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또다시 나는 문밖에 갇혔다
소용없는 줄 알면서 문고리를 흔든다
열쇠가 오려면 한참,
내 앞에서 열리지 않는 문 안의 모든 것들이
가질 수 없으니 더없이 간절하다
냉수 한 잔의 청량감과 낡은 소파의 아늑함
목이 마르고 허리가 아파올수록
간절한 것들이 때로 얼마나 하찮은 것들인지
'가끔 문밖에 갇히는 것도 괜찮겠네'
눈을 감고 콧바람 한숨을 웃는다
호두 알맹이처럼 쪼글거려야 할 나의 뇌 주름은
날마다 밀려오는 파도에 바위가 깍이듯
아침저녁 내 문지방을 넘나들던 세월에 깍여
오래 만진 호두 껍데기처럼 반질해지고 있다
문을 연다
세월이 따라 들어온다
나는 아랑곳없이 소중한 것들로 가득한 집안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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