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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고려청자 2016.12.02 (금)
이국의 유리장 안에호기심 파아란 눈들이   동그라니 감싸 들고 조국을 떠난 너의고스란히 다가온 핏줄지나치던 전시장 길목시간이 멈춘 그곳에서연초록 서러운 칠백 년을 만난다 따스한 손자욱 데워진청자 매병 그 뒤로품에 안은 손길 따라낯익은 도공의 땀이 맺히고두 손을 마주 잡아가다듬는 도공의 거친 호흡그곳에 칠백 년이 멈춘다 푸른 배 위에꽃 구름 몇 송이 함초롱이 피워놓고고운 함박웃음 지을 때이슬 흐를 듯 아녀린...
김석봉
바다의 호흡이 이렇게 깊은 것은 삶의 돌이킴이 그렇기 때문이다 귀를 스치는 후회가 연이어 속삭이는 것은   바닷가 외등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멀리 큰물을 흔드는 심장이 있어 녹갈색 파도는 소스라치고 지쳐 누운 물보라 위에 하얀 날들이 흐른다   아직 여린 새벽을 깨우는 갈매기 날갯소리가 차다...
김석봉
사월의 바다는해안을 연모해가슴을 앓는다, 내닫는다멀리 벽걸이 속 엄마는아무것도 모르는아기의 손을 잡고아장이며 걷는다해안은 긴 수신소하얀 파도의 모르스 부호는연이어 도착하고깃발을 닮은 사월의 바람은해안을 펄럭이고무수한 말을 쏟아낸다갈매기 하늘을 날아입에 물고온 소식은바다가 보낸 그 말은그만 파도에 묻혀 버렸다사월의 해안은 긴 수신소바다를...
김석봉
봄이 오는 정원 2016.01.01 (금)
이른 아침에 내린 비가작은 물망울 되어 마른 꽃대를 적신다그리운 밤 꿈길이 멀기만 하다 조금 느껴지는 온기땅은 아직 긴 잠 속에서기지개를 켜고혼자 웃음을 짓는다 꿀벌이 강한 바람을 안고청청한 하늘에오는 봄을 따라높이 떠 있다 어제, 봄을 찾아 멀리 떠났던 손님은해가 내린 땅으로 돌아와이제 안식을 취하고 작은 못에언 발을 담근다저만큼 다가올 봄을 담근다.
김석봉
그루터기 사랑 2015.09.04 (금)
하늘이  높아  하늘에 놀고바람이 좋아  바람과  거닐고비에  품겨 비와  사랑을 하고한여름 가을 다  보냈다. 어느 한  나그네 곁을 지나나를 찾을 때  등을 내주어 쉬게하고제비, 까마귀, 부엉이 모두 들리고나는 내 삶이 너무 좋았다. 바람이 그리도 센날그만 허리 도려지고그 넓던 푸른 잎 모두 갔으니가슴 속 남은 처절한 울부짖음이야 그 어느 소리가 있어 담을 건가하늘 높아 보이지 않고 바람 소리 허공을...
김석봉
안개속 꽃잎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님을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묻네 꽃잎 그 빛깔에  맺힌 절규가혼연히 님을 부르고  별처럼 열린 노란 꽃술이  간절히 님을 바라네   실핏줄 고운 꽃잎의 전율이 가는 손가락으로 님을 안고  꽃잎 이슬 속 텅 빈 눈빛이 멀리 님을 그리워하네 이 봄 꽃잎따라 흐르는데 지는 꽃잎의 가벼움이    빈 가슴으로 님을 온전히 품으라 하네
김석봉
가을이에요 2014.10.24 (금)
가을이에요 큰 나무 옆 들잔디위에 감홍색  편지가 수북해요긴 여름 마음에 썼던 갈증들은 이제 조용히 내려져 있어요알리지 못한  한밤의 설레임도이름을 모르는 가슴 밑 열병도두눈이 아린 눈물 자욱도모두 이렇게 많은 갈잎이 되었네요  가을이에요마음에 담은 호수는녹색 수면의 잔여울을 따라청동오리 한쌍을 띄웠어요너울대는 빛그림자는사랑의 꿈을 꾸어요 가을이에요파란 하늘에   떠있는 많은 흰구름들은 보내지 못한...
김석봉
구름 연못 2014.07.19 (토)
작은 연못 속에 하얀 꿈이 떠간다풀섶 이슬따라 자꾸 또 밀려온다 하얀  꿈들이 모여 노란 연꽃이  열리고그 밑에 또 하나 꿈이 맺힌다 소리를 못 듣는 구름 연못은 가슴에 고인 열망으로   하늘을 향한 붉은 꽃술을 품고 아리다  연못가  바람을 안아온 긴 풀잎 위에 연두잠자리날개짓이 가볍고 바다  너머엔 폭풍이 모인다 하늘에 큰 연못이 열리고 둥그런 중심에  하얀 꿈들이 모여든다 노란 빛 눈부신 연꽃이...
김석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