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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인터뷰]‘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3-20 00:00

“1미터 거리 안 거장의 모습은 이 점이 달랐다”

지난 16일 저녁, UBC 아시안센터에는 한인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뜻 깊은 잔치가 열렸다. 우리와 핏줄과 피부 색깔이 다른 이들도 이 잔치에 관심을 보였다. 잔치에 초대된 손님이 바로 한국 문단의 거장 조정래씨였기 때문이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그가 발표해 온 작품들은 치열했던 한국 근현대사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점이 한반도에 뿌리를 둔 이 땅의 한인들이 조정래씨를 기다린 이유다.

작가는 2007년 신작소설 ‘오, 하느님’(문학동네)을 발표했다. UBC 브루스 풀톤(Fulton) 교수는 이 소설을 영문으로 번역해 캐나다 사회에 알린 바 있다. 16일 저녁의 잔치는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오, 하느님’에 대해 애기하는 강연회 자리이기도 했다. 행사에 앞서, 조정래씨를 만났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노년의 작가에게서는 구수한 고향냄새가 났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지녔을 것 같다는, 날카롭게 상대방의 약점을 집어낼 것 같다는 기자의 선입견은 작가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는 그 짧은 순간에 금새 사라졌다. 작가는 구수했고 유머감각이 넘쳤으며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대 작가답게 포용성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일제가 한국의 근대화를 도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날카롭게 꾸짖지만은 않았다.

“우리가 진정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면, ‘다양성’을 인정해 주어야겠지요. ‘식민지 근대화론’이 제기되는 상황이 개인적으로는 개탄스럽지만,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이라면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주장은 비판할 수 있지만, 그들의 인권은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바른 역사 인식을 갖는 것은 정체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반도에서 태어났지만, 밴쿠버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정체성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작가는 대하소설 ‘아리랑’을 통해 초기 이민자들의 서럽고 치열했던 삶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일제시대 때의 이주를 이민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가 있지요. 당시 이민자들은 노예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조국은 잊지 않았습니다. 매달 월급 명목으로 주어지는 생계비를 쪼개 독립자금에 보탰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시대의 이민자들과 당시의 이민자들을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 시대에 한반도를 떠난 사람들은 한국은 잊고 새로 정착한 땅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민자들은 한국을 잊고 살아야 한다는 그에게서 매우 엄한 친정 아버지의 모습이 비쳐졌다. 친정은 잊고 새 생활에만 전념하라는 예전 아버지의 모습이 느껴졌다.

“한국에 기대려는 태도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민자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한국을 오히려 도울 수 있지요. 캐나다의 주류 정치인이 되는 것도 그 중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친정’을 멀리 하라지만, 고국의 소식은 늘 궁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권이 바뀐 뒤 냉전 모드로 돌변한 남북관계는 이민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한 레일 위에서 상대방을 향해 질주하는 기차를 보는 것 같습니다. 언제 충돌할 지 모르지요. 참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분단 국가에서의 지상과제는 결국 통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 정권 모두 통일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 걱정’ 때문인지 인터뷰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졌다. 그래서 그에게 약간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67세의 작가는 ‘아름답게 늙는 것’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노욕을 부리다 보면, 말년이 추해집니다. 권력 같은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되겠지요. 자신이 사랑하는 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는, 최후의 순간까지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인터뷰는 끝났고, 작가는 강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그는 모국어의 소중함과 인류의 탐욕, 그리고 세계 평화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의 강의는 모처럼 찾아온 고국으로부터의 소중한 선물이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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