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종결자 ‘렙틴’

김대유 원장 dyoukim@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06-22 12:24

비만을 이야기할 때 꼭 알아야 하는 것이 렙틴 호르몬입니다. 당뇨병과 인슐린 호르몬이 밀접하게 연관있듯이 비만과 렙틴 또한 실과 바늘같은 관계입니다. 1994년 미국 록펠러(Rochefeller) 대학교 프라이드만(Friedman) 교수가 렙틴과 비만과의 관계를 밝힌 논문을 발표한 뒤 비만은 금방 정복될 것 같아 보여 매스컴을 통한 요란한 기사가 신문을 뒤덮은 일이 불과 17년 전이건만, 비만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슐린이 발견된 것은 1921년 인데 9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당뇨병에 대한 연구는 계속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슐린을 필요로 하는 1형 당뇨병은 5-10%인 반면, 인슐린 비의존성인 2형 당뇨병은 90-95%를 차지하고 2형 당뇨병의 주된 원인은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 때문에 발생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당뇨를 일으키는 주범인 셈입니다. 결국 인슐린 저항성에 대한 이해 없이는 당뇨병을 정확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재미있게도 비만과 렙틴과는 불가분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비만 역시 렙틴저항성 때문에 발생합니다. 또한 렙틴저항성과 인슐린 저항성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뇨병과 비만이 불가분의 관계인 이유입니다.

렙틴 유전자는 1950년 실험동물을 전문적으로 키우는 잭슨 실험실에서 우연하게 발견되었고, 이 유전자 산물인 렙틴호르몬의 작용기작을 실험용 쥐에서 밝힌 프라이드만 교수는 제약회사로부터 엄청난 연구비 지원을 받게 됩니다. 제약회사는 비만치료의 길을 개척한 해당 교수에게 연구비 지원을 통해 개발될 신약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 달리 사람에게서는 렙틴 결핍 때문에 생긴 비만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비만환자에게는 충분한 양의 렙틴호르몬이 분비되는데도 불구하고 렙틴호르몬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렙틴저항성 때문이라는 것이 이후의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밝혀졌습니다.

렙틴(leptin)은 그리스어로 날씬함을 뜻하는 ‘렙토스(leptos)’에서 유래된 단어로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중요한 호르몬입니다. 신체의 많은 조직에서 렙틴을 분비하지만 대부분의 렙틴호르몬은 지방을 저장하는 지방세포에서 분비됩니다. 즉 지방의 양이 많아지면 많은 양의 렙틴이 분비되어 에너지 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저장된 지방의 분해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함으로써 지방의 축적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렙틴과는 반대 작용을 하는 그렐린(ghrelin)은 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써 위가 비워지게 되면, 즉 배고플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에너지 대사를 억제하고 식욕을 자극함으로써 몸의 지방 축적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일명 배꼽시계라고 할 수 있는 있지요. 우리 몸의 렙틴과 그렐린이 조화를 이루면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식욕이 억제되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과도한 체지방을 갖게 되면 지방세포에서 렙틴의 분비량은 늘어날 뿐만 아니라 그렐린의 분비를 억제하여 렙틴 농도는 높아지고 그렐린 농도는 극히 낮아지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높은 렙틴호르몬 때문에 렙틴저항성이 발생하고, 또한 낮은 그렐린 농도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렐린 민감성이 발생하면서 우리 몸은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비만은 결국 렙틴저항성과 그렐린 민감성 때문에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비만을 해결하는 길 – 렙틴을 이해하고 정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