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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1-06 00:00

선은 부족함을 염려하고 악은 남음을 경계해야

馬援(마원)이 曰終身行善(왈종신행선)이라도 善猶不足(선유부족)이요,
日月行惡(일월행악)이라도 惡自有餘(악자유여)니라.

(직역) 마원이 말하길, 죽을 때까지 선을 행한다 하드라도 선은 오히려 충분하지 않다.
하루나 한 달만 악을 행하더라도 악은 저절로 남아 있는 것이다.

마원은 후한 초기의 용맹과 인격이 뛰어난 사람이다. 광무제가 복파장군(伏波將軍)으로 임명하여 지금의 북베트남 지역을 평정하는 등 평생을 전장에서 싸우다 죽었다. 그는 " 사나이는 마땅히 싸움터에서 죽어야 한다. 말가죽으로 내 시체를 싸서 돌아와 장사를 지내면 그뿐, 어찌 침대에 누워 여자의 시중을 들며 죽을 수 있겠는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한 진충보국(盡忠報國)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선행은 아무리 많이 해도 도가 지나칠 수 없다.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선을 습관적으로 행하는 그 꾸준함(steadfastness)은 곧 인간이 지향해야 할 도덕적 이상이며 이를 관철하면 성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유가에선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반대로 나쁜 짓은 어떠한가. 나쁜 짓은 절대적 불용납성(zero-tolerance)이 있다. 오늘 하루 정도야 내가 나쁜 짓을 하고 내일부터는 절대 안 하면 된다든지 이번 한달 정도는 개판을 치지만 다음달 1일부터 손을 씻고 새 출발하겠다는 그런 발상은 잠재적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 왜냐하면 악행, 비행, 비리 등은 일회성으로 끝나 소멸되지 않고 그 찌꺼기가 은연 중에 남기 때문이다. 마치 맑은 청정수를 담은 물동이에 재를 뿌리면 그 재가 앙금으로 밑바닥에 남아 있어 이를 흔들면 다시 물이 혼탁해지는 원리라고나 할까. 그래서 2행의 '악이 스스로 남아 있다'(惡自有餘)는 구절의 그 '남음(餘)’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사상은 자신이 인격수양의 주체적 책임을 지고 끊임없이 자기에게 가차없는 채찍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골격을 이룬다. 절대적 존재에 의지하는 의타종교(依他宗敎)가 아니라 철저히 자기에게 의지하는 의자종교(依自宗敎)라 할 수 있다. '잘못을 저지름은 인간의 일이지만 이를 용서하는 것은 신의 일이다'(To err is human, To forgive is divine)라는 영문 격언을 곱씹어 보면 이 구절의 의미나 유가적 정심수기(正心修己) 사상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이 구절은 마원이라는 사람의 생활신조라고도 할 수 있다. 참으로 어려운 주문이긴 하지만 좋은 잠언(箴言)임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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