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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의 아메리칸 드림에 미국은 취하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15 00:00

재미동포 소설가 이민진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식사’ 언론·문단서 관심 집중… NYT 북 리뷰는 1개면 할애

한인 이민자 부모와 이민 1·5세대인 자녀 사이의 갈등을 다룬 내용의 생애 첫 소설을 발표한 한국계 소설가에게 미국 문단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식사’(Free Food For Millionaires)를 발표한 이민진(38·미국명 Min Jin Lee)씨가 주인공이다. 소설이 출간되기 전인 지난 4월 ‘USA 투데이’에 첫 서평이 실린 것을 시작으로, 뉴스위크, AP 등 유수의 언론에 서평이 실리고 방송들도 그녀를 소개했다.

이민자 부모와 자녀의 갈등 그려 

지난 7월에는 뉴욕 타임스 북 리뷰가 1개 면을 모두 털어 그녀를 소개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하기도 했다. ‘네이티브 스피커’ 등의 소설로 ‘PEN/헤밍웨이상’, ‘아메리칸 북’ 상 등을 받은 이창래를 이을 작가라는 기대 섞인 평가도 흘러나온다.

일곱 살이던 1976년 부모와 함께 서울을 떠나 뉴욕에 정착한 그녀는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자라 일류대(예일대와 조지타운 법대)에 진학하고 변호사로도 활약한 한인 이민 사회의 성공 모델이다. 12년 전 변호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이씨는 미국에서 이민자의 딸로 성장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소설을 썼다.

소설의 주인공 케이시 한(Casey Han)은 세탁소를 하는 한국 이민자의 딸이다. 그녀의 부모는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를 마치고 콜롬비아대 로스쿨 입학허가를 받은 딸을 자랑으로 여기며 살지만, 케이시는 “좋은 집안 출신의 백인들과 경쟁하는 삶이 싫다”며 로스쿨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나는 네 나이였을 때 거리에서 김밥을 팔았다”며 자신의 고생을 강조하는 아빠에게 딸은 “저도 늘 열심히 살았다”며 항변한다. 아빠는 기대를 저버린 딸을 내쫓는다.

소설은 부모와 그 자녀들의 서로 다른 가치관 때문에 발생하는 이민자 가정의 균열을 파고든다. 특히 자녀의 출세를 뒷바라지하는 것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사회 상층부로의 진입을 열망하는 한인 이민자와 그 자녀의 갈등에 주목한다. 뉴스위크는 “사랑과 직업, 가족에 대한 의무, 돈, 신념 등의 문제를 잘 짜인 다양한 시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뉴욕판 카스트 제도를 드러낸다”고 평했다. 묵직한 주제를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솜씨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인 오스틴·조지 엘리엇에 비교 

미국 평단은 여성의 사랑과 우정, 직업적인 모험, 간통 등의 흥미로운 요소들로 풍성하게 이야기를 전개한 그녀를 제인 오스틴과 조지 엘리엇(로맨스 소설을 쓴 19세기 영국의 여성 소설가들)에 비교하기도 했다.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건물 근처에 살고 있는 그녀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소설 주인공 케이시에 자신의 경험이 투영됐음을 밝혔다. 케이시처럼 뉴욕시 퀸스에서 이민 생활을 시작한 그녀의 어린 시절은 “쥐가 나오는 방 1개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살았던” 가난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16세부터 35세까지 B형간염 보균자였던 이씨는 “임신을 하면서 간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직장을 그만둔 배경을 설명했다. 변호사였을 당시 이씨는 하루 12시간씩 일요일 없이 일에만 빠져 살았다고 했다. 현재 아홉 살 된 아들을 둔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고 명예와 돈을 잃었지만 남편을 행복하게 해주고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것도 기적처럼 멋진 일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해 케이시의 선택이 그녀의 선택이기도 했음을 시사했다.

‘백만장자…’는 그녀가 쓴 네 번째 소설이자 발간에 성공한 첫 작품이다. 그녀는 “변호사를 그만둘 때만 해도 곧바로 소설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첫 소설부터 출판사의 퇴짜를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한국계 미국작가라는 것이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의 삶은 예술적 표현의 대상이 될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최지혜 인턴기자 (하바드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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