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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도 우리 가족이에요

조정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9-26 10:17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동화
제135회 월간문학 신인 작품상 수상

우리 외할아버지께서 퇴원하시는 날이었어요. 나는 학교 공부가 끝나자마자 집을 향해 달렸어요. 친구들이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불러도 못 들은 척하면서요.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신 동안 신나게 하던 게임도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오늘 할아버지 정말 퇴원하셔?”
오늘 아침에 나는 엄마한테 슬쩍 물어봤어요.
그러나 엄마는 눈치 없는 대답을 하셨어요.
“왜, 할아버지 보고 싶어?”하고요.
우리 할아버지께선 종합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으셨어요. 한쪽 얼굴이 심하게 떨리고 입이 조금씩  비뚤어지는 병을 앓고 계셨어요.  할아버진 자주 한쪽 얼굴을 손으로 가리시며 힘들어 하셨어요. 할아버진 뇌수술을 받으신 후 일주일 동안 병원에 계셨는데  오늘이 집에 오시는 날이에요. 나는 할아버지 얼굴  떨림이 없어졌는지 정말 궁금해요.
 
사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어요. 엄마 아빠 나, 우리 세 식구는 내가 초등학교 일 학년 때 한국으로 오게 됐어요. 아빠가 한국에 있는 직장에 다니시게 됐거든요.  
나는 외할머니 댁에 처음 온 날부터 낯선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침대와 책상이 겨우 들어가는 내 작은 방과 아침에 온 집안에 퍼지는 청국장 냄새 때문이었어요.
무엇보다 외할아버지께선 내가 한국말을 할 때마다 잘못을 지적하셨어요.
‘엄마 아빠는 내 서툰 한국말도 칭찬만 하시는데---.’
고기 반찬을 좋아하는 나는 밥을 먹을 때에도 할아버지 잔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콩밥, 김치, 시금치 나물, 두부 조림, 모두 골고루 먹어야 키가 크고 건강하지." 그리고 30번 이상 씹으라고 하시며 내 입을 쳐다보고 계셨어요.
‘열 번 씹기도 힘든데---’
언제나 느리고 긴 할아버지의 잔소리를 듣는 일은 인내심이 필요했어요. “보링!” ( "지루해!" )
“어른 말씀에 지루하다니, 쯧쯧---.”
‘들릴 듯 말듯 영어로 말했는데’
우리 할아버진 엄청나게 귀가 밝으셨어요. 나는 점점 내가 다른 세상에서 살다 온 외계인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상 통화 속의 인자 하시던 할아버진 딴 사람이 되셨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할아버진 내게 복수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내가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이었어요. 할아버지께선 할머니와 함께 미국 우리 집에 오셨어요.
오신 다음 날 부터 할아버진 할머니와 함께 마당에 텃밭을 만들기 시작하셨어요. 마당 모퉁이의 우거진 잡초를 뽑아내고 거름이 섞인 흙을 덮으셨어요. 그리고 엄마랑 큰 화원에서 호미, 삽, 갈퀴 그리고 모종을 사 오셨어요.
"이제 우주가 상추, 깻잎, 토마토, 호박에 물을 줘야지!"
"네---"
할아버지 말씀에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나는 수도꼭지에 연결된 긴 호스를 끌고 텃밭까지 가는 일이 힘들었어요.
날마다 두 분은 잔디를 깎으시고 꽃밭을 정리하시며 나를 부르셨어요.
"우주야, 토끼 왔다!"
가끔 야생 토끼가 텃밭에 나타나면 토끼를  쫓아 내는 일도 내 담당이었어요.
"우주야, 반딧불이다!"
어느 날부터 나는 두 분이 부르셔도 모른 척 했어요. 게임이 너무 재미있고 모기에 물리는 건   딱 질색이었어요. 반딧불이 나오는 저녁엔 유난히 모기가 많았거든요.
어느 날 드디어 큰일이 터지고 말았어요.
내가 혼자 블록 쌓기를 하고 있을 때, 할아버진 내 옆에서 계속 말을 시키셨어요.         
“우주 다니는 유치원에 한국 친구 있니?”
 
“우주 태권도 벨트는 무슨 색이야?”
“할아버지가 블록 쌓기 도와줄까?"
그러나 나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블록 쌓기에 집중하고 있었거든요. 그러자 할아버진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로 다시 말을 시키셨어요.
나는 그만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아이 던 니드 욜 핼프!” ( "나는 할아버지 도움이 필요 없어요!" )
그때 나는 할아버지의 실망스러운 얼굴을 보았어요.
그렇지만 나는 더 큰 소리로 또 소리 질렀어요.
“유 아 낫 마이 패밀리!” ( "할아버지는 우리 가족이 아니에요!" )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고 블록 쌓기를 계속하고 있었어요.
그때 마침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우주가 예절이 뭔지 모르는구나, 쯧쯧---.”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난 엄마는 내 손목을 홱 잡아 일으켰어요. 화난 엄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기는 정말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우주는 엄마 아빠한테서 태어났고, 엄마 아빠는 누구한테서 태어났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그래, 네 분이 안 계셨으면 우주는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을까?”                                                
“아니”
“우주가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것처럼, 엄마 아빠는 네 분을 많이 사랑해. 우주가 할아버지께 버릇없이 굴면 엄마는 정말 속상해.”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서 있었어요.
“할아버지께 한국말로 사과드릴 수 있지?”
“응”
나는 거실로 나가 할아버지 앞에 두 손을 모으고 힘없이 말했어요.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우리 가족이에요.”
“그래, 우주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할아버지께서 조용히 말씀하시자 할머니께서는 내 등을 두드리시며 말씀하셨어요.
“자주 못 보고 사니 우주가 그런 생각을 했나 봐요.”
나는 그때 할아버께서 나를 용서하셨다고 생각했어요.
                                                                           
“딩동 딩동,  딩동,딩동”    
드디어 저녁 무렵, 외할아버지께서 퇴원 해 집에 오셨어요. 외할머니, 엄마, 아빠의 부축을 받으시며 집에 오신 할아버지께선 놀랍게도 양쪽 팔에 지팡이를 짚고 계셨어요.
얼굴이 창백해 보이셨고 기운이 없으셨어요.
"아이고, 어지러워 좀 누워야겠다."
그날 이후 할아버지께선 항상 흰 모자를 쓰시고 힘없이 누워 계셨어요.
어느 날 할머니께서 할아버지의 수술 자국을 소독하실 때 나는 깜짝 놀랐어요. 왼쪽 귀 옆에 한 뼘 길이의 철사로 꿰맨  흉터는 정말 끔찍했어요.
무척 아프셨겠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할아버지 눈과 입의 떨림은 감쪽같이 없어졌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내가 영어로 떠들어도, 존댓말을 하지 않아도 할아버진 가만히 듣고만 계셨어요.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틀어 내 방에서도 들렸어요.
어찌 된 영문인지 외할머니께선 잔소리하지 않으셨어요. 그전 같으면
“여보, 소리 좀 줄이세요. 너무 정신없어요.” 하셨을 텐데요.
정말 다행이에요. 우리 할아버진 그전의 잔소리쟁이가 아니에요.
두 주일 후 엄마는 할아버질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셨어요. 퇴원하신 후 처음으로 외래 진료를
받으셨어요.
“아버님, 청력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아빠는 할아버지께 걱정스럽게 여쭤 봤어요.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기다려 봐야지---.”
할아버지 대신 대답 하시는 할머니는 많이 우울해 보이셨어요.
 
할아버지 왼쪽 귀가 안 들린다는 건 나만 모르고 있었어요. 수술 잘못으로 청력을 잃으셨다는 엄마 말을 듣고 나는 너무 당황했어요.
나는 할아버지께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잔소리를 안 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할아버지 그 의사는 꼭 벌을 받을 거에요, 내가 커서 가만히 두지 않겠어요. 나는 더 훌륭한 의사가 돼 아픈 사람들을 잘 고쳐줄 거에요."
"그래, 우리 우주가 할아버지를 많이 생각해 주는구나. 기특하다!"
할머니께선 말없이 제 머리를 쓰다듬으시고  엄마는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어요.
 
할아버진 책을 보시거나 붓글씨를 쓰시며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계셨어요.
어느 날 나는 할아버지 옆에서 멋진 나무 상자를 열어 보았어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예쁜 색의  새끼 곰, 달팽이, 꽃 모양의 퍼즐 조각들이 가득 들어있었어요. “우주가 지혜롭게 자라기 바라며, 우주의 다섯 살 생일에 할아버지 만듬” 나는 퍼즐 받침을 높이 들고 크게 소리 내 읽었어요.
“할아버지! 머리에 귀가 있는 새끼 곰 퍼즐이 정말 귀여워요.” 나는 할아버지 오른쪽에 앉아 크게 말했어요.
“그래, 할아버지가 전나무를 곱게 다듬어 몸에 해롭지 않은 물감으로 색칠했지.”
“그런데 할아버지, 달팽이 퍼즐은 맞추기가 어려워요.”
“그건 나무 조각들 위아래 모양이 조금씩 다르단다.”
“알아요, 제 지능 개발을 위해서라고 엄마가 말해 줬어요.”
“자, 큰 꽃 모양 퍼즐 안에 몇 개의 작은 꽃들을 만들 수 있을까?”
할아버진 내가 만들어 보지 못한 꽃 모양들을 계속 만들어 주셨어요. 우리 할아버진 마술 손을갖은 퍼즐의 달인이었어요.
하늘이 파란 어느 일요일, 온 가족이 함께 단풍 구경을 갔어요. 집에만 계신 할아버지께 기분전환이 될 거라고 아빠가 말했어요.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절 입구의 단풍나무 숲길은 가팔랐어요. 나는 뒤에 오시는 할아버지를 기다려 손을 꼭 잡고 걸었어요.
“저기 저 나무는 상수리 나무란다, 장수하늘소나 다람쥐가 좋아하는 나무지. 이 나무는 산수유 나무야, 봄에는 노란 꽃이 피고 가을에 열리는 빨간 열매는 건강에 좋은 한약재가 되지.”
잣나무, 밤나무, 박달나무---, 할아버진 내가 모르는 나무 이름들을 가르쳐 주셨어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울긋불긋한 산 속에 큰 은행나무가 서 있었어요.
노랗게 물이 든 은행나무의 나이는 천 년도 넘었데요.
나무 밑에는 샛노란 은행잎들이 소복히 쌓여 포근해 보였어요.
할머니께선 은행나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한참을 서 계셨어요.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노란 은행나무 꼭대기를 쳐다봤어요.
천 년을 한 자리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무척 심심하겠다. 아니야,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주기에 바쁠 거야.
나는 고개를 돌리시는 할머니 눈에 고인 눈물을 보았어요
“할머니, 왜 울었어요?”
할머닌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셨어요.
“여보, 아버님 모시고 우주랑 여기서 좀 기다려줘요.”
엄마는 할머니를 모시고 대웅전 안으로 들어갔어요. 나는 멀리서 두 분이 절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나도 할아버지 귀가 잘 들리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지.
그때 아빠가 큰 종을 가리켰어요. “우주야, 저 마당 끝에 있는 범종 보러 갈까?”
아빠와 나는 할아버지를 부축해 대웅전 앞마당을 천천히 걸어갔어요. 앞산 봉오리가 보이는 마당 끝에 큰 종각이 있었어요.
할아버진 종각 옆 큰 바위에 걸터앉아 먼 산을 바라보셨어요.
“아빠, 나 종 쳐보고 싶어!“
"그래, 우리 소원을 빌어볼까.”
아빠와 나는 내 키만 한 종 방망이 줄을 잡고 가볍게 종을 쳤어요.
"뎅---, 뎅---"
내 소원은 신비한 종소리에 실려 멀리멀리 퍼져 나갔어요.
“뎅---, 뎅---”
우리 할아버지를 다시 잔소리쟁이로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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