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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의 향기는 선행에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04 00:00

東岳聖帝垂訓(동악성제수훈)에 曰(왈), 一日行善(일일행선)에 福雖未至(복수미지)나 禍自遠矣(화자원의)요, 一日行惡(일일행악)에 禍雖未至(화수미지)나 福自遠矣(복자원의)니라. 行善之人(행선지인)은 如春園之草(여춘원지초)하여 不見其長(불견기장)이라도 日有所增(일유소증)이요, 行惡之人(행악지인)은 如磨刀之石(여마도지석)하여, 不見其長(불견기장)이라도 日有所虧(일유소휴)니라.

직역: 동악성제 수훈에 말하길, 단 하루만 좋은 일을 해도 복이 당장 이르지는 않지만 재앙은 저절로 멀어지는 것이요, 단 하루만 나쁜 짓을 한다고 해서 화가 당장 미치지는 않지만 복은 저절로 멀어지는 것이다. 선을 행하는 사람은 봄 동산의 풀과 같아서 풀이 자라나는 것이 보이진 않지만 매일 더하는 바가 있는 것이요. 악을 행하는 사람은 칼을 가는 숫돌과 같아서 닳아먹음이 보이진 않지만 매일 마모되는 바가 있는 것이다.

동악성제는 중국 5대 명산의 제 일봉인 동쪽의 태산을 주관하는 신선인데 인간의 길흉화복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심보감은 유가 및 도가 계열의 성현들의 말씀을 골고루 수록해 놓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대개는 정통 유가의 경문으로 시작한 뒤 도가 사상으로 연역하고 있다. 유가사상의 교조적 경직성을 도가의 초월적인 사상으로 보완하는 것이라고 할까. 도가 사상은 보이지 않은 세계의 스스로 그러함이다.

위의 문장은 굳이 토를 달지 않더라도 이해가 되는 문장이긴 하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문장이다. 그 수사적 비유법을 절묘하게 도입하여 우리의 심성을 일깨워 준다.

사람이 선을 행한다는 것은 거의가 손해를 봐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막말로 이해관계가 있는 일이 아니며 남이 알아주는 일도 아닌 것이다. 반대로 악을 행한다는 것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되어 본의 아니게 저지르는 일이요, 어떤 의미에서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이해관계가 깊숙이 개입이 되어있다. 그러나 인성의 함양에서 나오는 인격의 향기란 분명히 선을 행하는데서 나오는 것이지, 악을 행하는 시궁창에서 은은한 향기의 난초가 피어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주역에서 말하는 길흉회린(吉凶悔吝)이란 우주의 법칙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빼면 절대 성립할 수 없는 인간적 판단인 효사라는 점을 아는가. 하늘은 인간의 길흉화복에 관계없이 사계절의 운행을 계속하는 변화(易)만 있을 뿐이니 하는 말이다.

우리 인간이 정말 욕심을 버리고 선한 본성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을 사는 것 자체가 축복이기 때문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들녘에 파릇파릇 대지를 뚫고 자라나는 풀들이 우주의 원기로 자라나듯 우리의 심성이라는 풀밭도 선행을 통해 향기로운 풀 내음 같은 인격으로 자랄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악을 행하는 것이 칼을 가는 숫돌과 같다는 표현은 섬뜩함을 드러내는 절묘한 경구이다. 증오, 원한, 탐욕은 시퍼런 칼날이 선 황량한 마음이다. 슥삭슥삭 칼날을 세워 가는 가운데 우리의 심성이 깎여져 황폐해진다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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