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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서북부 광활한 대평원 한복판에 자리 잡은 에드몬톤은 사방이 까마득한 지평선으로 둘러싸여 시야(視野)가 180도에 달한다. 온 천지가 한없이 넓게 펼쳐져 보인다. 그래서 이곳의 스산하도록 높고 짙푸른 늦가을 하늘이 담아내는 희고 투명한 구름결의 향연은 더없이 감동적이다. 한편에는 새털구름(卷雲)이 수평방향으로 넓게 퍼져 너울대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비늘구름(券積雲)이 물고기가 유영하듯 떠 있다. 면사포 같은...
灘川 이종학
거대한 몰(Mall) 속에 자리 잡은 휴처 숍(Future Shop) 혹은 런던 드럭(London Drug)에 가면 삼성이나 LG TV 영상모니터가 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제품이 캐나다 본토 중앙에서 광채를 발하고 있지 않은가. 언젠가부터 우리는 뿌듯한 마음으로 서양 백화점을 걷게 됐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 사람의 정신이, 하나의 회사가 전 세계를 향해 품은 비전이 온 인류를 편리한 길로 안내하고 기쁨을 선사하게 된 것이다. 스티븐 잡스가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김영기 작곡가·시인
산은제 마음을 비워야풀꽃들의 이야기가 들리고산새들의 울음결에 울리어아니 보이던 곳을 볼 수 있게 한다산 오름은본디 제 마음을 찾아 드는 일상한 가슴에 하늘빛이 내리어무엇이우리를 괴롭히고 서글프게 하는 지스스로 알게 한다물과 바람과 빛과 시간모든 흐름의 섭리가 스승이 되어 우리를 풀어 준다다시 밝는 여명의 하늘처럼<▲ 사진= 늘산 박병준 >
유병옥 시인
트레킹 마지막 날 아침, 산새소리에 일어나니 캠프 패드가 촉촉하다. 간밤에 비가 밀사처럼 다녀갔나 보다. 우리를 문명세계로 실어내갈 보트 닿는 선착장(Wharf)이 아침 안개에 싸여있다. 입 떡 벌린, 게다가 젖기까지 한 등산화를 다시 발에 꿰고 싶지 않아 샌들 신고 내려갈 만한지 하산길을 들여다본다.  시작부터 가파르다. 45도 경사진 기슭에 도끼질 몇 군데 해놓은...
글: 김해영 ∙사진:백성현
낭만주의 화가로 알려진 로제티(D.G.Rossetti)는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풍자한 적이 있다. ‘무신론자에게 최악의 순간은 그가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때라고.’ 무신론자의 가장 나쁜 순간은, 진실로 감사하고 싶은 데 감사할 대상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감사는 먼저 하늘에 향해 하기 때문이다. 무신론자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줄 수 있는 표현이겠다. 그렇다면, 신을 믿는 종교인들, 신자들의 최악의 순간은 뭘까? 진실로 감사해야...
석창훈
 스키나 크릭에서 수셔티 베이까지 8.6km를 남겨둔 마지막 날 아침. 늦잠 늘어지게 자고 11시 출발!을 선언했는데도 야성이 밴 팀원은 새벽 5 시부터 일어나 부산을 떤다. 허니문 중인 신랑과 새색시 깨지 않게 살짝 몸을 일으켜 발개진 모닥불 앞에서 오늘의 일정을 점검한다. 5 시간 걸리는 구간이라 말하지만 분명 쉽지 않은 길이리라. 우리와 반대쪽을 걸어온 젊은...
글: 김해영 ∙사진:백성현
그 산에 가려거든진달래 작은 씨를 들고 가시라산 굽이굽이 봄그림을 그릴 것이니그 산에 가려거든 단풍나무 씨를 들고 가시라 하늘이 노을을 내리어 가늘 산을 그릴 것이니그 산에 가려거든솔씨 한 톨 들고 가시라 벼랑끝 절경으로 키울 것이니그 산에 가려거든 머루 알을 모아들고 가시라산도 그 뜻을 기리어 흐뭇해 하리니그 산에 가려거든소쩍새와 함께 하시라그 울음...
유병옥 시인
얼멍얼멍한 하늘을 보고 잠에서 깨어난다. 팀원들은 어젯밤 하늘의 비의(秘儀, 신비한 의식)에 초대받은 감동에 취해 꿀떡잠에 빠져있다. 레인저의 야트(천막집)가 있다 해서 주변 정찰을 나선다. 비치 중간쯤 푸드 캐치와 레인저 야트, 그리고 햇볕 채광판이 있다. 게시판에 붙은 타이드 스케 줄을 살핀 후 돌아와 아침 식사 준비를 한다. 하늘이 며칠 참았던 가랑비를...
글: 김해영 ∙사진:백성현, 홍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