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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얼굴로 '어른'을 돌아보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7-18 00:00

'님스 아일랜드' '갓파쿠와…' 등 경계 허무는 영화 쏟아져

‘어린이 영화, 알고 보면 어른 영화?’
‘님스 아일랜드’ ‘크로싱’ ‘갓파쿠와 여름방학을’ ‘돼지코 아기공룡 임피의 모험’ 등 올 여름에 쏟아진 가족 영화들이다. 아이들이 주인공이거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아이들 못지않게 어른들의 ‘희망 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어드벤처 영화 ‘님스 아일랜드’가 대표적. 남태평양의 외딴섬에 홀로 남게 된 소녀의 모험을 그린 이 영화 속 11세 소녀는 단순히 ‘나 홀로 집에’ 류의 악동 꼬마가 아니다. 책 속에서 모든 지식을 얻고 책 속의 주인공과 대화하면서 생각의 폭을 넓힌다. 인터넷 게임에 빠져있는 요즘 아이들과는 거리가 멀다. 수입사 유니 코리아의 박민정 이사는 “이전 같으면 말썽쟁이 악동이거나 혹은 착하기만 한 단편적인 성격의 아이들이 많았다면, 최근엔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상적인 이미지의 주인공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 가족의 아픔을 담은 ‘크로싱’의 주인공 준이 역시 비슷한 이유로 주목 받고 있다. 요즘같이 가족 간의 정, 특히 부정(父情)이 희박해지고 있는 상황과 비교해 주인공 준이가 보여준 애틋함이 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크로싱’을 제작한 벤티지 홀딩스측은 “아버지와 아들의 끈끈한 관계를 짚어주고 있어서인지, 최근엔 가족 관객들의 문의가 특히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가족 영화 속 어린이들은 역경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최근엔 이미 ‘성장한’ 어린이들이 주목 받고 있다. ‘크로싱’의 준이는 어른도 견디기 힘들 고통을 감내해가며 사막을 건널 만큼 정신적으로 강해져 있고, ‘님스 아일랜드’의 주인공 님 역시 어른들 못지않은 강한 의지의 소유자다. 강유정 영화 평론가는 “예전엔 어른에 의존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면, 해리 포터가 등장한 이후 아동 영화에선 이미 성숙하고 능동적인 아이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성숙한 아이들이 등장하는 만큼 내용 역시 어려워졌다. 이미 3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은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의 경우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철학이 돋보인다. 일본 전설 속 물의 요정 갓파가 도쿄의 한 가족과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토대로 환경 문제와 인간의 이기심을 적절히 드러낸다.

황희연 영화칼럼니스트는 “최근 어른과 어린이 영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어린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보량이 많고 수준이 향상됐으며, 어른들의 경우 ‘피터팬 신드롬’ 영향으로 아동 어드벤처 영화를 즐기고 싶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이창우 인턴기자·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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