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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낼까, 국적을 포기할까…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6-20 15:46

6월30일  데드라인.

소리없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국국적의 아들이 미국에서 취업을 해  많지 않은 봉급을 받고 있는데 이를 한국에 신고해야  해나…'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자라나 다시 미국에 취업을 한 아들을 둔 아버지의 고민이다.  '한국에  땅이 있는데  이제 미국에 신고를 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데…'

미국시민권자로서 오랫동안 미국에 살다가 한국에 있는 땅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이다.  '몇년전 부터 회계사의 권유에 따라 한국내 자산들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이제 6월30일을 며칠 앞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진작부터 이 법에 대해 대비한 사람의 말이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려 해도 국적포기 재산세가 엄청나서 ...'  재산이 많은  한인의 고민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한국계좌에  5만달러이상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 계좌정보는  미국 국세청(IRS)에 자동통보된다.  5만달러이하는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문'도 있지만,  전문 회계사의 말로는 그런 법은 없고 5만달러 미만도 시비를 걸면 과세대상이 된다.  다만  IRS가 5만달러미만까지 관리할 인력이 없어 묵인할 뿐이란다.

한국인의 미국내 계좌도 마찬가지로 속속들이 들통이 난다.  한국인이 미국내 계좌에  1만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한국국세청에 자동통보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100만달러 이상일 경우 한국에 통보됐지만 이번에 아주 바닥으로 깔아 버렸다.  

한국, 미국  두나라 정부의  '꼼짝마'  세금갈퀴 작전이다.  한국의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미국정부와  합의한 '납세자 정보 자동교환' 조약에 따르면 한국 국세청은 미국인들의 납세자정보를  미국국세청 IRS에 넘겨주고,   IRS는 미국내에서 이자가 발생하는 금융계좌를 가진 한국인들의 정보를 한국에 넘겨준다.  신고에 포함되는  금융자산은 현금, 주식, 채권, 뮤추얼 펀드, 수입이 발생하는 부동산등이다.

미국내 해외계좌 신고법에 걸릴 경우 은행계좌당  1만달러의 벌금을 받거나 악의성이 발견되는 경우는 신고하지 않은 은행잔고의  50% 벌금이나 10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이 지경이 되니 미국내 일부 한인들은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포기하는 결심들을 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친하다는 대부분의 우방국들과  '재산정보 교환협정'을 맺어 많은 합법이민자들에게  '세금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미국에 이민을 와 시민권을 땄던 이민자들중 지난 한해  2,999 명이  미국적을 포기했다.  이 법의 시행일자가 다가오면서 미국적 포기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1001명이 미국시민권을 포기했다. 

해외에 살고 있는 많은 중산층 미국인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들이 지금 시민권을 포기하더라도 과거의 납세의무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본인들에 대한 강제세금, 탈세기소 뿐만 아니라 자손들에 대한 불이익을 고려해 시민권 포기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우리는  고의로 탈세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부자도 아니다.  왜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많지도 않은 재산을 빼앗겨야 하는가?”

5년 전 미국이 처음 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4만3천명 납세자들에게서 무려 60억달러의 추가세금을 거두어 들였다. 연방검찰이  탈세혐의로 기소한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이 와중에 8천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시민권을 포기했다.  시민권포기 추세는 올 한해 급증할 전망이다.

미국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시민은 약 760만명으로서 이들중 명확한  재정보고를 하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이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인이면 어디에 살고 있던 세금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러나 이 법의 시행에 있어 강제성과 공평성의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부자들의 자산 은닉처로 유명하던  스위스 은행이 미국정부의  소송에  항복하고  은행이 가지고 있던 4,400명의 고객계좌 정보를 미국에 고스란히 넘기면서  스위스은행의 비밀계좌 시대는 막을 내린 바 있다.

이민와서 고생끝에 일군 세탁소를 판 대금 중 20여만달러의 현금을 7천달러씩 나누어 수십차례에 걸쳐 은행에 입금한 순진한 한인이 탈세혐의로 기소가 됐다.  현금  1만달러 이상 입금시 IRS에 통보된다는 규정만 알고,  1만달러 미만이라도 자주 입금될 경우 은행에서  IRS에 통보한다는규정은 몰랐었다.  IRS는 이 한인이  세탁소 판매시 현금거래로 판매대금을 속인 것, 에스크로 페이퍼에 거짓 기록한 것등을 줄줄이  캐냈다.

남의 집 살림을 집주인보다 더 잘 들여다 보고 앉았는 IRS,  그리고  손발을 맞추어 가며 세금 거두기에 협업하고 있는 각국 정부들을 상대로 개인들이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7월 1일 한국과 미국간의 '해외금융신고제' 의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직함으로 나설지,   아니면  내가  살 곳을 한번 고민해 봐야 하는 하는 선택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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