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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자기 안에서 찾는 것…"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2-23 00:00

2008 대한민국정부 국민포장 수상한 김광수 목사

써리에 위치한 믿음교회는 마치 ‘작은 캐나다’처럼 보인다. 영어 예배가 주축이긴 하지만, 교회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남미 출신의 이민자까지 감싸 안는다. 신자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예배를 드리고, 교회라는 큰 틀 안에서 복합 문화 주의를 경험한다.


김광수 목사가 바로 이 ‘작은 캐나다’를 이끄는 주인공이다. 각기 다른 문화권 출신들을 아우른다는 것이, 담임목사로서 가끔 힘에 부치기도 한다. 그러나 김 목사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먼 이국 땅 캐나다에서 자신의 소명을 발견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그를 행복하게 한다.
내년이면 이민 온 지 어느새 35년째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대 후반의 청년은 머리가 희끗희끗해졌고, 손자의 재롱을 즐길 나이가 되었다. 몸도 세월에 맞게 중후해졌다. 직업이 달라졌다는 것도 큰 변화다.


아내의 적극적 권유로 신학공부 시작

처음 캐나다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김광수 목사는 사람들로부터 ‘마스터 킴’이라고 불렸다. 그는 날렵한 태권도 사범이었다. 75년 이민 당시, 공인 5단에 국제대회 심판 자격증까지 갖추고 있었다. 
“학사장교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그때 결혼도 하고 첫 아이도 있었는데, 대한태권도협회로부터 캐나다 행을 권유 받았지요. 사범을 보내달라는 캐나다 태권도협회의 요청이 있었는데, 제가 선택됐던 겁니다.”
그가 처음 정착한 곳은 알버타였다. 그는 그곳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때로는 평범한 비즈니스 운영자로서 10년 넘게 살았다. 그러다 신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86년 9월의 일이다.
신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그에게 교회는 포근한 안식처였을 터. 하지만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신학대학원 입학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혈기왕성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적지 않은 나이도 마음에 걸렸다. 신학대학원 입학을 고려했을 때, 그의 나이는 이미 불혹이었다. 주저하고 있는 그에게 용기를 준 사람이 바로 권영숙씨다.  
“아내는 저를 위해 항상 기도해 주었습니다. 신학을 공부해 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한 사람도 바로 아내였지요. 아내는 참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델타교육청과 랭리 소재 TWU에서 카운셀러로 일하고 있지요.”

이름 알리는 것은 중요치 않다

목사 안수식을 받고 난 뒤, 그는 알버타를 떠났다. 밴쿠버 소재 한 교회로부터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때가 92년 7월이다.
써리 ‘믿음교회’에 부임한 그는 오직 이 교회에서만 17년째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 교회는 내실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지역 아동들을 위한 프리스쿨을 운영하게 되었고, 나눔의 공간인 체육관도 마련하게 됐다. 이 체육관에서 각기 다른 출신의 이민자들이 친교를 나눈다.
이처럼 밴쿠버에 정착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김광수 목사가 한인사회에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캐나다 교회에서만 줄곧 일했던 탓에 한인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을 기회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은 전면에 내걸지 않은 채, 캐나다와 한인사회 교류를 위해 묵묵히 일해 왔다. 11년 전부터 ‘한국전 참전용사의 밤’을 개최해 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누구 한 사람, 알아주길 원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한 개인이 벌이기에는 부담스러운 행사일 수도 있다. 그저 한국을 위해 애써 준 캐나다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4년 전부터는 서부캐나다 재향군인회가 ‘한국전 참전용사의 밤’을 함께 하고 있다. 그의 미담이 한인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이 일을 처음 시작한 김광수 목사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몹시 인색하기만 했다.
김광수 목사는 “목회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1월 대한민국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게 됐습니다. 캐나다 땅에 태권도를 보급하고 참전용사들을 위한 행사를 10년 넘게 주관했던 게 상을 주신 이유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부끄럽습니다. 현역에 있는 목사가 그렇게 큰 상을 받는 것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지요. 지역사회에 더 봉사하라는 뜻에서 주는 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위주 태도 버려야 차별도 사라진다 

김광수 목사는 가끔씩 불거져 나오는 한인사회의 불협화음은 “자신을 너무 내세우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묵묵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 그 ‘인정’을 끌어내려 한다는 점이다.
“어떤 모임의 단체장이 된 것을, 권위나 지위 혹은 능력과 연계해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자신이 지닌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감투를 쓴 것이 아니에요. 그런 생각을 하면 남은 것은 시기와 질투뿐이겠지요. 권위나 자리를 위해 다투는 것보다는, 한 단체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인사회를 생각했을 때, 김광수 목사는 아쉬운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인종차별’과 관련된 것이다. 김 목사는 캐나다에도 인종차별이 만연하다고 믿는 몇몇 한인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저는 캐나다에서 산 지난 34년 동안 인종차별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진짜 차별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캐나다엔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위주로 생각하면, 차별이 아닌 것도 차별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높이에 맞추고 더불어 산다고 생각하면, 마음고생 없이 다 같이 잘 살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캐나다에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 목사는 이 사회의 투명성을 거론한다. 시스템이 투명하기 때문에 개인이 해서 안 되는 것은 변호사나 이른바 ‘힘 있는 사람’의 힘을 빌려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이민이다. 개인이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편법을 동원해도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는 게 김 목사의 견해다.
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캐나다 사회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보려 한다. 김 목사도 마찬가지다. 장점을 높게 생각하면 자신을 괴롭히는 불평, 불만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이 땅에 사는 것이 행복하기만 하다.
“행복이란 것은 주관적인 겁니다. 자기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지요.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얻는 행복은 진짜가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캐나다 사회의 주요 장점은 남의 눈치를 크게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과시를 위해 자동차 배기량과 집의 크기를 결정하는 사람이 순도 100%의 만족감과 조우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순간적으로 만족감을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행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자신보다 더 좋은 차를 굴리고 더 좋은 집에 사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의 진짜 의미

그는 목회자로서 자녀교육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김 목사는 캐나다에서는 한국과는 다른 자녀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캐나다 교육의 장점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의 자녀들은 부모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 희생’ 문화 때문이지요. 부모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다 보면, 아이는 중요한 것을 잃게 됩니다. 어떤 어려움과 직면했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거지요. 부모들은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출세를 보장하는 쉬운 길을 제시하는 것을,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 여기면 곤란해요.”
몇몇 부모들은 자녀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가 해주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 희생이 가능한 것이다. 진정 자녀의 행복을 원한다면, 자녀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자녀의 인격입니다.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건전한 인격을 가진 성년으로 키우는 게 부모의 역할입니다. 캐나다 교육에선 이 모든 것이 가능하지요.”
김 목사는 캐나다 사회의 밝은 면을 보면서 싱싱한 에너지를 얻는다. 그의 이런 태도는 삶의 뿌리를 한국에서 캐나다로 옮긴 이들에게 꼭 필요한 하나의 ‘덕목’처럼 느껴진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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