코, 이태리 아씨시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부유한 포목상의 아들로 태어나 호탕하게 돈 잘 쓰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던 그는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워 이기고 돌아와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꿈에서 하느님의 계시를 받고 회개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세상의 부귀영화를 버린다. 그리고 수도자가 되어 자루 옷 하나 걸치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구걸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하느님의 사도가 된다. 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랐고 결국 프란치스코의 ‘작은 형제들’이라는 이름으로 수도회가 자연히 형성된다. 그가 부르짖은 덕행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자연을 사랑한 우주 만물에 대한 노래는 늘 나를 감동시킨다. 우주에 있는 인간을 포함하여 생물이나 무생물 모든 것들은 창조주에 의해 만들어졌다 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조주가 만든 모든 것들은 모두 한 형제요 자매이므로 높고 낮음도 잘나고 못나고도 없는 같은 형제 자매들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가 말한 우주 만물을 형제 자매로 받아드린다면 미워 할 사람도 싫어 할 동물도 없다. 모든 인간과 사물 들은 창조주의 작품으로 아른다움 그 자체 인 것이다. 그것이 어린아이의 눈이 아닐까! 그
프란치스코가 이렇게 우주만물을 모두 형제 자매로 여기고 그것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사랑의 언어로 말을 할 때 당시의 사람들은 물론 짐승들과 새들도 그를 따랐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일화는 무지기수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늑대가 그 앞에서 양처럼 순하게 머리를 조아려 사람들에게 순종한 구비오의 늑대 이야기, 새들에게 설교 한 이야기... 그에게는 그들이 모두 형제 자매였다.
아리답고 재롱 피고 힘세고 용감한 언니 불...
누나요 우리 어미인 땅....
그는 우리를 싣고 다스리며 울긋불긋 꽃들과
풀들과 모든 가지 과일을 낳아 줍니다 (태양의 노래 일부 발췌)...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이 달라져야 한다. 어린아이가 '와우 저것 좀 봐!'하고 경이로움으로 소리치는 마음을 어른들은 되찾아야 한다. 나는 오늘도 800년 전에 살았던 프란치스코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창조주가 우리에게 무상으로 준 이웃들과 창조물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그립다. 오랜 세월을 살면서 경직된 마음을 풀고 어린 아이처럼 감동하고 환희로 소리 칠 수 있는 마음이 그립다. 오늘 밤 내 머리 위에 별들이 몇 개나 떠 있을까 헤아림 끝에 예쁜 별 하나 따서 곤히 잠든 아기의 동화 책 갈피에 넣어 두리라.
큰 손녀가 아직 3살이 되기 전이었다. 아들네와 함께 오카나간 근처 포도원이 여기 저기 산재한 아름다운 곳에서 몇일 바캉스를 즐겼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동네 식당에서 마치고 숙소로 가던 중 언덕을 바라보며 차가 올라가고 있었다.
어른들은 자기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꼬마가 갑자기 함성을 지른 것이다. 아이가 가리키는 쪽으로 일제히 바라보니 그야말로 쟁반같이 둥근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유난히 그날은 달이 크고 아름다웠지만 어른들은 아, 보름달이구나! 하는 정도였다. 꼬마는 저녁 7시면 늘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아기의 취침 시간 때문에 달님을 실제로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일상의 리듬이 헝클어지는 바캉스 동안은 아이도 제 시간에 잠을 안자도 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거의 9시가 가까웠던 시간인지라 둥근 달이 이미 떠올라 있었고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달님을 제 눈으로, 그것도 보름달을 보고는 함성을 지르고 마미 함니 저것 보라고 손벽을 치고 좋아라 했다.
왜 어른들은 아이처럼 달님을 보고 기뻐 손벽치고 함성을 지르지 않는가? 다 자란 어른들은 아이처럼 감동을 할 수 없을까 생각 해 보았다. 우린 세상을 살면서 내가 접하는 모든 사물과 내가 만나는 이웃들의 생김새와 아름다움을 보면서 감동이 없다. 달은 달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고 저 친구는 그런 사람이라고 낙인 찍고 더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라고 판단하고 산다. 재미가 없다. 달님을 보고 아름답다고 소리 지르고 사람을 만나서는 그 사람의 독특한 면을 보고 경이로워 할 줄 모르는 나는 사물을 보는 눈과 마음이 모두 불감증에 걸린 것이다.
여기 12세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모든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프란치스코, 이태리 아씨시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부유한 포목상의 아들로 태어나 호탕하게 돈 잘 쓰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던 그는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워 이기고 돌아와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꿈에서 하느님의 계시를 받고 회개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세상의 부귀영화를 버린다. 그리고 수도자가 되어 자루 옷 하나 걸치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구걸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하느님의 사도가 된다. 후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랐고 결국 프란치스코의 ‘작은 형제들’이라는 이름으로 수도회가 자연히 형성된다. 그가 부르짖은 덕행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자연을 사랑한 우주 만물에 대한 노래는 늘 나를 감동시킨다. 우주에 있는 인간을 포함하여 생물이나 무생물 모든 것들은 창조주에 의해 만들어졌다 는 것이다. 그러므로 창조주가 만든 모든 것들은 모두 한 형제요 자매이므로 높고 낮음도 잘나고 못나고도 없는 같은 형제 자매들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가 말한 우주 만물을 형제 자매로 받아드린다면 미워 할 사람도 싫어 할 동물도 없다. 모든 인간과 사물 들은 창조주의 작품으로 아른다움 그 자체 인 것이다. 그것이 어린아이의 눈이 아닐까! 그
프란치스코가 이렇게 우주만물을 모두 형제 자매로 여기고 그것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사랑의 언어로 말을 할 때 당시의 사람들은 물론 짐승들과 새들도 그를 따랐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일화는 무지기수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늑대가 그 앞에서 양처럼 순하게 머리를 조아려 사람들에게 순종한 구비오의 늑대 이야기, 새들에게 설교 한 이야기... 그에게는 그들이 모두 형제 자매였다.
아리답고 재롱 피고 힘세고 용감한 언니 불...
누나요 우리 어미인 땅....
그는 우리를 싣고 다스리며 울긋불긋 꽃들과
풀들과 모든 가지 과일을 낳아 줍니다 (태양의 노래 일부 발췌)...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이 달라져야 한다. 어린아이가 '와우 저것 좀 봐!'하고 경이로움으로 소리치는 마음을 어른들은 되찾아야 한다. 나는 오늘도 800년 전에 살았던 프란치스코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창조주가 우리에게 무상으로 준 이웃들과 창조물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그립다. 오랜 세월을 살면서 경직된 마음을 풀고 어린 아이처럼 감동하고 환희로 소리 칠 수 있는 마음이 그립다. 오늘 밤 내 머리 위에 별들이 몇 개나 떠 있을까 헤아림 끝에 예쁜 별 하나 따서 곤히 잠든 아기의 동화 책 갈피에 넣어 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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