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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삶의 소리 내는 '대금연주동아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05 00:00

우리모임 / 밴쿠버 대금연주동아리

밴쿠버 대금연주동아리 모임은 무형문화재 45호 대금산조 이수자 오명근씨가 대(竹)소리를 내는 우리 전통 관악기 중금, 소금, 단소 퉁소와 함께 젓대(箸聲)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대금, 소금, 중금, 단소, 퉁소 등 우리 관현악을 가르치고 배우는 모임이다.

북소리가 원초적인 삶의 소리라면 대금(大琴)은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애환이 서린 소리를 내는 대금은 가슴 속으로 들리는 혼이 깃들어 있다. 시인 백우선은  ‘저리 높고 맑은 대금산조’라는 시에서 대금 소리를 “저리고 시린 가슴, 눌리고 맺힌 가슴, 썩고 문드러진 가슴이 삭고 삭아서 몇 천 년을 또 그런 가슴 만나 울려나는 것일까”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대금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기원은 약 1300년 전 신라 신문왕 때 동해 한가운데 갑자기 거북이 머리 같은 모습의 조그만 산이 생겼는데, 그 산 위에 한 개의 대나무가 낮에는 두 개였다가 밤이면 한 개로 합쳐졌고, 이를 신비하게 여긴 신문왕이 그 대나무를 잘라 옆으로 부는 악기로 만든 것이라고 전해져 내려 온다.

회원들 앞에서 대금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오명근씨. 현재 8명의 회원들이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에드먼즈에 위치한 오씨의 집에서 대금을 배우고 있다. 회원들 대부분 초보이므로 음악에 문외한이더라도 대금 소릴 듣고 싶은 사람은 차를 마시며 참여해도 환영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 대금을 불면 "적병이 도망가고 병이 치유되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바다에 거친 파도가 일어날 때는 잔잔해졌기 때문에 국보로 소중하게 여겼다"라고 하여 만파식적(萬波息笛)으로 불렀다고 전한다.

‘밴쿠버 대금연주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오명근씨는 “대금은 처음에 소리를 잘 내는 것까지 초보자들이 어려워하지만, 이 과정만 잘 견디면 음계가 아닌 아랫단, 중간단, 높은 단으로 이루어진 대금의 음정과 연주법은 아주 쉽다”고 말한다. 또한 정악대금(正樂大?: 풍류대금)과 산조대금(散調大?: 시나위 젓대)으로 나누어져 있고, 쌍골죽 대금, 준쌍골 대금, 황죽 대금(민죽)오죽 대금, 합죽 대금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살이 두껍고 단단하면서도 양쪽 줄기에 홈이 깊이 팬 쌍골죽(雙骨竹)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정악대금은 명상, 드라마에 삽입되는 연주 등 맑고 청아한 깊이 있는 소리를 내는 것이고, 산조대금을 쉽게 설명하면 우리 민요와 서민적인 음악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대금이죠. 단순한 소리인 듯하지만 대금으로 ‘스와니 강’, ‘기다리는 마음’과 같은 외국 곡, 우리 가곡 무엇이든 연주할 수 있습니다.”

처음 나온 회원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연주를 직접 들려주며 대금을 배우기 위해서 먼저 ‘소리를 많이 듣고 그 소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오씨는, 지난 달 자신의 집을 ‘사랑방’ 삼아 ‘밴쿠버 대금연주동아리’를 열었다. 현재 노스밴쿠버, 써리, 밴쿠버에서 찾아 온 8명의 회원들이 오씨에게 대금, 중금, 소금, 단소를 배우고 있다. 모임에서는 대금을 배우는 것 외 따끈한 차를 우려 마시며 명상도 함께 즐긴다. 

회원들 가운데는 우리나라 무형문화재 45호인 대금산조 보유자 ‘죽향 이생강 선생’의 제자이기도 한 오씨의 대금연주를 듣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아직은 대금연주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가슴을 저미는 듯한 대금 소리가 좋아서 오는 초급 수준의 실력을 가진 회원들이 대부분”이라며, 따라서 수시로 직접 연주를 들려주며 대금소리의 아름다움을 느껴 친밀함을 갖도록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제가 어렵게 배우고 익힌 것을 저 혼자 가지고 그대로 죽는다면 그건 무형문화재 전수자 이수자로서 본분을 저 버리는 일이지요. 그래서 앞으로 대금 외에도 중금, 소금, 단소, 아쟁과 같은 악기들도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만 있으면 모두 가르치려고 합니다. 우리 전통 악기를 대가 끊어지지 않도록 한 명이라도 더 알리라는 의미로 국가에서도 전수자와 이수자를 지정한 것인 만큼, 이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의무적으로 가르칠 생각입니다. 국악기를 접하지 못한 초보라고 겁내지 마시고 모두 오세요.”

이제 겨울비가 수시로 내리는 밴쿠버의 겨울이 깊어지고 있다. ‘밴쿠버 대금연주동아리’는 단오를 전후 해 채취한 갈대의 속껍질로 청을 넣는 대금의 그 청아하고 깊이 있는 고음과 저음에 취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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