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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유병옥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3-17 00:00

김봉림씨 ‘문학마을’ 통해 한국문단 등단

◇ 가족들을 위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행복해 하는 남편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김봉림씨. 대학 때는 군인 간 남편에게 연애편지를 쓰고 이민 후에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며느리 편지’를 보냈던 김씨는 인터뷰 말미“나이들어 새롭게 시작한 글쓰기를 통해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다”며 주부들이 자기를 다듬는 기회로 글쓰기에 동참하자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보다 행복한 작가가 있을까. 고려대학교 C.C(캠퍼스 커플)로 만난 동갑내기 첫사랑 남자와 결혼한 지 33년.

학창시절 학보사 기자로 한때 글을 쓰긴 했지만 이민 후 ‘절필(絶筆)’ 하다시피 했던 펜을 다시 든 것은 남편이 된 그 연인(戀人)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그 남편과 함께 살아 온 긴 세월의 평온한 일상을, 구수하면서도 때로는 뜨끔하게 풀어 낸 수필로 마흔 넘은 나이에 밴쿠버한인문학가협회 신춘문예공모전에 출품한 수필이 입상, 올해 3월 기어코 한국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작가 김봉림씨의 얘기다.

김봉림씨는 평생 가족들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으로 헌신하는 남편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로 문단을 두드려 문인대열에 합류했다.

문학마을 2008년 봄호 신인상으로 선정된 김씨의 작품은 ‘향수’, ‘돋보기’, ‘얼음과자’ 등 수필 6편.

아르헨티나와 밴쿠버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며 지난한 시간을 견딘 그간의 일상을 행복한 터치로 고스란히 작품 속에 담았다.

“처음 이민을 갔던 뉴질랜드와 밴쿠버에서 남편과 함께 그로서리를 운영하며, 여러 나라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보면 문화는 다르지만 사람 사는 것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누군가에게 정(情)을 쏟으면 내게 더 큰 기쁨으로 되돌아 오고, 그때마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어요.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제게 특별하지만 타인에게는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일을 남 앞에 내 놓는다는 것이 부끄러워 망설이다가 마흔을 넘겼지요.”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였던 김봉림씨는 한국을 떠난 지 25년이 지나 한글 어휘도 많이 잊어버려 사실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만 ‘훤’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그이에게 다시 글을 쓸 용기를 준 사람은 유병옥 시인이다.

“제가 봐도 졸작인 글을 한 줄 한 줄 다듬고 가르치며 아낌없는 격려를 해 주신 분이 유병옥 선생님이죠. 그리고 신춘문예에 응曹?때만 해도 볼펜으로 써서 냈던 컴맹인 저를 위해 컴퓨터를 조립해서 가져다 주신 가계 손님과 남편이 적극적으로 저의 컴맹탈출을 도와 준 덕분에 글쓰기가 쉬워진 것도 이번 등단의 큰 힘이 되었습니다.”

김씨가 밴쿠버한인문학가협회 5월 문예 공모에서 수필부문 당선작 ‘진복이한테 배우기’는 의사가 된 큰아들의 이야기다. ‘터치 쇼핑’은 장애인인 단골 손님을 위해 부부가 사랑으로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려져 있다. 이렇게 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무언가 부족하지만 따뜻하고, 작지만 큰 교훈으로 깨달음을 얻으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고자 하는 작가 내면의 인간미가 폴폴 묻어 난다.

문학계간지 ‘문학마을’ 신인상은 문단의 중견 및 원로 문인의 추천을 거쳐 출품 된 작품을 예심을 통해 선발, 다시 본선 심사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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