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새 달력에 바란다 2015.01.16 (금)
폭죽 소리 달려와 새날을 열며내게로 네게로복을 쏟아붓는다 등 따습고 배부르니더 바라는 건 죄이지만새 달력에 간절한 바람을 담는다 이방인의 멍에 벗고가로등 소곤대는 서울 밤거리를거침없이 모국어로 떠들며 걷고 싶다고 느림보 밴쿠버 시계뺑뺑 도는 서울 시계로 바꿔 차고 봄이면 친구랑 냉이 캐고섬돌 밑 귀뚜리 우는 가을에 취하고 싶다고 그 하늘가 바라보려고향 하늘 가리고 선 키 큰 나무들 베어내며 오늘 한 발 내일 두 발...
임현숙
아시나요 2014.10.17 (금)
황금 이삭을 지키는 허수아비처럼은혜로운 가을볕에 홀로 익어갑니다 바람이 부를 때면  단풍 숲으로 달려가고 싶지만꽃 구름 머무는 하늘 바라보며외로움 꾹꾹 찍어 편지를 쓰곤 합니다 바람 소리, 낙엽 지는 소리 밤이면 슬피 우는 귀뚜리 소리처량하게 귀 기울이면 마음이 성큼 옛집 계단에 올라섭니다 아시나요 이 가을엔 함께 있고 싶습니다 정녕당신 곁에서 아침이면 부지런히 삶을 일구고저녁이면 굴뚝에 따스한 밥 짓는...
임현숙
어린 날의 한여름은 뜨거워서 좋았다마을 냇가는 에덴이었고아이들은 아담과 이브가 되어해가 기울 때까지 첨벙거렸는데부끄러움을 알게 된 날부터 푹푹 찌는 더위에도 단추를 여미었다 그 아이가 반백이 된 지금거리엔 반라 물결이 화끈하다젖먹이부터 백발에 이르기까지징글징글한 여름을 훌렁훌렁 벗는다이러다간 바짓단과 가슴선이 배꼽에 붙겠다욕망을 벗겨낸 그 불가마에선늑대도 여우도 그저 펄펄 뛸 뿐이다 순수의 시절, 에덴이...
임현숙
어머나,봄이 뛰어노네요며칠 전만 해도 아장아장 걷더니분홍신 신고 온 동네를 돌고 있어요놀이터에서 꼬맹이들이랑 미끄럼도 타고엄마들 품에도 살짝 안겨보고장바구니에도 폴짝 들어앉고어머머,오토바이 탄 미스터 김 목에서도 나풀거리네요곧 말문도 트여 재잘거리겠죠봄은 요맘때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미운 네 살, 말썽꾸러기 되면어서 여름이 되기를 기다릴 테니까요
임현숙
아침을 가볍게 먹고 싶어 냉장고를 뒤진다껍질에 줄만 그으면 수박이 될 지도 모를 단호박이 당첨되었다진초록 속에 감춘 오렌지빛 노랑 속살은 밤처럼 고소하고 홍시처럼 달콤하다울퉁불퉁 못났어도 파고들수록 입맛 다시게 하는 단호박처럼 나이테가 늘다 보면 겉보다 속이 더 진국이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이후 아름다움이 최고의 선이...
임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