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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은 이제 시작됐을 뿐입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16 00:00

인터코피어 북미 주니어 헤어쇼 2위 입상한 이혜림양

◆ 세계대회 처녀출전, 한국인 매운 손끝 과시

◇ 뉴욕대회를 앞두고 일주일에 꼬박 2일은 휴가를 얻어 연습에 매달리고 있다. 긴 생머리에 눈웃음을 짓는 혜림양은 오직‘컷’하나로 승부를 걸 생각이다. 곧 참가하게 될 두 번째 대회에서는 세계적인 헤어디자이너 비달사순을 만날 계획도 있어 요즘 무척 즐겁고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북미 주니어 헤어쇼 대회에서 2위에 입상하고 한국인의 섬세한 손끝 재능을 한껏 과시하고 돌아온 헤어 디자이너 이혜림양은 정작 커트가 아닌 긴 생머리가 어깨너머로 찰랑거린다.
“제가 구상한 디자인이 컷으로 살아나면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선배님들께서 들으면 웃으시겠지만, 헤어 디자이너는 모델을 본 순간 디자인을 떠올릴 수 있는 타고난 감각과 다양한 연습으로 머리 결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
희고 작은 손끝이 파르르 떨릴 듯 가늘고 날렵하되 묻는 말에는 짧은 단답형으로 다부지게 대답을 하면서도, 얼굴에선 연신 홍조가 떠올랐다가 사라지며 수줍어하는 기색이다.
지난 6월 열린 이 대회는 ‘인터코피어(Intercoiffure Timeless Classics)’ 콘테스트. 북미의 5년 미만 경력의 주니어 헤어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매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헤어쇼 대회다.
올해는 사진을 통한 1차 참가신청을 한 사람만도 무려 600여명. 이들 가운데 미국 7명, 멕시코 2명의 참가자와 함께 총 10명이 본선에 올랐다. 혜림양은 캐나다 대표로 출전, 2위의 성적으로 입상을 하게 된 것. 
“처음 사진 작품으로 예선을 거치고 나면 준결선부터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모델을 대상으로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하죠. 처음 세계대회에 나가서 무대에 섰더니 눈 앞에 있는 모델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 비달사순 헤어 컷 응용한 작품

혜림양은 영국의 헤어 디자이너 비달사순의 ‘인사이드 퓨어’를 응용한 기법의 컷(cut)으로 출전했다. 모발의 원상태를 살리면서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비달사순만의 독특한 디자인이 반영된 컷 스타일로, 어깨에서 찰랑거리는 옆머리와 앞머리를 내려 짧게 자른 스타일은 약간의 무게감으로 얼굴 윤곽을 잘 살려준다. 이 스타일은 전체적으로 레이어가 전혀 없는 원랭스 컷으로 짧은 앞머리 커팅이 포인트다. 여기에 생머리의 밋밋함을 보완하기 위해 윤기를 강조해 묘미가 살아있다. 전체적으로는 단순한 듯, 그러나 테크닉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였다. ‘미적 이상으로 선천적인 헤어의 특성에 따라 소재를 다룬다’는 헤어 컷 원칙에 입각한 비달사순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비달사순이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헤어 디자인의 트렌드를 주도해 오고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제 갓 입문했다고 볼 수 있는 혜림양의 입에서 마치 직접 지도를 받고 돌아온 듯한 디자인 용어가 흘러나왔다.
“비달사순 컷은 샴푸 후에 자연스럽게 머리를 말리기만 해도 스타일이 살아나죠. 헤어스프레이와 퍼머나 제품을 가미하지 않아도 컷만으로 볼륨을 살리는 게 특징이죠. 긴 머리의 업 스타일과 퍼머로 볼륨을 살리던 헤어 디자인의 흐름이 바뀐 것도 비달사순의 컷 등장 이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가위손이라 불리는 미용인들 조차 평생 가장 ‘쉽고 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는 ‘컷’에 대한 자기주장이 뚜렷한 이양은 얼마 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라 요즘 마음이 바쁘고 약간은 들떠있기도 하다. 이 대회에서 세계적인 헤어 디자이너 비달사순을 만날 계획이기 때문이다.

◆ 일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미용 선택

혜림양은 원래 패션디자이너와 대학교수가 장래희망이었다. 그러나 일반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미용을 선택한 것을 아직까지 한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엄마가 꼭 대학을 가지 않아도 평생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걸 하라고 권하셨어요. 엄마 세대와 다르게 헤어 디자이너는 도전과 노력으로 무한한 꿈을 이룰 기회가 있고, 교수나 그 이상도 이룰 수 있는 길이 열려있으니까 괜찮다고 하셨죠.”
어릴 때부터 남다른 패션감각과 예술적인 소질을 발견한 부모는 딸의 재능을 살릴 수 있으면서도 평생 ‘스스로 즐거워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조언했다. 선택은 전적으로 딸에게 맡겼고, 혜림양은 주저하지 않고 VCC(Vancouver Community College) 미용학과로 진학했다.
혜림양이 꿈꾸는 헤어 디자인은 퍼머로 볼륨을 살리지 않고 ‘베이직’에 충실한 기본을 바탕으로 하는 비달사순의 헤어 컷이다. 따라서 머릿결과 사람의 두상에 따른 컷을 공부하기 위해, 졸업 후 외국인이 운영하는 미용실과 한국인 미용실을 두루 거치며, 이 과정을 이론 공부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였다. 컷을 살려주는 데는 인종에 따라 다른 피부색과 머릿결, 그에 따른 염색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 뉴욕 세계대회 앞두고 연습에 집중

혜림양은 현재 ‘수키(suki)’미용실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이 미용실은 미국 베버리힐즈에서 세계적인 배우들의 머리를 만지던 일본인 수키씨가 1972년 그랜빌에 문을 연 곳. 밴쿠버에서는 처음으로 ‘컬러와 퍼머(Technician)’, ‘컷과 드라이 업 스타일’을 분리, 헤어 디자이너의 전문성으로 명성을 얻은 곳이다. 철저한 테스트를 통해 선발한 후에도 그들만의 기술교육과 트레이닝, 시험을 통해 프로페셔널한 헤어 디자이너를 길러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뉴욕에서 열릴 두 번째 세계대회를 앞두고 있는 이혜림양. 가위 하나로 세계를 손에 넣은 비달사순처럼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자르고 컬러를 입히며, 그 나이 때 누릴 수 있는 많은 혜택을 포기하고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상식적이지만 언젠가 ‘이혜림’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 하나로 세계 헤어 디자이너의 평정을 꿈꾼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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