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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8-04-05 00:00

이번 주 칼럼의 주제는 롤 모델(Role Model)이다. 우리말로 정확히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롤 모델’은 어른이 아이들에게, 또 스승이 제자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것이고, 반대로 밑에서 보면 앞으로 되고자 하는 사람의 이상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어릴 때 많은 위인전을 읽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자기에 맞는 롤 모델을 찾기 위함이다.  롤 모델 같은 존경스런 사람은 멀리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족 또는 이웃 그리고 학교 등 아주 가까이 있기도 하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필자의 경험을 이야기 하자. 내가 만난 롤 모델은 10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스턴에서 한참 공부할 시점에 만난 나의 은사님은 아주 철부지 같았던 당시의 나를 180도 바꿔놓았다. 벌써 버클리음대에서 30년 넘게 학생들을 지도하시고 뉴욕과 보스턴에서 연주활동을 하시는 나의 은사님 존 윌킨스(John Wilkins)는 아이들에게 늘 어떤 연주자가 되어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시는 분이다. 말보다는 늘 행동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셨고, 또 정치판처럼 더러운 문화예술계에서 진정한 연주자와 음악인의 참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늘 말이 아닌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이다.

연주 중인 존 윌킨스(John Wilkins, 앞줄 가운데) 선생의 모습.

 사실 어릴 때는 연주자로서 이 정도 대단하신 분이 왜 시쳇말로 ‘크게 못 뜨시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10년 이상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윌킨스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길을 택했지만, 그 분이 한 인간으로 또 연주자로서 수많은 그의 제자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고 있는 배경에는 음악과 자기 자신에 대한 늘 진실함이 있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전세계에 퍼져있는 그의 제자들은 아마도 그의 모습을 그대로 계승해, 혹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으나 다음 세대에게 또 다른 좋은 롤 모델이 되기 위해 모두 힘쓰고 있는 아주 성공한 음악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롤 모델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란 대단하다. 벌써 우리 나이로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는 다음 세대에게 연주자로서 어떤 롤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요즘 말로 소위 ‘잘 나가는’ 것도 무척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잘 나가느냐, 그러니까 결과보다는 방법이 더 중요하고 또 어떤 인격과 소양을 갖춘 연주자가 될 것인지가 내게 더 중요하다. 이것은 나의 은사님에게 배운 것이고 또 앞으로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주어야 할 나의 사명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번 봄방학 때 나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은사님을 찾아 뵙기 위해 다시 보스턴에 갔다.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늘 섞여있는 존 윌킨스 선생님께서는 10년 전과 변함없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비록 20분이라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나의 은사님은 예전 모습 그대로 지금도 수많은 학생들에게 음악인으로서 큰 롤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늘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성실하신 모습, 더 좋은 연주를 위해 고민하는 변함없는 정열과 노력, 그리고 자신과 음악에 대한 진실함은 늘 나에게 영감적으로 다가온다. 또 다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시 이야기 하지만, 롤 모델이 발휘하는 힘은 이렇게 크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제는 내게 주어진 롤 모델로서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세대에게 한 인간으로서, 음악인으로서, 선생으로서, 그리고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등등 내게 주어진 다양한 역할이 무엇인지 늘 고민한다. 이것은 나와 여러 다른 예술 문화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청년기를 빠져 나오는 사람들은 꼭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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