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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앞으로 21년을 고민한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24 00:00

한인사회의 주역이 될 ‘86년생’의 과거와 미래

창간 21주년을 맞은 밴쿠버 조선일보와 함께 태어나고 자라 온 1986년생들. 이들이 거쳐 온 사회상을 되짚어보고, 미래의 주역이 될 이들의 고민과 바램은 무엇인지 진단해본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IMF 시절

86년생들이 초등학생이었던 지난 97년 벌어진 IMF 사태는 밴쿠버 한인 경제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환율이 폭등하자 유학생들은 대거 귀국했고, 교민경제도 크게 휘청거렸다. 이민 온지 얼마 안된 집은 IMF를 맞아 한국으로 되돌아가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한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씀씀이를 줄이며 어떻게든 이곳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이 시절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초등학교 시기를 보낸 86년생들은 대부분 부모세대가 얼마나 큰 고민과 노력을 했는지 잘 모른다. 그만큼 한국 부모들이 자녀들에게만큼은 아끼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물론 다운사이징을 위해 집을 줄이거나 이사를 갔던 기억을 가진 이들이나, 작은 1베드룸에서 온 가족이 함께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도 많이 있다. 

조기유학 세대들과의 만남

86년생들이 세컨더리에 들어가 한창 공부할 나이였던 2000년대 초반, 외환송금자유화와 고등학생 조기유학 자유화로 밴쿠버로의 조기유학생 수는 크게 증가했다. 또한 캐나다로의 이민자 수는 2001년 한해 동안만 9600명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3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까지의 독립이민자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대거 캐나다 땅을 밟았다.
 
특히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으로의 동반비자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부모와 함께 캐나다로 목적지를 바꾼 학생들이 늘어났으며, 광역밴쿠버 각 교육청에는 한국 유학생과 신규 이민자 학생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 때 밴쿠버 땅을 처음 밟은 86년생들 중에는 캐나다 학교에 잘 적응한 이들이 있는 반면, 적응 못한 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며 한인학생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도 종종 있었다. 또한 예전보다 한국학생 수가 늘어난 덕분에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을 쉽게 사귈 수 있었지만, 한국의 뒤틀린 선후배 문화와 ‘왕따’도 함께 들어와 피해를 입는 학생도 생겼다.

자긍심 심어준 월드컵과 한류

월드컵 공동개최를 통해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년은 86년생들에게도 잊지 못할 사건이다. 뜨거운 가슴을 지닌 이팔청춘이었던 이들은 대회 시작 전까지만 해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첫 경기 승리 후 승승장구하는 한국팀을 보며 범국민적 응원에 열정으로 동참했다. 특히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던 2세나 어린 시절 이민 온 1.5세들이 월드컵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대부분의 86년생들은 2002년 월드컵을 생생히 기억하면서, 단체응원과 랍슨 거리 행진 등을 통해 마음속 깊이 잠자고 있던 애국심과 한국에 대한 관심이 깨어났다고 말한다. 또한 월드컵 이후에도 ‘겨울연가’, ‘대장금’ 등을 앞세운 한류가 이곳에도 거세게 밀려 들어와 젊은 세대의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지속시켰다.

한국과의 끈 놓지 않는다

밴쿠버 지역의 86년생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빌려온 한국 비디오를 통해 한국문화를 접해 왔다. 이 덕에 많은 이들이 한국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들을 봐 왔는데, 이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고정관념이나 편협한 사고를 심어주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고속 인터넷이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되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아 시청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또한 이 세대 젊은이들은 인터넷 공간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 블로그, 사이월드, 페이스북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핸드폰을 이용한 문자 및 이메일이 친구들과의 인간관계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한다.

본인의 미래를 생각할 때도 86년생 중에는 예전에 비해 한국과 연관된 일을 하거나 한국 기업체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코리안 캐네디언 중에 한국어학교를 끝까지 보낸 부모에게 감사하는 이들이 늘고,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한국의 달라진 국가적 위상을 대변해 준다.

 

이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아직 대부분의 86년생들이 대학 등에서 제도권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고민은 대부분 전공선택, 미래의 직업, 연애와 친구관계 등이다. 특히 아직도 이들은 부모세대의 바램과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괴리감에 남몰래 속을 태우는 경우가 많다.

UBC에 재학 중인 한 1.5세 학생은 “부모님의 희생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부모님들은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상으로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것 같다”며 이러한 기대 때문에 주변 친구들 중에는 장래희망이나 직업을 놓고 부모와 갈등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한인 부모들은 자녀의 대학 진학시 적성보다는 그 대학의 간판과 사회적으로 보장된 전문직에 진출할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캐네디언들이 우스개 소리로 하는 “이과를 택한 한국학부생은 모두 의대를 목표로 한다”는 말이 우습지 않게 들리는 이유이다.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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