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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남은 스파게티 소스로 만드는 즉석 피자’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17 00:00

'영어 샘' 윤주영 주부(뉴웨스트민스터 거주)

◇ 주의! 행여 사진 속 김정현군을 만난 사람은 정현군이 “너 예쁘게 생겼다’는 말에 알레르기가 있으므로 조심하시기 바람.  요리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윤주영씨는 영어 앞에서 지레 겁먹고 벌벌 떠는 밴쿠버 기러기 엄마들의 '영어 샘'으로 곧 ‘뜰’조짐이다.

“엄마, 새우는 꼬리를 떼는 게 좋겠어.”
“그럴까?”
“엄마, 딸기 요쿠르트로 만들면 딸기 맛이 나고, 바나나 요쿠르트로 만들면 바나나 맛 잼이 되겠지?”
“그럼……”
“이따가 피자가 완성되면 우유랑 놓을까? 주스랑 놓을까?”
“우유!”

늦더위에 숨을 헐떡거리며 찾아 간 윤주영씨의 집에서 주방 보다 욕실부터 찾았다. 엄마 옆에서 이러쿵 저러쿵 질문을 퍼부어대는 아들 놈 한번 참하게 생겼다 싶어, 세수를 하고 나오는 길에 “야~ 너 참 예쁘다” 했더니 얼굴을 찡긋한다. 고운 얼굴선 때문에 엄마 친구들로부터 어지간히 듣는 말이라 그 ‘꽃미남’이란 말이 제일 싫단다.

“짜슥! 그때마다 엄마께 고맙습니다 하는 겨. 알겠나! 정현! 그게 더 남자다운거여…… ” 어깨 툭툭 쳤더니 씩 웃는다.

호랑이 피하면 여우만난더니, 피자를 굽기 위해 450도로 예열 해 둔 오븐 열기까지 합쳐진 집안은 30도를 훌쩍 넘어선 게 분명하고, 예쁜 아들은 블라인드를 내리더니 엄마 곁에 서서 소근소근 질문을 쏟아낸다. 딱 모녀 같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모자(母子)의 하는 짓(?)을 카메라에 요모조모 담았다. 

‘세상 모든 엄마는 아이의 질문에 최대한 상냥하고 사랑스런 목소리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답해야 한다’는 이론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푹푹 찌는 날씨에 하등 공부에도 요리에도 도움되지 않는 질문을 해대는 아들에게 엄마가 참아 줄 수 있는 시간의 한계는 10분을 넘기기 어려운 게 보통. 아무래도 저러다가 “가서 공부나 해!” 된통 야단맞지 않을까 보는 사람 마음이 아슬아슬하지만, 10분을 넘기고 1시간째 엄마와 아들은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야채를 요리 놓아보고 조리 놓아보고 있다. 세상 모든 주부들에게 가장 쉽고도 간단한 피자를 만들면서, 스파게티 소스와 먹다 남은 빵을 활용해서 만드는 아이디어만 살짝 보여주면 될 것을 모자 지간 하는 짓(?)이 간지럽도록 다정스럽다.

“아유~ 한국 엄마들 못 말리는 아들 사랑이 고부갈등의 원흉이야. 아들 좀 그만 끼고 돌아요. 아들 없는 사람 서러워 못 봐주겠네. 이담에 장가 보내고 어떻게 살까……”

내심 부럽다. 예쁘게 생긴 아들이 있는 것도 부럽고, 딸도 아닌 아들이 저렇게 엄마와 소근대는 살가움도 귀엽고 ‘착착’ 손발 맞춰 요리 참견하는 짓도 부럽다. 아무리 쏘아대고 찔러도 성격 좋은 아줌마 윤주영씨 끄떡도 않는데, 쏘아댄 사람은 심술 나서 더운 날씨에 더 속이 타 한바탕 수돗물 틀어 죄 없는 손을 씻고 또 씻었다는……

그녀는 밴쿠버 주부들 사이에서 무서운 영어선생님 ‘조앤 윤’으로 통한다. 그러지 않아도 영어에 잔뜩 주눅 들린 기러기 엄마들 모아놓고, 1주일에 한번 숨도 못 쉬게 닥달해대며 3시간씩 가르친다.

“아줌마들 모여서 쬐금 공부하고 수다나 잔뜩 떨고 가겠지” 수준 팍 얕잡아보고 공부하러 갔던 L모 기자, ‘햐! 이 아줌마들 캐나다 국가고시 준비하는 갑다’ 혼비백산해서 도망쳐 나온 다음 날부터 그녀 집이 있는 뉴웨스트민스터 근처는커녕 킹스웨이까지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소문. 숙제는 또 얼마나 많은 지 생업과 생계와 자녀양육과 남편양육을 몽땅 포기해도 1주일 동안 벅찰 만큼의 양이다.

그녀가 그렇게 ‘빡쎄게’ 돌리는 이유.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공부시키랴 살림하랴 아이의 24시간과 엄마의 24시간을 합쳐 하루 48시간을 살아야 하는 엄마들이 보들보들하게 ‘틈’을 주면 수업 중에 전세계를 여행한단다. 몸은 공부하고 머리는 밴쿠버 시내를 휘젓다 못해 가끔은 한국 남편한테도 수십 번 다녀오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아줌마들 머리 속에 영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만들기 위해서다.

VCC에서 영어교육 테솔(TESOL)을 전공하고 이 나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봉사를 했던 그녀는, 무료 수업이라고 ‘빠져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 요즘은 시간당 7달러를 받는다. 그 돈은 공부에 재미를 주기 위해 수업 끝나면 엄마들과 차와 간식을 나누며 한 달에 한번 포틀락 파티도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쓰인다. 6명 정원인 수요일과 금요일 영어모임(778-899-6094)은 누군가 빠졌을 때 신규회원이 들어갈 수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스파게티 소스 꼬마피자

■ 재료
피타스(Pitas) 빵, 남은 스파게티 소스, 올리브, 양파, 피망, 옥수수, 새우, 햄, 양송이, 고구마, 슬라이스 치즈.

■ 사전 준비
오븐을 450도에 맞춰 예열해 둔다.

■ 만드는 법

① 양파, 피망은 가늘게 채 썰고, 햄과 양송이, 새우는 모양대로 썰어 준비한다.
② 식탁 위에 깨끗한 종이를 깔고 빵에 스파게티 소스를 살짝 바른다.
③ 썰어 둔 야채와 햄을 얹고 사이사이 올리브 썰어 둔 것과 옥수수를 놓는다.
④ 재료가 보이지 않을 만큼 피자치즈를 듬뿍 얹는다.
⑤ 종이를 그대로 들어 오븐 팬에 올린다.
⑥ 예열된 오븐에 넣어 10분간 구워낸다.

간편 요플레 너트 잼

■ 재료
작은 요플레 1개, 너트, 꿀

■ 만드는 법

① 믹서에 요플레, 너트, 꿀 1스푼을 넣는다.
② 너트 입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곱게 갈아준다.
③ 크래커와 빵에 발라 먹으면 고소하고 달콤하다.

조앤 정 주부의 한마디!

■ 조리 포인트
① 햄은 뜨거운 물에 살짝 담궈 기름기와 소금기를 제거하세요.
② 간편 잼은 크래커와 빵의 종류에 따라 너트를 가감해 농도를 조절하며 만드세요.
■ Cooking Tip
① 냉동 새우는 흐르는 찬물에 잠시 두면 깨끗해지고 잘 녹아요.
② 피자빵은 일반 마켓에서 팔고 있는 피타스(Pitas)를 구입하시면 편리해요.
③ 간편 잼은 딸기와 바닐라, 좋아하는 요쿠르트를 구입하시면 그 맛을 즐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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