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캐나다 밴쿠버 지부 회원작/수필
며칠 만에 나온 산책길은 봄 내음을 물씬 풍기고 있다.
길가의 벚나무들도 붉은색으로 온몸을 휘감고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이 싱그럽다.
나비의 날개를 닮은 듯 날렵한 꽃잎들을 겹겹이 품고 환한 미소를 지을 듯한 목련도 봄 내음을 물씬 풍기고 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라 온통 습기를 머금은 길 위로 지렁이들이 줄지어 기어 나와 자칫하면 밟을 것 같아서 신경이 무척 쓰였지만, 공기는 달고 온몸이 날아갈 듯이 상쾌하다.
길은 집 앞에서 시작해서 몇 동네를 지나면 작은 호수에 다다른다.
호수엔 청둥오리가 있고 몸집이 큰 거위도 있다.
오늘은 그들이 한 무리씩 줄지어 다닌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인데 길 위로 기어 나온 지렁이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오랜만에 포식을 한 그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땅에다 머리를 박고 열심히 먹고 있다.
그중의 한 마리가 위험을 느꼈는지 날개를 펴자 나머지도 한순간에 날아오른다.
그 옆엔 초등학교가 있는데 아이들 하교 시간이 되면 여기저기서 엄마, 할머니들이 마중을 나온다.
호숫가는 금방 왁자지껄하면서 아이들의 천국이 된다.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 깔깔대면서 웃는 소리 조용하던 동네가 금방 활기에 찬 아이들의 장터가 된다.
옆에 있는 놀이터도 금방 아이들로 가득하고 한동안 부산하게 돌아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호숫가는 원래의 모습을 찾고 아이들도 하나둘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조용한 산책길로 변한다.
이 길을 가끔 혼자서 걷곤 한다.
우울하거나 답답할 때 그리고 뭔가 그리울 때 이길을 가면 아이들 웃음소리 떠드는 소리에 나는 금방 행복해진다.
하나같이 해맑고 순진한 그 얼굴에서 내 마음도 덩달아 환해지고 마주 보면서 웃는 그모습에서 천사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가끔은 수줍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는 손을 흔들어 주면서 같이 웃어준다.
그들 중에서 부끄러워서 얼굴이 발개지면서 엄마 품으로 파고드는 그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아이들과 산책하는 젊은 엄마들 강아지와 같이 나온 사람들 여러 사람과 만남이 나의 무료한 일상을 흔들어놓는다.
사람들과 같이 어울린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지 그저 마주 웃으면서 손만 흔들어도 좋은 그런 날 들이다.
햇빛이 좋은 날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뒹굴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또 여자아이들은 인형놀이, 소꿉장난, 봄은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맴돌고 있다.
어느 날 호수에는 아이들의 달리기가 한창이었다.
여자 선생님 2명이 3.4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들과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호수를 몇 바퀴 도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날씬한 여 선생님은 선두 그룹의 아이들과 학교로 먼저 들어가고
뒤처진 아이들은 젊은 여 선생님의 격려 속에서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고 힘내라고 외치면서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있었다.
처진 아이들은 4.5명 정도였는데 대부분 좀 뚱뚱하고 지쳐 보였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중에 한 소녀가 눈에서 뛰었다.
뭔가 불만이 가득해 보였고 뛰는 게 아니라 걷는 수준이다.
살도 찌지 않았고 푸른 눈을 가진 아주 예쁜 소녀였다.
순간 나는 지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달리기는 언제나 꼴찌, 운동은 무지 싫어하든 내 유년이 떠오르면서 그 소녀가 안쓰러워졌다.
힘내라는 뜻으로 웃으면서 손을 들고 눈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나를 원망스러운 눈빛, 아니 아주 째려보듯이 쳐다보면서 대꾸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힘들게 뛰고 있는데 아는 체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이방인의 관심이 무척 불편 했던가 보다.
그게 아닌데 하면서 당황했지만 뭐라고 변명할 여지도 없이 그 아이는 원망스러운 눈빛을 남긴 채 멀어져갔다.
미안한 마음에 그 자리에서 한동안 사라져간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오해를 하게 되면서 어색하게 멀어져간 사람들이 가끔은 있다.
그와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어떻게 오해를 가져왔는지 모르지만, 서로의 속내도 모른 채 멀어져간 내 주위의 사람들이 있다.
내 기억 속으로 다시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날을 조금씩 끄집어내어서 생각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러면 참 희한하게도 아주 오래된 일인데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오해를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속으로 미안했다고 그리고 진정으로 사과한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지 다시는 만날 수가 없을지라도 내 마음은 벌써 평화로워지고 행복해진다.
이국의 소녀에게 준 상처가 활짝 핀 봄날의 꽃이 되어 그녀의 가슴에 향기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길가의 벚나무들도 붉은색으로 온몸을 휘감고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이 싱그럽다.
나비의 날개를 닮은 듯 날렵한 꽃잎들을 겹겹이 품고 환한 미소를 지을 듯한 목련도 봄 내음을 물씬 풍기고 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라 온통 습기를 머금은 길 위로 지렁이들이 줄지어 기어 나와 자칫하면 밟을 것 같아서 신경이 무척 쓰였지만, 공기는 달고 온몸이 날아갈 듯이 상쾌하다.
길은 집 앞에서 시작해서 몇 동네를 지나면 작은 호수에 다다른다.
호수엔 청둥오리가 있고 몸집이 큰 거위도 있다.
오늘은 그들이 한 무리씩 줄지어 다닌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인데 길 위로 기어 나온 지렁이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오랜만에 포식을 한 그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땅에다 머리를 박고 열심히 먹고 있다.
그중의 한 마리가 위험을 느꼈는지 날개를 펴자 나머지도 한순간에 날아오른다.
그 옆엔 초등학교가 있는데 아이들 하교 시간이 되면 여기저기서 엄마, 할머니들이 마중을 나온다.
호숫가는 금방 왁자지껄하면서 아이들의 천국이 된다.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 깔깔대면서 웃는 소리 조용하던 동네가 금방 활기에 찬 아이들의 장터가 된다.
옆에 있는 놀이터도 금방 아이들로 가득하고 한동안 부산하게 돌아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호숫가는 원래의 모습을 찾고 아이들도 하나둘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조용한 산책길로 변한다.
이 길을 가끔 혼자서 걷곤 한다.
우울하거나 답답할 때 그리고 뭔가 그리울 때 이길을 가면 아이들 웃음소리 떠드는 소리에 나는 금방 행복해진다.
하나같이 해맑고 순진한 그 얼굴에서 내 마음도 덩달아 환해지고 마주 보면서 웃는 그모습에서 천사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가끔은 수줍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는 손을 흔들어 주면서 같이 웃어준다.
그들 중에서 부끄러워서 얼굴이 발개지면서 엄마 품으로 파고드는 그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아이들과 산책하는 젊은 엄마들 강아지와 같이 나온 사람들 여러 사람과 만남이 나의 무료한 일상을 흔들어놓는다.
사람들과 같이 어울린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지 그저 마주 웃으면서 손만 흔들어도 좋은 그런 날 들이다.
햇빛이 좋은 날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뒹굴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또 여자아이들은 인형놀이, 소꿉장난, 봄은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맴돌고 있다.
어느 날 호수에는 아이들의 달리기가 한창이었다.
여자 선생님 2명이 3.4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들과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호수를 몇 바퀴 도는 중이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날씬한 여 선생님은 선두 그룹의 아이들과 학교로 먼저 들어가고
뒤처진 아이들은 젊은 여 선생님의 격려 속에서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고 힘내라고 외치면서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있었다.
처진 아이들은 4.5명 정도였는데 대부분 좀 뚱뚱하고 지쳐 보였고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중에 한 소녀가 눈에서 뛰었다.
뭔가 불만이 가득해 보였고 뛰는 게 아니라 걷는 수준이다.
살도 찌지 않았고 푸른 눈을 가진 아주 예쁜 소녀였다.
순간 나는 지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달리기는 언제나 꼴찌, 운동은 무지 싫어하든 내 유년이 떠오르면서 그 소녀가 안쓰러워졌다.
힘내라는 뜻으로 웃으면서 손을 들고 눈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나를 원망스러운 눈빛, 아니 아주 째려보듯이 쳐다보면서 대꾸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힘들게 뛰고 있는데 아는 체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이방인의 관심이 무척 불편 했던가 보다.
그게 아닌데 하면서 당황했지만 뭐라고 변명할 여지도 없이 그 아이는 원망스러운 눈빛을 남긴 채 멀어져갔다.
미안한 마음에 그 자리에서 한동안 사라져간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오해를 하게 되면서 어색하게 멀어져간 사람들이 가끔은 있다.
그와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어떻게 오해를 가져왔는지 모르지만, 서로의 속내도 모른 채 멀어져간 내 주위의 사람들이 있다.
내 기억 속으로 다시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날을 조금씩 끄집어내어서 생각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러면 참 희한하게도 아주 오래된 일인데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오해를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속으로 미안했다고 그리고 진정으로 사과한다고 말한다.
그 사람이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지 다시는 만날 수가 없을지라도 내 마음은 벌써 평화로워지고 행복해진다.
이국의 소녀에게 준 상처가 활짝 핀 봄날의 꽃이 되어 그녀의 가슴에 향기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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