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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 – “지금이 한국관광의 최적기”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0000-00-00 00:00

같은 사무실에 있는 황실장이 씁스름하다.  서울대학교의 국제서머스쿨을 신청했던 이곳 미주의 대학생들이 줄줄이 한국행을 취소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유럽에서 오려던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등 여름방학 때마다 대규모 국제 섬머스쿨을 오픈하는 대학들이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검진여행을 가려던  미주 한인들도 대부분 일정을 7월 이후로 연기한 상태이다.  여름방학동안 쪽집개 SAT 과외수업을 위해 한국행을 하려던 미주 한인학생들도 여행을 포기했다.  하나투어의 경우 취소율이 20%를 넘어섰다.  여행사들로 고국관광이 안전한지 불안해 하는 문의도 많다. 아들 졸업식을 위해 한국에서 미국에 온 한인들도 가능하면 미국체류를 연장하고 있다.  미국으로 메르스 도피성(? ) 여행을 오는 한국인들도 늘고 있다.  노약자, 임신부 가족들은 LA에 있는 친척집들에게 체류를  문의해 온다.  
이 와중에 로스엔젤레스에서 한국을 방문해 재미를 본 사람들이 있다.  명문 하바드 웨스트레이크 고등학교의  18명교사들.  이들은  지난 12일 한국방문을 앞두고 여행 취소등을 고민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보건기구,  미국연방질병국, 대학 전염병관계자들에게 자문한 결과 감염의 위험성은 극히 적을 것이라는 답을 받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안왔으면 후회할 뻔 했어요.” 신문방송을 보면 전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으로 보였으나  거리에서 열명에 한명정도나 마스크를 썼단다.  그리고 관광지는 한산했다.  선생님들은 4박5일동안 한국을 여유있게 실컷 구경했다.  경복궁, 덕수궁, 성북 한국가구 박물관, 국립민속 박물관, 그리고 명동의 길거리 떡복이, 노량진 시장의 산낙지,  신나는 노래방등으로  이번주 공식일정을 마쳤다.  남은 체류기간동안  경주 국립박물관, 전주 한옥마을, 그리고 고창 선운사에서 템플 스테이 하룻밤을 지낼 기대에 부풀어 있다.
물론 메르스라는 한국  초유의 전염병이 심각한 줄은 알지만 이를 보도하는 한국언론들의 ‘경박함’은  ‘제 밑들어 남 보이기’ 수준을 넘어선 감이다.  인터넷에서는 한국의 메르스가   중세 유럽의 흑사병 정도로  번진 것처럼 요란하게  글들을 주고받는다. 이곳 미국언론들도 한국보도를 받아 한국 메르스 사태를  자극적으로 보도한다.
뉴욕타임즈는 서울 삼성병원의 웅장한  전경을 사진으로 싣고 한번의 오진이 한국 메르스 전염의 진원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의료서비스의 보석’이라고 삼성병원을 묘사한 뉴욕타임즈는 35살의 한 남성을 폐렴으로 진단하고 이 환자를 과밀하고 복잡한 응급실에 사흘간 머물게 한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보도했다.   뒤늦게  이 환자가  중동의  메르스 전염병 환자임을 발견한 삼성측은  900명에 이르는 접촉자들을 찾아내 격리조치를 했지만,   81명이상의  감염자들은  파악되지 않은 채  지하철을 타고, 사우나를 가며, 한국의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 사실들,  삼성병원이  이 사태의  한  원인제공자이고,  3백여명의 삼성의료진이 격리상태에 있다는 것들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미국언론은 또 이번 한국 메르스의 급속한 전염이 한국의 독특한 병원문화에 기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누구든 연줄을 이어서 삼성병원 같은 큰 병원에  입원하려 하고, 의료보험이 잘 돼 있어 병원문턱은 낮고, 지인이 입원하면 과일상자를 들고 가봐야 하고,  가족중의  몇사람이 환자 곁을 지키고, 병원간호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고용한 보조사가 병상을 돌보고, 교회 멤버들이 단체로 와서 기도,  찬송을 하고…그래서 병원은 마치 미국의 동네  ‘벼룩시장(flea market)’ 처럼 항상 붐빈다고 묘사했다.  삼성병원의 경우 1,800개 병상에 하루 평균 8,500명의 외래 방문객이 다녀가는 것이 이번 메르스 창궐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감염자의 대부분이 병원에서 환자들을 지키던 가족, 개인보조사, 방문객들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병원들은 메르스  전염에  취약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메르스는 한국병원들의 취약한 상황을 드러낸 스트레스 테스트였다고  미국의  의료관계자들은 말한다.  
삼성병원의 20층 VIP 룸에는 지난해 심장마비로 쓰러진  삼성의  총수 이건희 회장이 누워 있다.
그는 1994년 삼성병원을  세웠다.  암치료를 위해 미국을 다니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한국에도 유수의 병원을 세우겠다고 결심했다 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는 삼성재벌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에 불과했다고 지적한다.  그가 세우고 누워있는 이 병원이 한국 초유의 메르스 창궐의 진원지가  된 셈이다.    
대통령 미국행을 막은 메르스(대통령이 한국에 있어야 메르스 전염이 덜해지나?), 중국인들을  포함한 수만명의 한국 관광객들을 떨쳐나가게 한 메르스,  많은 학교들을 문닫게 한 메르스, … 모든 것들이 사실이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한국에서 전개되는  요란한 보도와 과잉반응은 다른 모든 상황들까지 휩쓰는 것 같아 안스럽다.  
2015년 6월 20일 LA통신 김인종


김인종 밴쿠버조선일보 LA통신원
칼럼니스트:김인종| Email:vine777@gmail.com
  • 라디오 서울, KTAN 보도국장 역임
  • 한국일보 LA미주본사
  • 서울대 농생대 농업교육과 대학원 졸업
  • 서울대 농생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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