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Welcome back home!

박광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7-31 08:59

박광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매년 휴가의 대부분은 한국에 계신 어머님을 방문하는 데 사용한다. 이민을 오면서 동생 가족과 함께 사시는 어머님은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9 남매의 장남인 아버님은 내가 다섯 살 때 갑자기 돌아가셨다. 어머님은 시 부모님을 모시고, 네 명의 출가 전인 고모들과 삼촌들과 함께 살며 출가시키셨고, 우리 3 남매를 키웠다. 그리고 또 작은아버지의 세 명의 자녀를 고등학교까지 키우셨다. 우리 집은 늘 북적였다. 어머니는 손님 아닌 손님을 늘 대접하느라 바쁘셨다. 어머니는 아파도 제대로 쉬실 수가 없었다. 그 힘든 삶 속에 위안이 되고 희망이었던 것은 자식들이었고, 자식 중에서도 나를 가장 의지하셨다. 그런데 우연히 교육 직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을 대상으로 영주권을 부여하는 이민 광고를 보고, 아이들이라도 학교와 학원 사이에 쳇 바퀴를 도는 교육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이민을 신청했고, 영주권 비자를 받았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그 사실을 캐나다로 오기 한 달 전 쯤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이민 생활에 적응을 못하면 1년 2년 있다가 돌아갈 생각이었기에 아이들 교육 때문에 잠깐 캐나다에 갔다 온다고 한 것이 벌써 10년도 더 지나가 버렸다.

한 달 하고도 이틀의 휴가면 한국에 계신 어머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또 여행도 하고, 맛있는 식당도 찾아다니고, 미술관도 가고, 극장도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고, 집에 고장 난 것도 수리하고도 남을 기간인지 알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또 짐을 싸야 한다. 욕심이 큰 계획이었다. 집 수리도 일부밖에 못 하고, 문화 활동도,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못 만나고 또 떠나야 한다. 아쉬움을 남기고 못다 한 것은 다음 휴가의 목록으로 담아둔다.

이별은 수없이 해왔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 그 이별 중에 몸이 편찮은 어머니와 헤어짐은 가장 무거운 일이다. 간신히 거동 하시고, 단기 기억도 예전 같지 않으시다. 어머니는 이민을 온 이래 계속해서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종용하신다. 그러나 아이들을 캐나다에 두고 돌아갈 수도 없고, 아이들의 한국 적응이 걱정되어 한국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둘째 아들이 장학금을 제공하는 토론토 대학으로 간다고 했을 때야 비로소 난 어머니가 아들과 헤어지는 감정이 어떨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아들이 혼자서 해나갈까 걱정도 되고, 각별하게 친하게 지냈던 사이라 그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2주 이상을 UBC를 가도록 설득했고,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혼자서 생활하는 연습을 하게 했고, 대학을 졸업 후에 토론토 대학원에 가도록 했다. 성인이었음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고 걱정이 되어 아들과 아내와 함께 토론토로 같이 갔고, 아들이 자취하면서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준비해 주었다. 헤어지면서 아들과 눈물의 포옹을 한다. 참으로 무거운 마음과 발걸음으로 밴쿠버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나와 헤어질 때도 그 느낌일 것이다.

밴쿠버로 돌아올 때 어머님을 항상 눈물로 배웅하신다. 너무 마음이 무거워 어느 해에는 새벽에 몰래 집을 나와서 공항으로 향했다. 밴쿠버로 돌아와서 전화 드렸을 때 화도 내시고 더 섭섭하신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마음이 무거워도, 새벽에 주무셔도 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지금은 초기 치매 증상으로 단기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인지 만났을 때 흘리시던 반가운 눈물도 또 헤어질 때 흘리시던 서운한 눈물도 많이 줄었다. 작년부터인가 어머니는 언제 한국에 들어오느냐고 묻지 않으신다. 대신 너희들만 잘 있으면 된다고 하신다. 하지만 여전히 이 아들을 기다리시는 어머님의 간절함을 어찌 모르겠는가?

새벽 5시 15분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궂은 날씨 속에 지연 출발한 항공기는 밴쿠버로 오는 몇 시간 동안 기류에 심히 흔들렸지만, 밴쿠버에는 예정 도착 시간보다 30분 가량 빠르게 그리고 사뿐히 착륙했다. 쾌청한 날씨가 나를 반기듯 했다. 컴퓨터로 입국 신고서를 작성하고, 캐나다 시민권자의 입국 검사를 기다린다. 긴 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고, 드디어 입국 심사관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얼마나 외국에 나가 있었는지 그리고 왜 나갔는지 물어본다. 어머니를 방문하러 한국에 갔다 왔다고 대답하니, 더 이상 질문 없이 “Welcome back home”이라고 말하며, 통과를 시킨다. 이 말이 슬픔에서 잠겼던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깨운다. 마음의 고향은 언제나 어머니가 계신 한국인데, 캐나다가 어느덧 제 2의 고향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프랙탈 2024.06.07 (금)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입니다. 어제 오후, 속칭 <버뮤다 연쇄살인>의 여섯 번째 희생자가, 다섯 번째 희생자 이후 불과 7주만에 발견되면서 사회를 다시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오늘 경찰은…” 고준호 씨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양손으로 뼈채 들고서 발라 먹던 고기를 잠시 내려놓고,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 TV 리모컨을 집어올려 홈쇼핑으로 채널을 돌려 버렸다. 고기를 먹으면서 연쇄살인 어쩌구 하는 얘기를 듣기에 고준호 씨의...
곽선영
이민자의 특징 2024.06.07 (금)
  ‘동양의 도학은 약육강식을 부도덕이라고 하지만 서양의 철학은 이기는 자만이 생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글을 인용한 것은 과거엔 이민을 운명, 팔자, 역마라 치부했다면 현재는 용기 있고 강한 자의 결단과 도전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의 방법은 초기엔 간호사나 재봉사 등의 기술이민이 주였다면 지금은 독립이민, 기술이민. 투자이민, 초대 이민 등 다양한 통로가 있다. 초기엔 전문직이 일반적이지 않았는데 이민의...
이명희
나물 캐는 아낙의 시선 피하여길섶 풀숲 속숨어 핀 샛노란 민들레해를 사랑하여환한 꽃 피우고임 온기 느끼며 길가에 서 있다가흰 나비 애무하고 떠나간 뒤날개 단 홀씨 한 다발 들고초원 지나갈 바람 기다린다오! 바람이여저 멀리 하늘 끝에 계신 내 임에게로Please! send seeds beyond the cloudsto the end of the sky
김철훈
강물을 보네깊어지며 흐르는 거역 없는 몸짓을 보네하루를 다 날아온 고단한 태양을 눕히고어느 산기슭 떠나온 나뭇등걸도 함께 눕히고강물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나를 보네팔랑이는 잔물결들 사이로 얼핏 설핏 보네정(精) 때 묻은 부모 형제 다 두고태평양 큰물 건너오던 반세기 전 그날비단결 검은 머리 스물여섯 살 새아씨여!세월을 보네꿈, 좌절, 인내들이 들락거린 한 세월을 보네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째 일어서면서고향 떠나 멀리 또...
안봉자
세 번의 외과수술 2024.06.03 (월)
우리는 지금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여 새롭게 나날이 달라지는 세상을 산다고 했더니 어느 날 주위를 살펴보니 100세 이상 사시는 노인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60세 환갑잔치를 요란하게 치르던 때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환갑잔치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100세 잔치를 성대하게 치르는 것도 아니다. 수명이 늘어난 것은 의료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한 덕분이다. 이런저런 수술로 죽을 사람이 죽지 않고...
심현섭
감자 꽃 향기 2024.06.03 (월)
“할무니, 왜 이쁜 감자 꽃을 다 따분당께라우?” “꽃을 따내 줘야 밑이 쑥쑥 든다고 안 그러냐?”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이었을까. 할머니를 따라 밭에 나갔다. 할머니는 밭을 한 바퀴 휘 둘러보시더니 감자 밭으로 가 감자 꽃을 따기 시작했다. 꽃은 꽃이고 밑은 밑일 텐데 어린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니 어미가 감자 꽃을 참 이뻐했느니라.” 하시더니 눈물을 훔치셨다. 엄마가? 순간 흐린 기억으로 어머니가 감자 꽃을 바라보고...
최원현
오 월 찬가 2024.06.03 (월)
상큼한 산들바람 손등 스치고 지나가면나무를 건너뛰던 다람쥐 나도 보아 달라하고 작은 무도회를 연캐나다 구스 공연 햇살도 왜 나는 안 봐주냐며무릎에 앉았다 눈으로 보아도 들리는 님의 소리처럼
전재민
엄마의 빨랫줄 2024.05.27 (월)
그 시절 엄마는아침 설거지 마치고이불 홑청 빨래를 하곤 했다커다란 솥단지에 폭폭 삶아돌판 위에 얹어 놓고탕탕 방망이질을 해댔다고된 시집살이에마음의 얼룩 지워지라고부아난 심정 풀어보려고눈물 대신 그렇게 두드렸을까구정물 맑아진 빨래를마당 이편에서 저편으로말뚝 박은 빨랫줄에 널어놓으면철부지는 그 사이로 신나서 나풀댔다부끄러운 옷까지 대롱대롱 매달린울 엄마 늘어진 빨랫줄은 마음의 쉼터옹이 지고 구겨진 마음이훈풍에...
임현숙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집도의는 캐나다에서도 이름 있는 Doctor라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남자가 7사람 여자 두 사람이 있다. 수술은 집도의와 보조의가 하겠지만 의대생들이 견학하는 걸 허락했던 것이다.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된듯하다. 수술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방광에 호스를 꽂아 소변을 받아내고 양팔 혈관에 주사바늘을 고정시켜 줄이 달려있다코로 호수를 따라 식사대용 영양제가 들어간다. 또 수술한 부위에도 호스를 넣어...
박병준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암이 자리 잡은 곳, 그 위치가 어디인가. 그게 중요하다.폐라면 힘 든다. 췌장이라면 수술이 어렵다. 급성으로 여러 군데 전이가 되었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다.내게 온 곳은 목이다. 후두암이라고도 한다. 그 자리는 어떤 곳인가?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거기는 기도(Air way)와 식도가 만나는 곳인데 코와 입을 통해서 공기가 들어오고 또 입에서 식도로 넘어오는 음식이 지난다.또 허파에서 나오는 공기가...
늘산 박병준
늘산 본인이 암 판정을 받고 수술을 하고 퇴원을 하면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암에서 예방될 수 있는 일에 다소나마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암의 발견은 우연적일 수도 있고 필연적일 수도 있다.나는 우연적이라 생각하며 그나마 일찍 발견하였다는데 다행이라 생각한다.산에서 사람을...
늘산 박병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