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여행]야생의 5 종 철인 경기장 NCT (1)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m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8-26 16:51

프롤로그- 본향을 찾아가는 걸음 더디기만 하여라
 여름이 되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해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싶어 거친 야생으로 들어가곤 한다.

세포를 갉아먹는 좀을 몰아낸 지 얼마나 되었다고 험한 트레킹을 가느냐는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노스 코스트 트레일(North Coast Trail) 행을 결심한다.

별이 무수히 쏟아지는 해변에 밤의 도포자락을 핥는 모닥불, 달빛을 받아 밤새 반짝거리는 플랑크톤의 유영, 날이 저물어도 어두워질 줄 모르는 바다의 생명력이 낟알 털어낸 짚단 같은 몸에 생명의 불을 지펴줄 거라는 기대에서. 아니 그렇게 낭만적인 명분을 갖다 붙일 것도 없다. 시들시들 오래 질기게 사느니 한 순간이라도 뜨겁고 강렬하게 살고 싶어서이다.

 내 짐을 거들어 줄 아들과 침묵의 소리를 찾아나선 백성현 부부, 그리고 칠십 대 노익장 청산, 야생의 매력에 흠뻑 빠진 메이와 일손 님이 달팽이 걸음에 동의하면서 길벗이 되었다.

출발 일 주일 전, 식량 및 연료, 하이킹 속도를 점검하기 위해 엘핀 호수 산행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낯도 익히고 트레일 정보도 나누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길벗에 대한 배려심이 엿보여 환상적인 팀이 될 것 같은 예감에 트레킹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먼 옛날, 소라였을지도 모를 달팽이. 유전자 속 기억을 따라 해캄내 나는 바다로 투신을 하는7월 17일은 날씨 맑음. 새털처럼 가벼운 기분으로6 시 20분 나나이모 행 페리 승선. 일곱 야생마가 한여름 따가운 볕을 받아 갓 구운 센베같이 바스락거리는 #19 아일랜드 하이웨이를  프라이팬처럼 달구어진 심정으로 내달린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를 해도 길 나서면 늘 뭔가 빠지기 마련. 입가심할 맥주가 빠졌단다. 트레킹 필수 장비 아니니 무시해도 되련만 “동이족은 먹고 마시며 춤추고 노래하기를 즐겼다.”하니 풍류 없는 고행을 강요할 자격이 내겐 없어. 리쿼 스토어를 찾아 포트 하디를 다 더투고 쿼터덱 선착장까지 내려온다. 마침 내일 트레일 헤드 들어갈 NCT셔틀버스를 보게 된다. 안 그래도 셔틀버스 출발점이 미심쩍었는데… . 좋은 마음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다.

 쿼터덱에서 19번 하이웨이를 건너 쾃시노(Quatsino)로 향한다. 늘산 님이 미리 쾃시노 랏지에 들어가 싱싱한 해산물을 준비하고 있는 곳. 트레킹 전 마지막 정찬을 할 수 있는 곳까지 이십 오 분만에 닿는다.

 도크에는 늘산 님 내외와 백성현 씨 내외, 그리고 랏지 주인이 마중을 나와 있다. 팀을 위해 아침에 잡은 우럭과 어제부터 게틀에 수감되어 있는 게에 군침을 삼키며 랏지에 이르니 개 두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새 랏지를 짓느라 어수선하긴 하지만 노란 들꽃과 오랜 우물, 낡은 랏지 건물이 서로 어울려 고즈넉함을 선사한다.

 점심 식사 후 나른한 호수 산책, 이어서 바다 낚시를 나선다. 랏지 주인과  친구가 된 독수리들이 고공비행을 하며 던져준 우럭을 채가는 묘기를 감상하며 내일부터 시작되는 지옥훈련에 대한 걱정을 잠시 접어둔 채 망중한을 즐긴다. 저녁 끼니로 남겨둔 십 수 마리의 게들이 도크를 서성이던 해달에게 약탈을 당하는 일만 없었다면 완벽한 ‘라스트 서퍼’였으련만… . 아쉬움은 늘 남는다. 한 가닥 아쉬움이 문명의 진보를 가져오고.

 7월 18일 아침 8 시, 바지런을 떨며 아침을 먹고 점심으로 주먹밥까지 챙겨  셔틀버스를 타러 간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킹을 격려해 주었던 늘산 님이 어제의 정찬을 베풀어주고, 또 오늘의 노스 코스 트레킹을 배웅해 준다. 감사의 말 할 틈도 없이 서둘러 셔틀버스에 오른다.

 셔틀 밴이 67km의 임도를 쿵덕거리며 달리는 동안 차 속에 정적이 감돌고 벗들의 얼굴에 비장함이 흐른다. 시작이다. 진흙과 모래, 자갈을 콩고물처럼 묻히며 야생에서 생존을 해야 한다.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성한 몸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1 시간 반 내내 물음표 두 개가 머릿 속을 헤집고 다닌다. 가는 도중 신발 매달린 나무(Hanging Shoes Tree)를 지나쳤지만 지레 긴장한 팀 중 그걸 본 이는 단 한 사람뿐.

(2008년 5월에 연 노스 코스트 트레일은 케이프 스캇 주립공원에 속하며,기존의 케이프 스캇 트레일에 연장하여 숲길과 해변길 반반의 58.1km로 완전 야생  트레일이다. 여러 종류의 해양동물-각종 고래와 해달, 바다사자, 돌고래 등-과 해변의 경승-해안절벽과 동굴-, 야생동물-흑곰과 쿠거,독수리, 늑대, 각종 희귀 새들-을 볼 수 있으며 분재 모양의 나무들이 어우러진 야생의 정원을 통과한다. 그러나 진흙탕과 밧줄, 사다리,케이블 카, 미끄러운 보드왁 등 위험요소가 많아 경험있는 하이커들이 도전하는 게 좋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에 비해 더 어렵고 모험적이다.

나나이모 페리 터미날에서 포트 하디까지 383km(5시간 반), 하루 숙박하고 다음날 아침 수셔티 베이(8 시 승선) 가는 워터 택시 또는 케이프 스캇 트레일헤드 가는 밴(9시)으로 출발. NCT셔틀버스 서비스(250-949-6888/250-230-1994)

NCT는 동쪽 트레일 입구, 수셔티 베이에서 시작하여 스키나 크릭(8.7km) - 케이프 서틸(7.3km) - 셔틀워스 바이트(7.8km) - 로라 크릭(11.8km) - 니센 바이트(7.5km) 캠프장에서 각각 야영을 하고 케이프 스캇 트레일 입구(15.1km) 로 빠져 나온다. 또는 케이프 스캇 트레일(26km)을 더 연장하여 타고, 또 다른 경승지인 산 조세프 베이에서 하루 더 야영을 하면 금상첨화다. 구간에 따라서는 진행이 매우 더딘 곳(시간 당1km)이 있으므로 일정을 넉넉히 잡는 게 좋다. 최소  6박 ~8 박 예정)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얼멍얼멍한 하늘을 보고 잠에서 깨어난다. 팀원들은 어젯밤 하늘의 비의(秘儀, 신비한 의식)에 초대받은 감동에 취해 꿀떡잠에 빠져있다. 레인저의 야트(천막집)가 있다 해서 주변 정찰을 나선다. 비치 중간쯤 푸드 캐치와 레인저 야트, 그리고 햇볕 채광판이 있다. 게시판에 붙은 타이드 스케 줄을 살핀 후 돌아와 아침 식사 준비를 한다. 하늘이 며칠 참았던 가랑비를...
글: 김해영 ∙사진:백성현, 홍메이
괜히 갔었잖아제 마음 텅 비어버렸으니사흘밖에 머물지 안했는데도십년은 더 흘러간 것 같고본디 제 마음알게 됐잖아어둠 속에 앉아 있어도어둡지 않고보이지 않던 것들 다 보이는빈 산의 바람소리에 젖어 들던 마음놓고 올 순 없잖아해 돋는 먼동에 슬픔 자우고달빛 닿은 마음으로 살아나던 그리움놓아버릴 순 없잖아비운 가벼움과 그 기쁨모르면 몰랐지알고 나면 놓을 수...
유병옥 시인
 빨간 우의, 파란 우의를 걸친 성현 씨 내외가 나란히 걸어온다. 등이 불룩한 한 쌍의 거북이다. 안개 속에 신혼의 기억들이 아련히 피어난다. 매쉬멜론처럼 살캉거리고 달콤하던 시절, 자줏빛 행복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지.  추억의 백사장이 끝나고 몇 개의 쪽비치 골목을 들락거리면 바다 쪽으로 고개 내민 톰볼로(Tombolo)에 이른다. 어려운...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산속의 린다는봄이 오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산모통이 돌아언덕 위의 나무숲에긴 해걸음으로 빛이 살고바람결에도 태초의 이야기가 숨쉬는 그 길에서는 언제나 열 네살 그 나이입니다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나무들이 자라나는 그 푸르름이 언덕을 넘어 갈 때산들이 말하는 이치를 조금씩 알아가면 어느덧 마음의 집은 산입니다늘 새롭게 저무는 노을이 찻잔에...
유병옥 시인
 다행히 크리슨튼 포인트(25.5km 지점)는 검은 자갈돌 아래 잔모래알을 품고 있다. 발치까지 물이 든 줄도 모르고 팀원들은 잘 잔다. 난 밀물과 빗줄기, 신발창 탈착증 염려에 잠 못 자 빨간 토끼눈으로 새벽에 일어나니 하늘이 울먹울먹하고 있다. 그도 밤새 고민했던 걸까? ‘괜찮아, 밑창 떨어질 때까지 가보는 거야. 포기는 언제든 할 수 있는 거잖아.’마침 가져온...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산이 깊어갈수록 소리는 잠들고잠든 산의 소리를 마음으로 듣는다마음 문이 열리면서 들려오는 소리그 옛 소리를 산은 지니고 있다소리 없는 산의 소리는 자연의 소리어둠이 사라지는 소리밝음이 다가오는 소리오늘이 물러가고 내일이 다가오는 소리에씻기어얼굴이 개어온다풀꽃 같은 웃음값없는 기쁨을 만끽한다한 바랑 지고와도 무겁지 않다.<▲ 사진= 늘산 박병준 >
유병옥 시인
싱싱한 파도소리에 일어나니 바다를 닮은 하늘이 감청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서녘을 바라보면 아침놀이 아쉽고 동녘을 바라보며 저녁놀을 그리워한다.  어제의 긴 숲길에 질린 벗이 해변길로 가자 떼를 쓴다. 물 뜨러 갔다가 들여다본 숲속길의 험난함이 떠올라 그럼1.5km만 해변을 걷다가 본 트레일로 돌아갑시다. 하고 물러선 게 병통이었다.  사람은 늘 가보지 못한...
글 김해영, 사진 백성현
산은 험한 길을 품에 하고 있다그 산길에 들어서면삶의 고달픔을 잊게 해 준다.나를 내려놓아야 들어오는 산그제서야 산은 내 안에 산길을 내어준다내가 나를 만나게 되는 산길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을 산이 한다자연이 한다나를 찾아서 산에 가는 사람들산길은 그렇게 살아난다.<▲ 사진= 늘산 박병준 >
유병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