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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건강과 친구를 만납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29 00:00

우리 모임 / 수요 산우회

매주 수요일 맑은 산 공기를 마시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수요산우회 회원들이다. 수요산우회는 97년 늘산 박병준씨가 설립한 밴쿠버 최초의 교민 등산모임인 ‘밴쿠버한인산우회’ 회원들이, 주말 산행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평일인 수요일에 등산을 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살아가면서 산행에서 만난 사이처럼 격식을 지양하고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웃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자연을 벗 삼아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의사가 소통되는 지인들과 밴쿠버의 아름다운 산을 정복하는 기쁨은 어떤 레저스포츠보다 강하고 성취감이 크다. 
수요산우회는 밴쿠버최초의 교민등반모임으로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회원 수 300명을 육박 한 밴쿠버한인산우회가 모태로, 이는 수요산우회 외 월요산우회도 탄생시켰다. 하나의 모임이 이렇게 3개로 나누어진 배경에는 한번 산행에서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최대인원을 넘어 서는 인원을 감당하기 벅찬 이유와 함께 연령대와 산행경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산행코스를 잡아 각각의 재미를 추가해 보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산행을 하던 사람들이 낮은 산을 오르면 조깅처럼 싱겁고 재미가 없고, 반대로 초보자들은 조금만 높아도 경력자들 코스를 따라가기 힘겨워서 도중에 포기해버리는 일이 있죠. 해서 교민들 스스로 자신의 건강과 체력에 따라 초보코스와 중급 코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만든거죠.”
4년째 수요산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부씨는 한국에서부터 국내 외 명산을 섭렵하던 베테랑 산악인. 그는 우리나라의 지리산, 속리산, 한라산, 내장산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키나바루’와 대만의 ‘옥산’, 일본 등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정상을 수 차례 밟았다.
30년을 넘긴 풍부한 산행 경험을 바탕으로 100명을 넘어선 수요산우회를 이끌며, “모든 교민들이 아름다운 밴쿠버 산을 마음껏 즐기게 하자”는 취지 아래 봄 여름 가을 겨울 산을 오른다. 그는 “이민사회에서 산행은 체력을 증진하는 목적만이 아니다”는 생각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산행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어려운 산행을 배제하고 가볍게 다녀 올 수 있는 코스를 지향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술, 담배, 일에 찌들어서 살던 때보다 30년이 지난 지금이 훨씬 더 건강해졌어요. 맑은 공기에 스트레스 떨쳐버리고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산행을 하고 나면, 내 몸을 내가 마치 들여다 보는 것처럼 투명하게 이상을 느끼는 게 신기합니다. 우울증이니 실어증에는 산행이 보약이고 치료제 입니다. 산이 의사죠.”
70을 앞둔 김회장은 지난 봄 건강검진에서 ‘40대 체력’, ‘60살의 청년’이라는 검진결과를 통보 받았다. 산행을 하다가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나무 숲 사이 햇살을 받으며 정상에 오르면, 저절로 터져 나오는 "야호"하는 외침에 얼기설기 엮어져 있던 일상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해소되는 상쾌함은 산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산행예찬론을 펼친다. 
“산을 오른다고 등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산행은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고, 그 친구와 나누는 대화 속에서 정보를 얻고, 또 그 정보를 통해 삶의 지혜와 편안함을 얻을 수 있죠. “
김씨는 또 밴쿠버에서 산행은 꼭 그 코스에 등반 경험이 있는 사람과 올라가라고 조언한다.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들에게는 하산하는 길이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발한발 앞으로 내디딜 때마다 제각기 다른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산은, 서로 꼭 손을 잡아 끌어주지 않아도 마음으로 의지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오릅니다.”
지난주에도 곤돌라를 타고 휘슬러 21km, 약 50리길 등반을 다녀 온 수요산우회 회원들은 거짓 없는 산을 오르며, 이국에서의 외로움과 적적함을 잊어버린다. 산이 있기에 오히려 안온함마저 느끼는 회원들은 등반 외에도 매월 모여 바비큐 파티도 벌이며 친목을 다진다. 

문의 (604) 999-9075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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