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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밥 추가에 1불이요” – 가뭄과 폭설후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3-07 16:15

정말 오랜만에 로스엔젤레스에 비가 왔다.  주룩주룩 장대비가 이틀연속  내렸다.  그러나  강수량 측정 시작후 최대가뭄이라는 이번 캘리포니아 대가뭄을 해소하기에는 턱도 없다.  

뉴욕, 보스턴등 동부에는 연일 폭설과 한파로 휴교,  공항폐쇄가 이번 겨울 내내 지속되고 있다. 필라델피아 예찬론자였던 은퇴의사 선배는 지난달 전화를 걸어와 눈과 추위가 지겹다며 로스엔젤레스로 이주할 마음이 드디어 생겼다고 말했다.

가뭄과 폭설 –  떡집이 울상이다.  가뭄으로 지난 3개월 사이에 쌀 도매가격이 40% 나 올라  떡 재료값이  덩달아 올랐다.  그렇다고 떡값도 덩달아 올릴 수 없어 고민이다.  지난해  보통의 쌀 한포에  6달러 정도 하던 것이 요즘은 8달러50센트로 올랐다.  곧  10달러선까지 갈 전망이다.   미국쌀의 주산지인 캘리포니아의 쌀 도매업체들은 값이 뛰는 것 뿐만 아니라 물량확보 자체에 곤경을 겪고 있다.  올가을까지 쌀값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고,  현미와 찹쌀도 덩달아 20% 이상 올랐다.  타운의 대부분 한인식당에서는 공기밥을 추가하면  1달러를  더 받으면서,  푸근한  밥인심도 사라졌다.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재미의 하나가 공원에서 갈비 구워 먹는 일이었다.  30여년전  미국땅을 처음 밟았을 때  파운드당  1달러 99센트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사치겠지만,  지난해 파운드당  5달러 99센트하던  갈비가 지금은  9달러를 넘어섰다.  35% 이상 올랐다.  미국의  소고기 생산량의 감소,  한국으로 수출되는 갈비량의  증가,  그리고  중국의 육류소비가 급증하면서 올여름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값이 사상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번 가뭄으로  감자와 양파의 가격도  폭등세이다.  지난해  박스당  8-12달러이던 양파는  18-20 달러까지 올랐다.  월남국수 집에서 양파 한 접시 추가하기가  미안하다.

로스엔젤레스 다운타운의  한인 의류업체들에게는 올겨울이 악몽이다.  동부의  폭설, 한파로  이 지역에서 와야  할 주문이 뚝 끊긴 것이다.  업소마다  작업을 멈춘 재봉틀들이 썰렁하게 늘어서 있다.   다운타운 샌티길 의류소매업소들은 설상가상으로 렌트비 인상까지 덮어썼다.  일부 업주들은 아예 업소문을 닫고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대부분 유태인들인  건물주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있다.  이지역 상가 렌트는 1000 스퀘어 피트에  8천에서 1만달러선이다.   한 한인업주는 요즘 하루 매출이  2백 -3백달러로서  한달 일해봐야  렌트비 막기에 급급하다고 한숨이다.  이번 7월부터는 최저임금도 올라가면서 업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현재 미국에서 발표되는 각종 경기지표는 긍정적이다.  제조업지수, 월소비지출 모두  증가 추세이다.  그러나 한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너무 싸늘하다.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 세탁소들의 2월 경기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직하다”고 한다.  같은 업종 종사자들끼리 만나보면  대부분 비슷한 경우이다.   2월의 날수가 적기는 하지만 작년에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 왜  이지경인지 모두 궁금해 한다.  경기는 회복되고 있다는데.  

유형은 다르지만   동네  피자집들도 고전이다.  대형피자 체인점들이 인터넷과 모바일 앱으로  주문을 받는 시스템으로 동네피자집들을 제쳐버리고 있다.  피자헛, 도미노스, 파파존스 등의 대형피자 체인점들은 종업원을 통하지 않는 온라인 주문이 전체 주문량의 40%를  넘어섰다. 이들 피자들은 52%가 배달이 된다.  온라인과 배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가족운영 동네 피자집들은  첨단마케팅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

대부분 한인업주들은 최근의 매출감소가 계절적,  일시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소매업자들에게 닥치는 경기둔화, 체감경기는 심각한 국면이 있다.  경제체제의  거대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고,  시장은 일반인이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날라가고 있다. 

구글, 아마존등이 구상하고 곧 실현이 될  무인차량 배달 시스템은 택시업종과,  다른 수많은 소매업종들을 역사속으로 묻어버릴 파괴력이 있다(지금 추세라면10년안에  일어난다).  IT 산업의 무한한 발전은 셀폰으로 원거리에서 차를 운전하는 시대의 도래를 기약하면서 자동차업계는 지각변동의 격전을 준비하고 있다.  소자본, 구식 소매업체들은 갈수록 생존의 폭이 좁아드는 세계로 들어선다.

세계적으로는 식량확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투자의 달인이라는 워렌 버핏이 식량관련 주식을 끊임없이 사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가는 재력을 기반으로 한 엄청난 투자이익을 거두고,  IT 산업의 눈부신 변화를 타는 대자본 기업들만이  승승장구하는 세월이 이미 왔다.  그러는 동안 , “공기밥 추가에 1불이요” –  우리 서민들은 하루 종일  동전만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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