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옥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머언 사대부 여인의 혼불
우리 집 거실 콘솔
우쭐대는 서양식 가구 사이
홀로 소박한 예스러움
뼛속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
나비경첩문양 백동장식
화려한 얼굴로 복(福)과 수(壽)를
날마다 염원한다
복되거라
건강하여라
물고기 문양 무쇠 열쇠로
바닷속 동굴 그녀의 가슴을 열면
수초처럼 가득 자리한 한문
물결치며 쏟아져 내린다
먼 길 달려온 그녀의 시간은 누우런 한지로 얼룩져 있고
숱한 시간 가슴아린 사랑이야기 귀퉁이 한문이 흐릿하다
철컥 열리는 무쇠소리는
오랜 추억의 연가(恋歌)
노송 반닫이 못질하나 대지 않고
여러 달 밤새워 써 내려간
주름가득한 내 아버지의 사랑
행복하거라(福)
오래살거라(壽)
쇠물고기 하나
아홉마리 나비 하늘에 올리며
거실에 앉아 두손모아 기원하고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계옥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