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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장미 날 2016.05.13 (금)
바람 따라 한세상강물 따라 한세상세월 따라 한세상이라.외모가 아무리 늙고 초라해도늘 마음은 소년처럼 소녀처럼 살고 싶구나.운명이라 하나?인연이라 하나?운명도 인연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일진대.가시 많은 장미 화원 앞에 서성이며붉은 장미잎에 코끝을 대보고은은한 장미 향을 맡으며사랑을 노래하리라.비록 백마를 탄 왕자는 아니더라도비록 오로라 성안에 갇힌공주는 아니더라도 말이다.우울한 마음 가눌 길 없어텅 빈 곳에 기대어...
혜성 이봉희
누가 내 창가에 꽃을 꽂아줄까요집 앞 산책길을 함께 걸으며같은 공간 안에 숨을 쉬며자근 자근 속삭임이 간지럼을 태울 때천만 겁의 인연이 되어당신의 기억 저편에 남을지라도…옛 추억 떠올리며 코끝이 찡해지거나눈물이 나 심장이 울컥할 때면나도 찾아가야 할 곳이 있어야겠지요당신의 언덕에 살포시고운 백합꽃 드릴게요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면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향기를 느끼듯당신의 쉼터에고은 시 한 줄 적어 놓을게요비록 기억 저편에...
이봉희
가을 문턱 2015.09.26 (토)
낙엽이 지는 계절에 눈물이 이유 없이 흘러도 단 하나의 사랑으로 잊히지 않는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기나긴 세월 동안 비바람도 지나쳐 버리고얼음장의 날카로운 신경이 잠을 잊게 하고 사랑의 갈증으로 목말라 꺽꺽거려도항상 그렇거니 살아온 삶의 무게를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아무 말 하지 않아도 강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등 따시게 함께 기대어 같은 별을 헤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사랑한다 말하지...
혜성 이봉희
빈 의자 2015.05.29 (금)
소곤소곤 내 소리 들리나요?나 항상 그대로 있어요큰 나무 아래 지킴이에요강아지들 벌판에 뛰놀고아이들 달리기 시합하고어른들 걷는 연습하고난 빈 의자에요봄에는 바람에 날리는꽃잎에 내어주고민들레 꽃씨도 살포시 날아와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 저만치 날아가지요여름엔 뜨거움을 소나기에 적시며빗물로 내 눈물 씻어요가을엔 먼 여행길잠시 쉬어가는 낙엽에 빈자리 내어주지요겨울엔 함박눈이 내려요솜이불을 만들어 날 덮어 주네요난 빈...
혜성 이봉희
꿈의 재생 2015.02.20 (금)
하늘이 너무 높아요.별을 딸 수가 없네요.달나라에서 방아 찧는 토끼도 보이지 않아요.어렸을 땐 세상 모르고 자라죠.달리기하다 넘어져 무릎이 깨져 울어도울지마라, 울지마라, 강해져야 한단다.어른들은 항상 이것저것 안된다, 하지 마라, 위험하다는 말을 해요.아이들은 별것 아닌 것에도 웃음이 터져 나와요. 웃으니 행복해져요.빨리 어른이 되기만 바랬죠.아이의 눈으로 보는 시각이 너무 작은 것 같았거든요.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어요.그러나...
혜성 이봉희
내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가랑잎이었다.언제 바스러질지 모르는 피폐한 마음뿐이었다.하늬바람 불어 좋은 날거목에 매달린 가녀린 이파리 하나눈물방울 후드득 떨어져당신의 창가에 살포시 내려앉아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을 보며 아련한 추억 속으로 머물렀다.동심의 세계에서 웃고어른의 생각으로 마찰을 빚고서로 닮은 듯, 아닌 듯 멀게만 느껴지는 이 계절에 아직도 당신을 그리워한다.잊힐까 두려워눈동자로 모습을 그려...
이봉희
비상(飛上) 2014.08.15 (금)
세상은 바다와도 같습니다. 스스로 숨을 쉬며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듯이 이제는 모래 속에 웅크리고 있던 몸을 수면으로 떠올리려 버둥댑니다. 자신감도 용기도 없는 겁쟁이 바보입니다.아무것도 할 줄 몰라서 할 수 없었고 굼벵이보다 더 게으르며 깨우침이 더뎌서뭐가 뭔지 몰라서 해야 할 것을 하질 못했습니다. 이제는 날고 싶습니다.가르쳐 주세요내가 무엇을 할지를….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뭉쳐진 날개를깃털을 하나하나 펴서 말리고비록...
이봉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