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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2세들에게 부과되는 한국군 병역의무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09-13 10:38

로스엔젤레스에 거주하는 대학생 윤씨.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시민권자이다.

올해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1년간 한국유학을 가게 됐다. 그런데 LA총영사관에 비자신청을 했는데 거부됐다.  윤씨는 한국국적이므로 한국에 유학생으로 갈 수가 없고, 한국에 가면 병역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는 황당하고 처음듣는 내용이 이유였다.

윤씨는 자신이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으로 알았다. 자신이 한국에서 징집대상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국적법에는 속지주의와 속인주의가 있다는 것도 이때 처음으로 알았다.

누구든지 미국땅에서 태어나면 무조건 미국국적이 부여된다. 이것이 속지주의이다. 한국국적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미국에서 태어났건, 아프리카에서 태어났건 무조건 한국국적이다. 

이것이 속인주의(혈통주의)이다.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영주권자일 때, 즉 아직 한국국적일 때  자녀를 낳으면 이 자녀는 속지주의에 따라 당연히 미국시민권자이다. 그러나 이 자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속인주의(부모국적)에 따라 한국국적이 그림자처럼 부착된다.

이 자녀가 18년, 20년이 지나 한국에 갈 기회가 생겼을 때 비자를 신청하면서 자신에게 한국국적이 있고,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사실에 이 자녀와 부모는 동시에 놀란다. 때는 늦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24살 대니엘 김.  1989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당시 부모는 영주권자였다.  올해 제임스 메디슨대학을 졸업한 후,  ‘대한민국 정부 초청장학생’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합격했다. 

올해 6월에 워싱턴 DC 총영사관에 유학비자 신청을 했는데 거절이 됐다.  한국국적을 가졌기 때문에 유학생 비자를 발급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한국국적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복잡한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의 한국행은 좌절됐다.

한때 한국과 미국에서 젊은이들의 스타였던 가수 유승준, 미국시민권자인 그가 병역을 거부하고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한국국민의 ‘분노(혹은 질투)’를 반영한 소위 ‘홍준표 국적법’이 제정됐다.  원정출산과 병역기피를 막기위한 법이었지만 이 법으로 수많은 한인 미국시민권자들(특히 젊은이들)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은 격이 됐다.

대니얼 김과 전종준변호사는 지난주 이 불합리한 국적법을 위헌이라며 한국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한국에 거주 기반이 있는 사람과 외국에 거주 기반이 있는 사람을 구분해서 법을 제정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일률적으로 규정해 병역기피 목적이 없는 외국거주 기반의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불공평하고 차별적인 피해를 주었다”는 취지이다. 또한 “한국국적 이탈의 기회도 행정편의상 어느 특정시기의 3개월 기회만 준 뒤, 그후  20년간은 국적이탈 기회를 박탈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법”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현행 한국국적법은 부모중 한사람이라도 한국 국적자일 때 태어난 자녀는 호적에 신고를 하지 않아도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분류된다.  이때문에 미국출생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만22세까지 미국이냐 한국이냐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복수국적자 남성들의 경우 18살이 된 후 3개월 이내에 한국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38세 병역면제 나이까지 한국국적을 이탈할 수 없다.  즉 이 3개월 이탈기간을 놓치면, 한국국적으로 남아 한국군대를 가든지, 아니면 38살 때까지 병역기피범으로 지내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에 3개월 이상 머물 경우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현재 미국에는 본의아니게 한국국적을 가지고, 한국국적을 이탈할 기회를 놓친 채, 한국군 병역기피범이 되어(이 사실조차도 모르는 2세들이 많다) 살고 있는 2세 시민권자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들에 대한  대사면령(?)이 필요한 것은 물론 병역법 개정도 절실하다는 것이 미주 한인사회의 입장이다.

재외국민 2세에게 편의를 봐준다는 ‘재외국민 2세제도’가 있다. 재외공관을 통해 재외국민 2세라는 확인을 받으면 한국에 나가 활동하는데 제한이 없었지만, 2011년 개정된 법에는 1994년 1월1일  이후 출생자들은 18세 이후 한국에서 3년 이상 체류하면 재외국민 자격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왜?

한인2세 대니엘 김의 헌법소원은 미국내 각 지역 한인회들로부터 호응을 받으며 캠페인운동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출생 한인 2세 남성들에 대한 병역법 개정은 특혜가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인으로만 알고 살다가 부모(한국인) 잘못 둔(?) 죄로 한국병역법 위반자가 된 수많은 한인 아들들을 보는 부모세대들은 면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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