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35년 후의 세상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1-28 00:00

 

위대한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국립묘지에 묻히길 거부했다. 삶의 영광은 무덤의 소재에 따라 결정되진 않는다. 하지만 삶의 애착이 많은 사람일수록 무덤 역시 화려하길 바란다. 병마용에 둘러 싸인 진시황의 무덤이 그렇다.

처칠은 인생의 위기때마다 찾아가 기도를 올렸던 작은 교회 옆 묘지에 묻히길 소망했다. 비범한 삶을 산 그였지만 소박한 유종을 원했다. 사람들은 그의 마지막 바람을 거절하지 않았다.

처칠은 독일과의 오랜 전쟁 동안 영국인들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했다. 영국인들은 그의 말을 믿고 피와 눈물과 땀을 바쳤다. 그리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한 신문기자가 물었다.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처칠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다음 날 혹은 내년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더 중요한 것은 예언이 틀렸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할 능력이다”고 덧붙였다.

예언은 자주 빗나간다. 예언이 다 들어 맞는다면 오히려 두려울 것이다. 예언은 가끔 틀리기에 다름대로 가치를 지닐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 미국 외교협회장 리차드 하스, 신학자 하비 콕스 등 16명의 내노라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앞으로 35년 내 사라질 16가지를 예언했다. 그 내용이 참 흥미롭다.

놀랍게도 그 중 1위는 일부일처제의 종말이다. 여자들은 더 이상 한 남자의 부인이길 거부한다. 물론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문명 사회가 오랜동안 당연시해 온 모럴이 무너지는 것이다.

일부일처제의 실질적 배경은 재산의 대물림과 여성에 대한 보호에 있다고 한다. 일부일처제가 사라지면 당장 가족의 개념이 모호해진다. 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 자식에 대한 뚜렷한 확증이 없어진다. 물론 DNA 검사로 가름할 수는 있겠지만 일부일처제에서와 같은 구속력은 줄어들 것이다.

일부일처제는 꾸준히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켜 왔다. 그 이전엔 재력이나 권력을 가진 남성이 다수의 부인을 둘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 올 일부일처제의 몰락은 다분히 여성들 스스로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이 높다. 성이 억압된 상태에선 남성들의 공격성이 빛을 발했지만 성의 개방 시대기엔 여성들의 자유 의사가 더 우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려운 것은 그로 인해 야기될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붕괴다. 한 사람이 여러명의 연인(multiple partners)을 갖게 되면 성, 사랑, 출산간의 연계 고리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그밖에 사라질 것으로는 영국 왕실이 손꼽혔다. 근엄함으로 둘러싸인 영국 왕실은 각종 스캔들과 부정, 세금 낭비 등 바르지 못한 단면들을 노출시켜 더 이상 신비의 대상이 못된다. 왕실 스스로도 자신들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도 위태롭다. 중국처럼 거대한 사회에서 권위주의적 정부가 계속 집중된 권력을 행사하긴 더 이상 힘에 겹다. 이와함께 일본은 그동안의 대미의존적 자세에서 벗어나 과거의 사무라이로 재무장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2043년엔 생명의 신성함이 무너진지 오래일지 모른다. 이미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간복제의 길이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종교적 위계질서도 큰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각 종교들 간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발전할 것이고 저개발 국가는 인구 폭발로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민정책은 정체성의 혼란, 인종간의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한편 과학의 발달로 의사의 진료실이 없어지고 자동차 매연도 사라지게 된다.

35년 후의 미래는 반드시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흔히 오래 살다보니 별 일 다 본다는 말을 한다. 앞으로 35년은 지난 35년보다 더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얼마나 더 나은 세상이 될지 모르겠으나 지금 이대로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본 칼럼의 독자 여러분은 어제 하루, 어떤 종류의 약을 얼마나 드셨습니까? 종합 비타민은 기본적으로 드실 것이고, 오메가-3, 글루코사민 드시는 분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비타민과 오메가-3 정도는 과도하게 많이 섭취하지 않는...
   두산 김경문 감독이 통 크게, 제대로 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온 국민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안겼던 김경문 감독이 귀국 직후인 지난 9월 사비를 털어 두산 직원과 코칭스태프(올림픽 참가 타구단 코치 포함)에게 감사의 선물을 한 사실이 뒤늦게...
"갑자기 만나니 힘들고 반가운 마음에…" 가락시장 찾은 대통령 붙들고 눈물쏟은 박부자 할머니李대통령 "어려우면 연락줘요" 20년 쓰던 목도리 매 줘 정시행 기자 polygon@chosun.com 서울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시래기를 파는 박부자(73) 할머니는 4일 이명박 대통령을...
노건평씨 수감… 법원 "배임수재 의심할 상당한 이유 있다"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6)씨가 지난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로 4일...
예비 초등생 부모가 준비할 것들 불필요한 사교육은 과감히 잘라낼 것 입학 전, 마음껏 오려붙이고 그리도록 자녀를 처음으로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학교생활에 적응해 친구들과 잘 어울릴지, 수업은 잘 따라갈지 등 하나부터...
무의식적 심리 해석해 갈등 해소 도와 치료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해야 만 6세인 영미(가명)는 요즘 엄마와 선 긋기·비눗방울 놀이를 자주 한다. "놀이를 통해 영미의 불안감을 없애고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는 게 영미 엄마의 말이다. 최근 자녀의 감정조절,...
암기 예행 연습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발표할 내용이 확정되면 이를 외운다.  발표 -발표를 할 때는 몸을 꾸부리지 말고 똑바로 서서 말한다. 특히 몸을 자주 비비 꼬거나 조바심을 내는 행동으로 청중의 집중을 딴대로 돌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청중들의 눈을...
김윤식 서울大 명예교수곤충학·어류학도 인류를 위해 공부할 수 있어 식민사관 극복하려 사명감으로 한국문학 연구   ▲ 김윤식 교수는“루카치를 공부하며 소설이 인류사와 더불어 진화한‘근대’의 장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허재성...
비자없이 가는 미국여행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니가 가라, 하와이."영화 '친구'에서 동수(장동건)가 '부산 조직폭력계를 떠나 하와이에서 쉬다 오라'는 준석(유오성)에게 내뱉은 말.장동건은 가기 싫었는지 모르겠으나, 하와이는 전 세계 신혼부부들이...
인도의 눈물 2008.12.04 (목)
  아요디아는 인도 북부의 작은 도시다. 힌두교 신화에 따르면 이곳은 진실과 도덕의 화신이면서 신에 필적하는 완벽한 인간 라마왕의 출생지다. 힌두교도들에겐 매우 중요한 성지중 하나. 아요디아의 불행은 그곳에 하필 이슬람 사원이 함께 있다는 데서...
"나의 불찰...죽음으로 사죄" 유서직원들 “검찰 수사 부담 느꼈다” 3일 오전 11시40분께 서울 마포구 현석동 A아파트 앞의 한강변 산책로에서 한전산업개발 발전본부장인 신모(58) 씨가 극약을 마시고 숨져 있는 것을 신 씨의 동생(47)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제 한파로 서민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박명수, 유재석, 정준하 등 MBC TV ’무한도전’에 출연 중인 개그맨들이 약속이나 한 듯 훈훈한 선행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3일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박명수와 유재석은 최근 수년 동안 매달 일정 금액을 이...
[조선데스크] 좀비 기업과 건설업계의 위기 차학봉·산업부 차장대우 hbcha@chosun.com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부실업체까지 정부와 금융권이 부도를 막아주고 있는 실정이에요." 최근 만난 A건설업체 사장은 부실기업까지 정부와 은행권이 부도를 막아주는 바람에...
비타민과 철분, 칼슘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지금이 딱 제철이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가되고, 생으로 먹어도 익혀서 먹어도 좋아 가족들에게 환영받는 굴요리. 맛있게,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공개한다. 생으로… for...
  [OSEN=상암, 황민국 기자] '스리백에서 포백 다시 스리백. 정신 없네'. 수원은 3일 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1-1 무승부로 끝난 서울과의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경기 내내 변화무쌍한 수비 전술로 상대팀과 축구팬들의 눈을...
노건평씨 세종증권 비리관련 혐의 내용은… 검찰, 노건평·정대근씨 만난 호텔영수증 확보 알선수재죄 인정되면 최고 징역 5년형 처벌 류정 기자 well@chosun.com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과정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노무현 전...
“경제위기 대처 위한 대안”
BC 노동조합(The B.C. Federation of Lavour)과 캐나다 노동 의회(CLC)가 야 3당의 정치적 연합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12월4일 오후 6시부터 이번 사안과 관련된 정치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장소는 밴쿠버 컨벤션 센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BC 노조 짐...
ESL교사 “한인 일부, 영어 실력보다 점수를 더 중시하는 경향있다”다양한 표현 익혀야 유창한 영어 완성… 오디오북 학습에 도움     사진제공= 인디고-CNW   캐나다와 한국에서 12년간 활동 경력을 가진 ESL교사 자넷 로이츠(Roitz)씨에 따르면 영어를...
영어 열등감 2008.12.03 (수)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언어 습득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모국어 말고도 몇 개의 언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 7세 이전의 아이들은 발음과 언어인식구조에서 모국어를 배우듯 자연스럽게 언어와 문법...
가르치다 보니… 한 푼 없구나 노후준비 최대 敵은 자녀교육비본지·피델리티·현대경제硏 '은퇴준비 인식조사'"계획조차 못한다" 32.1%노부모 부양 의식은 점점 줄어현 40~50대 노후 대비 가장 취약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노모(42)씨의 전 재산은 서울 강남의...
 1341  1342  1343  1344  1345  1346  1347  1348  1349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